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마리아노플의 카페 거리에는 음산한 소문이 있다.
백여 년 전, 그곳의 한 카페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여자가 유령이 되어 떠돌며 구석진 곳에 장신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래 왕자비로 내정되었다가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어 꿈이 좌절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리아노플 시민이라면 카페 거리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보면 모르는 체하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가 붐비던 화창한 봄날, 솔즈리드의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녀가 의자 틈새에서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한 짝을 발견했다.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간 소녀는 귀걸이를 꺼내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슬쩍 건너다보더니 말했다.


========================================================================


"어때?"
"응?"
소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의 바로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테라스에서 양피지를 들여다보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만 있었다.
분명히 소녀의 귓가에 인기척이 있었고 소녀는 차가운 입김을 느꼈던것 같았으나,
바람이려니 다시 귀걸이에 집중을하고 귀걸이를 귀에 꽃았다.
기분이 좋아져 빙그르 한바퀴돌고 귀걸이 덕분인지 자신이 예뻐진듯한 기분이 들어 흥얼거리고는
'아, 다른한짝도 있으려나...?'
다시 눈치를 보며 카페로 들어가려던 찰나,
"맘에드나봐?"
라는 말과 함께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고 소녀는 이상함을 느끼고 카페 안의 부모에게 돌아가려하자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소녀는 정체모를 목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다.
"넌 이제 내꺼야!!!!!!!!!"



소녀는 새하얀 곳에 서있었다.
하얀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있었고 숲인듯 하였으나 바람도 느껴지지 았고 새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았다.
아주 조용하다 못해 시간이 정지한듯한 세상에 혼자 남겨진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의 고요함이었다.
난생 처음 와보는곳.. 그곳에 한여자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걸었다.
제게 말을 거신분이에요?
누구에요?
여기는 어디에요?
하지만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허공을 응시했다.
그때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고 분노가 서린 소름끼치는 목소리...

"그 아이도 내 소유가 될거야. 한물간 망령주제에 !!!!"

소녀는 공포를 느꼈고 몸을 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자는 말없이 소녀의 손을 잡아주었고 소녀는 낯선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의외로 그녀의 손은 따뜻했고 소녀의 두려움은 점점 잦아들었다.
소녀는 여자를 올려다 보았지만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눈앞의 안개만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새하얀 흰나무숲. 안개로 가득싸인 조용한 공간에서 소녀와 여자는 가만히 서있었다.




"엔셜!!"
엄마가 울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꿈..? 여기는..
왜.. 엄마가 울고있지. 그 여자는 어디간거지. 난 분명 숲에있었는데.
나는 엄마품에서 바둥대며 풀려나며 말했다.
"엄마..?"
"괜찮은거니? 엄마는 네가 잘못되는줄 알고.. 흑....."
"무슨소리야? 아!! 나.. 귀걸이를..."
귀를 만져보았으나 귀걸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꿈.. 이었나?
부모님은 내가 카페에서 쓰러지고 일주일정도를 잠만 잤다고 했다.
숨은 쉬고있으나 마치 죽은것처럼 깨어나지 않았다고.
그리고 귀걸이가 뭐냐며 장신구를 주운거냐며 다그치며 매우 가슴아파하며 엉엉 우셨다.
내가 깨어나고 몇일후 누군가 다가와 하얀숲으로 가자며 나를 끌고 갔고
부모님은 마치 나를 영영 보지 못하는것 마냥 울고 또 우셨다.
"엄마. 왜 우는거야.. 아저씨가 나 아픈거라고 치료하러 하얀숲에 가는거랬어.
다 나아서 돌아올게 엄마 울지마..."
난 아프지 않은데. 어른들의 시선이 무서웠다.
엄마의 눈물, 나를 등지고 뒤돌아서서 어깨를 들썩이는 아빠,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는 어른들의 시선..
나는 아픈게 아니었다. 어른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고 나는 하얀숲에 가야하는구나 그냥 그렇게 수긍한것뿐.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지만 엄마에게 미소를 보이며 조용히 아저씨와 하얀숲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내눈엔 눈가리개가 씌여졌다.



"여기서부터 혼자 가거라."
눈가리개를 풀어주고 아저씨가 말했다.
아. 그 숲이다. 내가 꿈에서 봤던숲.
하얀숲에 도착하자 아저씨는 나를 숲으로 밀어 넣었다.
"미안하다.."
짧게 중얼거리시고는 뒤돌아 뛰어가셨다.
무섭고 눈물이 났지만 아저씨를 뒤따라 같이 도망치고싶지 않았다.
왜 내게 이런일이 생긴건지. 이 숲으로 들어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덤덤히 출발하고 덤덤히 따라왔으나 혼자 남겨지자 감정이 복받친 나는
무섭고 또 무서워 울면서 하얀숲에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걸어가니 백합을 든 할아버지가 마중나와 있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백합을 주려다 주춤했다.
"아... 넌... 어쩌면 너라면 ...."
할아버지는 갑자기 다급해져서는 두리번거리며 품속에 무언가를 만지작댓다.
그때 매서운 바람이 몰아닥치며 뼛속까지 얼어붙을 정도의 한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받아! 얼른마시라구!"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정신을 차리고 품속의 물약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난 영문도 모른체 그 물약을 마셨고 내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어......... 할아버지!!"
"조용해.. 쉿. 조용히 하고 있어라."
난 침을 꿀꺽 삼켰고 할아버지 뒤에서 가만히 있자.
바람속에서 복면을한 여자가 걸어나왔다. 어두워 보이는 눈빛, 음산함이 풍겨지는 눈빛이었다.
"어디있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소."
"분명히 이 숲에 들어오는 걸 느꼈어."
이 목소리는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였다.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두손을 움켜쥐고 조용히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는 할아버지에게 화를냈다.
손만 휘저었을뿐인데 할아버지는 무언가에 부딫혀 밀리듯 쓰러져버렸다.
"내가 놓치면 안된다 했을텐데."
"나는 보지 못했소. 지난번 여자애처럼 무서워서 되돌아 나갔는지도 모르지."
"....내게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알지..."
할아버지는 낮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쪼끄만게 도망쳐 봤자지. 너도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여자는 획 뒤로 돌아가버렸다.
할아버지는 여자가 완전히 떠난걸 확인한뒤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내옆에 있는게지?"
"네.... 하.. 할아버지 제가.."
"슈바르츠의 비약이야. 어렵게 구한거지. 투명인간이 되는약이야.
나중에 쓰려고 아껴둔건데 이렇게 늙어버릴때까지 품에두고 계속 쓰지 못했지만..
너에게 쓰는게 나를 위한길일지도 모르지. 2시간정도 지속될거야. 얌전히 서서 어디가지말고 내얘기 잘들어."
할아버지는 땅에 오래되 보이는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으로 지도의 길을 따라 가리키며 길을 가르쳐 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이길로 쭉 따라가면 병사들이 있을거야.. 넌 여기로 가서 자이라를 만나야해. 그는 분명 아직도 싸우고 있을거야.
이곳의 사람들은 다 저주받아있어. 마리아노플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기위해 넣어둔 불쌍한자들이야.
아까 그여자 봤지? 키사라야. 마녀란다."
"마녀... 그 여자가 절 죽이려는 건가요?"
"하. 죽이면 다행이지..크허허..."
쪼그려 있던 할아버지가 엉덩이를 땅에 붙여 주저 앉으며 껄껄 웃었다.
"아가야. 이름이 뭐냐."
"엔셜이요.."
"엔셜... 나는 너가 올때 네 뒤에 빛을 보았다. 마녀에게 이끌려 이곳으로 온 소녀들이랑은 다른.. 무언가가 보였어.
그리고.. 너한텐 파란 장신구가 없구나."
"아.. 파란 귀걸이.. 없어졌어요. 분명히 귀에 끼웠었는데.."
그말은 들은 할아버지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생각을하시는 동안 점점 투명했던 내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몸이 완전히 돌아왔을때 할아버지는 날 올려다보며 내 손을 잡았다.
"엔셜, 아마 많이 힘들거다. 다만 넌 이곳에 끌려온 다른 여자아이들보단 뭔가 다른게 있는것 같단다.
하지만 이대로 마녀에게 끌려가거나 내부탁을 들어주거나 둘다 힘든건 매한가지 일텐데, 마녀를 처치하는게 좋지 않겠니..?"
난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내가..? 내가 마녀를.. 처치한다고? 난 고작 11살일 뿐인데..
저멀리 원대륙의 마법사들이있다는 도서관, 옛날 12명의영웅들의 이야기를 하며 영웅놀이를 하던 친구들을 구경만 하던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내가?
"두려운가보구나... "
할아버지는 말없이 내 손을 놓았다.
할아버지의 어깨가 왜이리 힘이 없어 보이던지.
까짓거 영웅놀이하는거 보니 별거없던데, 내가 진짜 영웅이 되서 집에 다시 돌아가면 되는거 아닌가?
"갈게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마녀한테 잡혀계시는거죠? 제가 할아버지 구해드릴게요. 여기로 가면 되는건가요?"
할아버지는 놀라며 나를 바라보더니 벌떡일어나 나를 끌어 안았다.
"미안하다.. 미안해..... "
우는 할아버지를 달래고 나는 지도를 들고 당차게 걸어나갔다.
날 배웅하는 할아버지를 향해 웃어 보이며 괜찮다는듯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뛰어나갔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엔셜.. 널 기다리마."
할아버지는 떠나는 엔셜의 뒷모습을보며 먹먹해지는 자신을 달랬다.
그리곤 뒤에 펼쳐진 백합밭을 기침을 하며 손질하기 시작했다.




=========================================================================

후아 사실 뒷이야기 더있어요. ㅠ

쓰다보니 장대해져서...

2천자 제한때문에 일단 여기서 끊었어요..

마치 메인퀘스트 스토리처럼 한 사건으로 인해 성장해가는 소녀의 프롤로그 랄까..

뒷이야기 뒤이어 올릴게용.

떡밥이 많아서.. ㅠㅠ

마녀의 정체 그리고 할아버지는 마녀의 무엇인지, 엔셜은 어떤능력이 있는지 꿈속 말이없던 그여자는 누구였는지 등등

보시면 떡밥이 너~ 무 많은데 다 풀려면 2천자는 훨씬넘고 한 세네편 나올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

딱 전민희 작가님의 예시글을 보는순간 이미지가 떠올라서 막 글을 썼는데

제가 워낙 초식해서 동대에서도 평화지역만 다니고 서대에 발을 디디지도 않거든요..

제가 글쓰다 너무 막혀서 서대 하얀숲까지 탐방다녀와서 쓴글이에요..

다행히 제가 짜놓은 스토리 라인과 하얀숲 분위기가 너무 들어맞아서..

어려움없이 서대탐방해서 직접본것들로 살을 붙여 만들었는데 재밋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서대 보호지역 처음가봤는데 너무 예쁘네요..

무튼 서대 하얀숲의 퀘스트 내용을 살짝씩 섞어서 써본 소설이니

서대분들은 퀘스트 떠올리며 재미지게 읽어보실수 있겠네용 ^^

댓글 14
1 2 3 4 5 6 7 8 9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