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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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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
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

“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

“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

“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

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루키우스......루키우스'
희미한 목소리였지만, 내 어찌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오오, 진정 그대란 말이오? 북메어의 눈휘날리는 곳에서 부엌데기로 일하다가 눈새를 찾는다는 핑계로 델피나드로 떠났던 비운의 공주, 사랑하는 사람이 파괴의 신 키리오스로 변하는 것을 눈 앞에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가혹한 운명의 희생자를 내가 다시 만났단 말인가!"

"그래 맞아, 키프로사야. 여전히 쓸데없는 말이 많군. 하슬라의 베로에에 가는 길이지?"

"옙, 그런데 당신의 옷차림이 그게 뭐요? 맨날 얼굴 가리는 천옷만 입더니, 왠 붕대로 칭칭 몸을 둘러 싸고......게다가 당신답지 않게 노출도 좀.....아니 그러고 보니 왼팔이 없잖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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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때서. 할로윈데이잖아. 귀신이라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옷 입으면 치유력이 더 높아지거든. 팔은 나중에 말해줄게. 그러나저러나 부탁이 있는데, 베로에에서 나랑 같이 뼈의땅에 가줄래?"

"뼈의땅은 왜요?"

"그건 나중에 아시고, 같이 갈거야? 말거야?"


"물론 오랜 친구이고, 키프로사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기록해야할 시인의 입장에서 당연히 동행하긴하는데, 동행자에게 이유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좀......"

"그럼 같이 간다고 약속한거다."

다음날부터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하슬라까지 키프로사와 같이 가게 되었다.
동양의 아름다운 산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키프로사가 해주는 맛난 음식을 먹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그 많던 친구들이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키프로사의 앞에서 그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금기라서 말 조심하느라 혼났다.
그렇다고 나 수다쟁이 루키우스가 언제까지 키프로사 앞에서 하고싶은 말을 못하고 참을 수 있는 성미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게 있는데, 진이 그렇게 되고 키프로사 혼자서 어떻게 지내?"

"........"

"아니 뭐, 꼭 대답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세상이 이렇게 되는 걸 다 지켜본 나라서 좀 궁금하긴 하지."

"........"

괜히 말꺼냈나 보다. 그 말 뒤로 원래도 말이 적던 키프로사는 아예 입을 닫았고 베로에까지 그냥 둘다 묵묵히 걷게 되었다.

베로에에서 내 용건을 마치고 키프로사에게
"자, 이제 약속대로 뼈의땅으로 출발하자고. 서대륙까지 가려면 배도 타야하고 한참 걸릴테니까 오늘밤은 푹 주무세요. 말없는 공주님"

"루키우스. 짐 챙겨!"

"무슨 짐?"

"한시간 뒤에 출발할 테니까 짐 챙겨서 뒤쪽으로 나와"

아니, 이 여자랑 진이랑 닮은 점은 둘 다 성질급하다는 거. 타양처럼 세상을 관조하면서 천천히 살면 안돼나?? 이 밤에 어딜 간다고 아이고 내 팔자야~ 그래도 같이 간다고 했고, 2주만에 입을 열었으니까 시키는대로 해야겠지.

한 시간뒤 짐 챙겨서 뒤쪽으로 나갔더니, 키프로사의 상태가 이상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적을 만났나? 위험하면 나를 부르지"
(물론 키프로사의 마법력에 나같은 알량한 시인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마는)

키프로사의 왼쪽 다리가 있어야할 부분에 텅빈 공간에 붕대만 감겨있었다.

"시끄럽고, 가면서 설명해줄 테니까 따라와"
배를 타려면 강으로 가야하는데, 이상하게 옥상으로 올라간다. 베로에는 국왕이 기계장치에 관심이 많아서 궁전의 옥상까지 올라가는 '승천판'을 타면 순식간에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옥상 위에 올라가니 첨보는 것이 하나 생겼다. 벽도 없고 집도 없는데 문이 하나 덜렁 서있다. 더구나 그 문은 손잡이도 없고 희끄무레하게 건너편이 보이는 반투명의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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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다 챙겼지?"라는 말을 들었는가 싶었는데, 키프로사가 갑자기 등을 떠밀었다.

'어!'하는 느낌도 느낄 새가 없이 몸이 옥죄어드는가 싶더니, 어두컴컴한 곳이 환해지면서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몸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마치 몸이 없는 것 같고 온 세상에 내 몸이 다 퍼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다시 몸이 옥죄어 들면서 어두컴컴한 곳을 통과하고 나자 바로 '뼈의땅'이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방금 우리가 마법의 문을 지나온건가? 베로에에서 뼈의땅은 배타고 말타고 석달은 걸려야 하는데...."

"맞아, '마법의 문'. 정확하게 말하면 '공간의 틈'이라고 해야 되겠지"

"내 시인의 발달된 육감으로 생각해보면 이 마법의문 아니, '공간의틈'과 당신의 왼쪽 다리가 관계가 있는거 같은데"

"여기까지 왔으니까 다 설명해 주지. 모든건 진때문이야. 진이 키리오스가 되서 델피나드의 모든 것을 파괴해서 델피나드는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지. 하지만 마법사들은 오랜 시간 후에 델피나드를 조금 복원할 수 있었어. 마법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법서, 주문서 같은 것들이라서 현재는 델피나드의 도서관만 복원된 상태야.

그런데 복원된 도서관은 도서관이 망가질 때의 기억을 갖고 있나봐. 마법사들이 기억을 지우려고 하면 복원시키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우선 복원부터 해놓은 것 같아. 도서관을 망칠 때의 기억때문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존재가 거기 침입하는 자에게 적대적이야. 그리고 진의 사주를 받은 안탈론이 도서관의 그런 분위기를 계속 조장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는 델피나드의 도서관에서 '에아나드의 비법서'를 찾아야 해. '에아나드의 비법서'를 찾아서 그걸 연구해서 무기를 만들어서 키리오스를 막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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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은 사비나 왕비의 주술사 아유브의 기술을 내가 발전시킨 거다.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시간과 거리가 존재하지만 마법세계에서는 시간과 거리가 존재하지 않지. 대마법사는 그래서 먼 곳도 먼 과거도 맘대로 다닐 수가 있다. 대마법사는 보통의 인간도 그 곳에 보낼 수 있지. 하지만 그건 한 번에 한 명뿐이고 여러번 보내기에는 대마법사의 마법력에도 한계가 있다.

예전에 누이 여신이 된 에안나가 키리오스에게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려고 했을 때에도, 에안나가 매우 뛰어난 마법사인데도 그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다 보내려다보니 마법력이 한계가 있어서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거지.

뼈의땅에 온 이유는 미사곤의 힘을 빌리려고 해서야. 내가 공간의 틈을 만드는 마법을 이제는 에안나만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에아나드의 비법서'를 찾으려면 델피나드의 도서관으로 사람들을 많이 보내야 하거든. '에아나드의 비법서'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 몇몇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발견확률이 극악이라서.

미사곤은 자신의 고향 '미실론' 행성에서 여기 아키에이지 행성 '히르노르'로 동족들을 보내주는 통로로 자신의 몸을 썼지. 미사곤이 죽은 후에도 그 몸은 계속 통로가 되었고....

여기 뼈의땅에서 '고대 용의 뼛조각'을 모았지. 이걸로 사람들은 장신구를 만들곤 하지만, 나는 이걸가지고 아유브의 주술을 사용했지. 아유브는 저승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때 희생물이 필요해. 여기 왼다리는 하슬라의 베로에에서 여기 뼈의땅에 오는 '공간의 틈'을 만드는데 희생으로 사용했어. 대신 미사곤의 몸에서 나온 '고대 용의 뼛조각' 때문에 이 공간의틈은 쉽게 없어지지 않아. 사실은 키리우스의 분노가 가라앉을때까지로 내가 염원하고 만들었으니까 이 공간의틈이 없어지는 것은 키리우스에게 달려있어.

대륙 여기저기에 '델피나드의 도서관'으로 가는 '공간의틈'을 만드려는 생각이야. '에어나드의 비법서'를 찾을 지원자가 쉽게 갈 수 있게.

지금 이순간에도 안탈론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서대륙의 십자별평원, 동대륙의 카어노르드에 저승의 군대를 보내서 델피나드의 도서관에 갈만한 사람들을 미리 잡아서 죽이고 있는데.......... 우습게도, 키리우스의 사주를 받은 안탈론이 저승의 군대를 보내는 '징조의틈'과 키리우스를 막으려고 내가 만든 '공간의틈'은 둘다 아유브의 주술에 기원했다는 것이 묘해. 그것참.
징조의틈

저승의 군대가 나오는 십자별평원, 카어노르드에 우선 '공간의 틈'을 만들까 해.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대륙의 마리아노플, 동대륙의 오스테라에도 만들고..."


"키프로사, 당신의 말을 들어보니 왜 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군요. 치유력이 높아져서라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십자별평원, 마리아노플, 카어노르드, 오스테라에 갈 때마다 당신의 몸이 계속 희생될테니까 몸을 가리기도 하고 상처를 치료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맞아. 역시 시인이라 남의 맘을 금방 아네."

"그리고 왜 하슬라에서 나를 찾아왔는지도 짐작이 가는군요. 여기서는 다리 하나지만, 다음 지역으로 갈 수록 이동하기가 불편해지니까 옆에서 도와줘야될 사람이 필요하긴한데, 이런 내용을 다른 마법사들에게 말하고 부탁하면 다들 몸을 아끼라면서 말리기만 할테니까"

"그렇지. 당신이라면 이해해 줄 것 같았어."

"미안하지만, 키프로사. 나도 당신을 말리고 싶어요. 인간의 시간으로 보면 지금의 이 세상을 어떻게든 원래 상태로 고쳐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원대륙의 가려진 시대, 왕자들의 시대 그리고 신들의 세기, 영웅들의 세기 얼마전의 누이여신이 된 에안나의 대이주까지의 역사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 이 시인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역사에 평화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쟁도 인간의 역사이고 이 속에서도 사람들은 뭔가를 해내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거란 말이외다. 이렇게 보면 당신이 몸을 아끼는 것이 더 낫겠단 말이오."

"으음. 역시 이 이야기를 해야겠네.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하슬라로 갈때 내게 물었지? 진이 없어지고 어떠냐고.
이제 거기 대답을 해줄게.
진은 없어지지 않았어. 내가 아직 안 죽었잖아. 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여기 이렇게 있잖아.
사람들이 진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이 그렇게 된 것은 나를 사랑해서 그런거잖아.

내가 왜 직접 델피나드의 도서관에 가지 않는지 알아?
혹시라도 거기 복원물 중에 진을 기억하는 복원물이 있는데 내가 진에 반대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런거야.
진때문에 뒤틀어진 세상을 원래대로 바꾸고 진이 다시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공간의틈을 만드려는 거야.

사랑은 세상을 바꾸고 나도 바꾸고 진의 분노도 바꾸게 만들거야.
진의 분노도 사랑이 되고, 나도 사랑이 되고, 온 세상이 사랑이 되면
그러면.......그러면........되는거야."


"아~ 아직도 진에게 애틋하군요.
그래요. 같이 가요. 내가 끝까지 동행하지요. 시인은 지켜보는 자, 기록하는 자이니까...."

"그래, 고마워"

"근데, 키프로사. 나도 부탁이 있는데요."

"뭐?"

"여기서 다시 하슬라로 가려면 또 석달 걸리는데 나 좀 하슬라로 편하게 데려다 주면......안 잡아먹지~"

"후후, 다시 이 '공간의틈'으로 들어가면 하슬라고 가게 돼. 거기서 또 공간의틈으로 들어가면 여기로 오게되고, 들락날락 맘대로지. 근데, 델피나드의 도서관으로 가는 공간의틈은 도서관으로 가는쪽으로 갈 수 있게만 하고, 델피나드의 도서관에서 다시 원래 위치로는 못 돌아오게 하려고 해. 그래야 사람들이 '에아나드의 비법서'를 더 오래 찾을테고, 그래야 진과 내가 더 빨리 만날 수 있겠지."

"도서관으로 가는 것은 단방향이고, 대륙 이동하는 것은 양방향이군요."

"응"

"아참, 로카에 물향기마을에서 키프로사를 만나기 전에 결혼식을 봤는데요. 이 사람들이 초원 사람들이라서 문명을 몰라서 그런지 좀 야만스럽더군요. 서대륙 푸른모래톱의 휴양지에 예식장이 있는데요. 거기와 연결되는 공간의틈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아까는 이해해줄까 염려했는데 이제는 내 몸이 희생된다는 데도 걱정도 안되나 보네. 공간의 틈을 많이 만들라고 주문까지하고. 안그래도 서대륙 동대륙 사이의 연결통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동대륙 카어노르드에서 서대륙 황금평원으로 연결하는 공간의틈을 벌써 하나 만들어 놓긴 했는데, 루키우스의 부탁이라면 로카에서 긴모래톱에도 하나 만들지 뭐."

"카어노르드-황금평원의 공간의틈에서 왼팔을 희생한 거군요?"

"응"

그렇게 해서 한달간에 걸쳐서 키프로사와 나는 대륙 여기저기에 공간의틈을 만들었다.

키프로사는 마법력과 미사곤의 고대용의 뼛조각과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을 공간의틈을 만드는데 썼지만,
나도 나의 필력과 일처리를 관찰하는 눈과 키프로사와의 동행을 공간의틈을 만드는 데 썼으므로
공간의틈은 키프로사와 나 루키우스의 합작품이다.

키프로사는 마리아노플에서 오른쪽다리, 십자별평원에서 눈, 이니스테르에서 귀, 동틀녘반도에서 오른팔을 바치고 마지막에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긴모래톱을 연결하는 공간의틈에 혀를 바쳤다.

이동하기 편하려면 다리가 있어야 한다고 내가 주장했지만, 키프로사는 마법사는 마법을 쓰려면 다리보다 손이 더 소중하다고 하면서 다리를 먼저 희생했다.
끝까지 오른팔을 남겨서 오른팔로 마법을 쓰려고 했는데 주문을 외워야 되서 혀를 마지막까지 남겨야 되었다.

두팔, 두다리가 사라지고 눈멀고 귀먹게 되는 키프로사를 곁에서 보는 것은 너무도 안스러웠다. 하지만 키프로사는 너무도 당당하고 의연하고 무엇보다도 행복해했다. 아마도 키프로사는 이 일을 '진에게의 사랑의 행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마지막 공간의틈을 만들때는
키프로사가 이미 그전에 동대륙 동틀녘반도의 오스테라에서 원대륙의 델피나드의 도서관에 가는 공간의틈을 만드는 데 오른팔을 희생으로 바친때였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내가 키프로사 대신 공간의 틈의 자리를 지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마법사의 마법력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것인 줄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원래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서 키프로사가 주문을 읊조리는 타이밍에 맞춰서 공간의틈의 자리를 정확하게 잡기는 힘들었다. 내가 자리를 잘못 지정할 때마다 그 자리의 땅이 공간의 틈이 세워질만큼 끝도없이 치솟거나 그 땅만 남기고 그 옆의 땅이 모두 끝도없이 가라앉거나 하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로카는 봉우리가 많았는데 나때문에 이상한 봉우리가 자꾸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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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번을 시도한 뒤에야 겨우 구름협곡에 공간의틈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원래는 결혼식 행사를 사람들이 많이하기도 하고 로카의 중심에 있기도 한 '물향기마을'에 공간의틈을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랴~ 나는 원래 시인이지 마법사는 아닌 것을~


미안하다. 로카의 장기말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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