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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밤의 이야기' 심사위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아래 제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어서 소설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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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게시판 응모 제목에 응모하는 심사위원의 이름과 직접 붙인 소설의 제목을 기입해주세요.
  • 심사위원 제시 내용을 상단에 복사, 붙여넣기를 하시고 해당 글에 이어서 소설을 완성시켜 주세요
  • 게시물 작성 시 [소설응모] 태그를 반드시 포함해주세요.
  • 저자명은 홈페이지에서 작성한 아키에이지의 서버명, 캐릭터명으로 기입됩니다(예시 : 레비아탄 서버의 마리안).

송재경

"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전민희

마리아노플의 카페 거리에는 음산한 소문이 있다.
백여 년 전, 그곳의 한 카페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여자가 유령이 되어 떠돌며 구석진 곳에 장신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래 왕자비로 내정되었다가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어 꿈이 좌절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리아노플 시민이라면 카페 거리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보면 모르는 체하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가 붐비던 화창한 봄날, 솔즈리드의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녀가 의자 틈새에서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한 짝을 발견했다.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간 소녀는 귀걸이를 꺼내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슬쩍 건너다보더니 말했다.


이광로

"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
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
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
“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
“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
“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
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강은선

꽃을 좋아하는 한 다루족이 있었다.
그는 올챙이 시절부터 이상하리만큼 꽃을 좋아했다.
다른 다루들이 비행선에 관심을 보일 때, 그는 하늬 마루에서 자라는 모든 꽃을 찾아 도감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의 꿈은 세상 모든 꽃을 찾아 이름을 지어주고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다루는 하늬 마루 밖으로 나가 대외 업무를 하라고 임명받았다.
하늬 마루 밖의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루는 체온 조절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그에게 하늬 마루 밖을 나가는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이오른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파도가 백사장에 쓰러진 몸을 두드린다.
폭음 뒤의 숙취 같은 무거운 기운이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본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나는...
내 이름은 이요르!
마리안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로의 시험에 도전한 상태였어.
그런데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미로의 시험에 도전한 뒤의 기억이 전혀 없다.
짙은 안갯속에서 손을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답답하다.
마리안 위어드윈드!
그녀를 만나면 이 답답한 마음이 금방 해결 될 것만 같다.


반지향

산 속 깊숙한 곳, 전 대륙의 의뢰를 받아 우수한 물건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비밀스런 장소.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 역시 몇이 되지 않으며, 이곳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사건의 그 날.
이슈바라 승전 축제 선물로 지급했던 고양이 가구에 문제가 생겨 한바탕 난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는 한 달에 한 번쯤 찾아와 여러 곳에서 받은 의뢰들을 전해주는 가구 상인들뿐인데, 그 날 이곳을
찾아온 아리폰 역시 그 일로 찾아왔을 거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아리폰의 곁엔 수상한 행색을 한 이가 서 있었고, 아리폰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벌벌 떨며 우리를 가리켰다.
"…저…저자들입니다."
그러자 아리폰과 함께 들어온 낯선 방문자는 아리폰 허리에 겨누고 있던 칼 끝을 우리에게로 돌리며 마른 입술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낯선 방문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김정하

이번 임무는 그동안 맡았던 다른 임무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원정대장으로부터 극비리에 전달받은 지령서에는 의뢰에 대한 내용이 일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S급, 태양이 눈을 감을 때, 로카 구름 협곡 B3. 즉시 파기.

나는 수백가지 암호와 약어가 빼곡히 적혀있던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B3 가 도대체 어디야. 대장은 정말 그걸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미 여러곳을 이동하며 허탕을 쳤기 때문에, 나는 점점 무거워 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근처의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성을 발견했다.
빠르게 다가가 살펴보니 남자는 숨이 끊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평범한 행상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손에 쥔 듯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푸른 소금 상회의 사람인가... 이건 뭐지?'

그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작은 돌 조각일 뿐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와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무언가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돌 조각을 품에 넣었다.


유병희

아침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이사를 온 페레 인듯한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버렸다
궁금한 마음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어제 짜둔 우유 몇 병을 선물로 들고 집을 나섰다.

'욕조?'

검은색 꼬리를 가진 페레 여성 하나가 낑낑대며 커다란 인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욕조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저기 도와드릴까요?"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페레 여성은 앞발…. 아니….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번 훔치더니 혀로 털을 고르고는 그대로 손을 귀 뒤로 연신 쓸어 넘긴다.
매일 집안에서 잠만 자며 뒹굴고 있는 지난번 축제 때 받은 고양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털을 다 고른 후 내 손에 들린 우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우유를 한 개 집어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낚시 대회 우승 선물로 받은 거에요. 욕조만 필요했는데 인어까지 담아서 보내왔네요"

뒷말은 궁시렁대며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함용진

누군가는 나를 원정대장이라 불렀다. 다른 누군가는 나를 국왕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인사했다.
현재 매일 내가 듣는 호칭은 777 전사이다.
우리 마을에서 칠백칠십 일곱 번째로 태어났다며, 다루 감별사가 붙여준 나만의 이름이었다.
"어이, 777. 이제 행복할 시간이야. 저기, 너의 주인이 다가오고 있어!"
이웃의 동료가 소리치는 방향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오늘도 이걸 먹으란 거야?'
남자가 내민 건 조합 사료였다. 토끼풀, 호박, 짚단이 6:3:2의 비율로 섞인 맛없는 사료다.
물론 내 옆집의 동료는 배가 고픈 척 징징거리며 꼬박꼬박 두 개씩 챙겨 먹지만...
그래,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 현재 나는 한 마리 젖소다. 다루 감별사가 극찬하며 손수 이름까지 붙여준 우리 마을에서 알아주는 젖소다.
한때 몇 개의 영지를 누비던 나였는데, 하룻밤 눈을 뜨고 나니 몸이 변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마지막으로 내가 외쳤던 말이 생각났다.
"야, 드디어 축산 명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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