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온과 위대한 용 미사곤 | 조각난 연대기

2014-05-14 08:27 | 조회 17296







고대의 대륙들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전설 속의 종족들을 품고 있었다. 날개 달린 전사들이었던 이프나, 이프나의 적이었던 사악한 뱀 나차쉬, 그리고 검은 피부의 누온이 그들이다.

 

이프나와 나차쉬가 서로를 말살시키기 위해 끝없이 싸우는 동안 누온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땅에서 그들의 왕국을 건설하는 데 매진했다. 누온이 만든 거대한 도시와 성벽은 오늘날 폐허로 변했는데도 여전히 위엄을 품고 있다. 그랬기에 원대륙에서 이주해 온 엘프들이 그 폐허를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택했을 것이다. (체구가 큰 누온이 만든 도시는 엘프들의 몸에 맞지 않았지만 엘프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환영했다)

 

안온한 시대는 길지 않았다.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가 등장하면서 평화와 안식이란 누온들과 거리가 먼 단어가 되어버렸다. 아키에이지 세계에 처음으로 용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후 ‘미사곤’으로 알려진 이 용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서 마치 왕국 하나가 날아다니는 듯했다. 머리 위에 나타나면 대낮조차 밤으로 변했다. 다만 미사곤은 지상으로 내려오는 일이 없었고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또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얼마 후 미사곤보다는 작은, 그러나 아키에이지 세계의 종족들보다는 훨씬 큰 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차원을 넘어왔을까? 누온들은 용족의 본거지에 차원의 문과 같은 것이 있겠거니 짐작했지만 누구도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용족은 거침없이 저들의 땅을 넓혀 갔다.

누온은 용족이 미사곤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크기는 다르지만 모습이 같았고, 이후 경험을 통해 미사곤의 그늘 아래 들어간 용들이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용들이 처음부터 누온을 적으로 여겼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온이 먼저 용을 적으로 간주했다.

용들의 첫 등장 이후로 사소한 충돌이 계속되긴 했지만 그뿐이었더라면 이후 두 종족은 천천히 대화를 시도해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온들에게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 하늘을 뒤덮어버린 미사곤은 누온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언젠가 다른 용족들처럼 지상으로 내려와 불을 뿜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누온의 왕국은 반나절 만에 소멸하고 말 것이었다.

 

머리 위에 미사곤이 존재하는 한, 용족이 어떤 이성적 제안을 내놓더라도 그건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고대 종족들은 그 위엄 있는 모습만큼이나 강인하게 운명과 맞서는 존재였다. 비록 승산이 없어 보일지언정, 누온은 용들을 몰아내기로 결의했다.

 

용들은 무시무시한 적이었다. 전쟁은 수백 년 동안 계속되었다. 내내 교전 상태였던 것은 아니었다. 짧은 평화가 찾아오면 누온은 용을 방어하기 위해 성벽을 쌓았고, 날아드는 용을 요격하거나 그들의 공격을 견뎌낼 각종 무기와 방어구를 고안하기도 했다.

 

점차 누온은 용과의 싸움에 능숙해졌다. 처음에는 몇몇 영웅들이 개별적으로 용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다가 요격 전술이 구체화되자 곧 조직적으로 용을 사냥해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용은 누온의 성벽 위로 함부로 날아오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누온들은 어느새 스스로를 '용 사냥꾼'이라고 칭했다. 그 즈음 다른 땅에 살고 있던 종족들은 누구도 그들처럼 용을 사냥하지는 못했기에 누온은 큰 자부심을 품었다.

 

용을 사냥한 영웅들의 이름은 오랫동안 칭송을 받았다. 그 중 베살라라는 영웅이 있었다. 베살라는 최초로 용을 사냥한 7인 원정대의 일원으로 용 사냥술을 전수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이제 늙었지만 여전히 용 사냥의 명수였다. 용들이 차원문이 아닌 미사곤의 품에서 쏟아져 나왔다고 주장한 것도 그였다.

 

그 무렵, 용과의 싸움에 자신감을 품게 된 누온들은 드디어 미사곤을 사냥할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감히 건드리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지만, 점차 더 강한 용을 사냥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사곤 사냥은 누온의 최종 목표로 떠올랐다.

물론 미사곤은 그간 어떤 전투에도 관여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미사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서 용들은 강해졌고, 용은 미사곤을 숭배했다.

 

베살라는 누온들이 미사곤을 잡아보자고 하자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젊은이들은 베살라가 늙어서 패기를 잃었다고 수군거렸다. 얼마 후, 베살라는 남쪽으로 떠나며 말했다. 너희 같은 애송이들은 미사곤의 상대가 안 되니 자신이 직접 사냥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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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에브니 @델피나드 | 51레벨 | 황혼의 지배자 | 엘프
    새삼스럽지만 누온, 미사곤 같은 이름의 어감이 참 좋습니다~
    2014-05-14 10:54
  • 뚜쉬뚜쉬 @올로 | 53레벨 | 흑마술사 | 엘프
    베살라 패기 ㄷㄷ
    2014-05-14 13:07
  • 루어매니아 @메어 | 52레벨 | 길잡이 | 페레
    늙어서 패기를 잃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기보소
    2014-05-15 01:34
  • 얼음삐약이 @히라마칸드 | 53레벨 | 신비 유랑가 | 누이안
    작가님 .. 대단하셩.. 으아..
    2014-05-15 16:02
  • 캡틴울프 @루키우스 | 55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 이거 전민희가 쓴거 맞음? 아닌거 같은데
    2014-05-15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