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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깊숙한 곳, 전 대륙의 의뢰를 받아 우수한 물건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비밀스런 장소.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 역시 몇이 되지 않으며, 이곳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사건의 그 날. 이슈바라 승전 축제 선물로 지급했던 고양이 가구에 문제가 생겨 한바탕 난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는 한 달에 한 번쯤 찾아와 여러 곳에서 받은 의뢰들을 전해주는 가구 상인들뿐인데, 그 날 이곳을 찾아온 아리폰 역시 그 일로 찾아왔을 거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아리폰의 곁엔 수상한 행색을 한 이가 서 있었고, 아리폰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벌벌 떨며 우리를 가리켰다. "…저…저자들입니다." 그러자 아리폰과 함께 들어온 낯선 방문자는 아리폰 허리에 겨누고 있던 칼 끝을 우리에게로 돌리며 마른 입술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낯선 방문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전 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장인들이 맞나?”
낯선 이가 우리를 향해 물었지만 우리들 중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물었다! 당신들이 장인들이 맞나?”
낯선 이는 아리폰의 목에 칼을 겨누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저는 이곳의 장인들 중 한명인 제이크 라고 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뭐 하지만 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나온 나를 노려보던 낯선 이는 아리폰의 목에 있던 칼을 거두었다.
“드디어 제대로 찾아왔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깐 땅을 쳐다보고 있는 낯선 이를 응시했다. 구릿빛 피부, 잦은 흉터...
침묵을 깬 건 나의 물음 이였다.
“혹시 바닷사람이십니까?”
나의 물음에 순간 움찔한 낯선 이는 땅바닥을 향하고 있던 칼날을 나에게 향하게 하였다.
“어, 어떻게 알았지?”
“그저 당신의 형색을 보고 추측했을 뿐입니다. 선탠이 좋게 됐네요.”
“... ... 눈썰미가 좋군.”
“장인이라면 눈썰미가 좋아야죠.”
칼의 방향이 다시 땅바닥을 향해 내려갔지만 긴장이 풀리지는 않았다. 나는 이 긴장감해소와 저자의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본론으로 넘어가죠. 무슨 목적으로 오셨죠?”
“그래... 목적... 나는 중형범선의 도면을 원한다.
그의 말에 장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안됩니다.”
“왜지?”
나의 대답을 들은 그의 칼이 점점 다시 위를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중형범선은 아직 그저 도면 단계일 뿐이고, 선박 관련 장인들도 배를 만들기는 부족합니다.”
“상관없다. 도면만 주면 내가 알아서 완성시키겠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장인들의 상의를 해보겠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날이 다시 우리 장인들을 향해 올라왔다.
“빨리 끝내라!”
나는 장인들에게 다가가 눈빛을 교환했다. 때마침 내가 저 낯선 이의 시선을 끌 때 밖으로 나간 아리폰이 용병 몇 명을 이끌고 조용히 들어왔다. 나와 시선을 교차한 아리폰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용병들이 낯선 이를 제압하기 위해 뛰어갔다. 당황한 낯선 이가 몸을 돌렸지만 반대편에 있던 우리 장인들도 그를 덮쳤다.

“어째서 중형 범선의 도면을 요구 하시는 겁니까?”
제압된 그를 향해 나는 물었다.
“혹, 전쟁을 위한 수단입니까?”
“아, 아니오.”
당황하는 그는 나의 물음을 부정했다.
“실은...”
나의 계속된 질문에 그는 이곳으로 온 이유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충격적 이였다. 뼈의 땅의 붉은 용을 제외한 또 다른 용족인 레비아탄을 목격했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 이였다. 나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그의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해양몬스터가 무역선 10척과 범선 4척을 한 번에 침몰 시킨단 말이요!”
분노와 슬픔에 겨워 소리치는 그의 목격담은 점점 우리를 설득시켜 갔다.
“항해를 하던 동료들 반수 이상이 실종되었소! 그게 나타남과 동시에 동료들 반이 물속으로 사라졌단 말이요!”
나는 그를 일단 진정 시키고 물었다.
“군대나 따른 원정대에 도움을 요청하지 그러셨습니까?”
그는 나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이미 모두 시도 했던 방법이라고 했다. 자신의 원정대에 몇 대 남지 않은 배를 이끌고 가거나, 다른 원정대와 군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지만 그의 말을 믿지 않거나 그것이 나타난 곳에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을 때가 다반사였다.
“그것을 봤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더 가관 이였지. 다들 배를 돌리기 바빴어.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보고...”
“중형범선이 왜 해답이라고 생각하시오?”
“나는 소형범선을 이끌고 그것의 출몰지역, 시간을 알아냈고, 그리고... 그것을 공격해봤소.”
“레비아탄에게 공격을 가해봤단 얘기입니까?”
나와 장인들에게 다시 한 번 충격을 주는 이야기였다.
“그렀소. 배 한 대로는 분명 무모한 짓이지만 배가 몇 척... 몇 십 척... 모인다면 그것을 죽인다고는 장담 못하겠지만 몰아낼 수는 있다고 장담하오.”
“그럼 중형범선은...”
“내가 중형범선을 몰고 선봉에 슬 것이요. 그래서 레비안탄에게 공격을 가하고 사람들에게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요. 그래야... 더 이상 희생이 없을 것이요...”
나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정을 짓고 다른 장인들을 바라봤다. 장은들은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각자 준비를 하고 일주일 뒤 이니스테르에서 봅시다.”
“정말 고맙소!”
그는 나와 장인들에게 사과와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이곳을 떠났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본건 일주일 뒤 이니스테르였다. 업무를 처리할 장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인들이 중형범선 건조를 위해 나왔고, 그가 데려온 원정대의 전문가들도 중형범선 건조에 힘썼다. 또한 그는 배가 완성될 때 까지 전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각 원정대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다녔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날이 되자 원래 북적 거리던 이니스테르 항구가 더욱 많은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가 있는 건조대로 집중됐다. 아니, 건조대에 있는 범선으로 시선이 집중 되고 있었다. 일반 소형범선이 아닌 중형범선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건 나를 비롯해 건조대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다. 화려한 불빛과 동시에 건조대에서 중형범선이 바다를 향해 내려왔다.
쿠구궁! 첨벙
웅장하게 바다위에 떠있는 중형범선에 처음으로 올라탄 이는 바로 몇 달전에 나와 장인들을 놀라게 했던 그였다. 그를 따라 선원들이 올라탔고 그가 키를 잡고 배를 움직였다.
후우웅
바람 소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박수소리가 항구를 뒤덮었다.
박수소리를 덮을 만큼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중형범선을 이니스테르 북쪽 바다로 인도했다. 점점 속력이 높아졌고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수많은 범선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레비아탄을 향해 떠나는 그들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흠... 이름도 못 물어 봤네. 하긴 하도 서로 바빴으니... 끝나고 물어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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