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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이사를 온 페레 인듯한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버렸다
궁금한 마음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어제 짜둔 우유 몇 병을 선물로 들고 집을 나섰다.

'욕조?'

검은색 꼬리를 가진 페레 여성 하나가 낑낑대며 커다란 인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욕조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저기 도와드릴까요?"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페레 여성은 앞발…. 아니….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번 훔치더니 혀로 털을 고르고는 그대로 손을 귀 뒤로 연신 쓸어 넘긴다.
매일 집안에서 잠만 자며 뒹굴고 있는 지난번 축제 때 받은 고양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털을 다 고른 후 내 손에 들린 우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우유를 한 개 집어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낚시 대회 우승 선물로 받은 거에요. 욕조만 필요했는데 인어까지 담아서 보내왔네요"

뒷말은 궁시렁대며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뭐죠? 그표정은?"


"아..아닙니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조금.. "


"아하? 많이 시끄러우셨나보군요. 죄송해요 저희 페리족은 아침우다다가 일상이라서 말이에요. 금방 끝나요. 그러니
그옆에 좀 들어주시겠어요? 네..네 아뇨아뇨 그쪽 옆이요. 아휴.. 거기를 들면 어떻게해요. 비켜봐요! "


무언가 도와주려고 손을 댔지만 감사는 커녕 연신 타박만 듣고 멀뚱히 버려진채 서있는 나를 제쳐두고
이 페레 여성은 결국 혼자 낑낑대며 욕조를 다 옮기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요염한 자태로 엉덩이를 씰룩이며 살랑거리는 꼬리를 뒤로하고 부엌쪽으로 들어가서는 의자를 밟고 식탁위로 올라가 앉는다.


"앉으세요. 무얼 걱정하시는 건지는 알겠는데 전 생선은 캔밖에 안먹어요. 이래뵈도 집페레 라서 말이죠. 날것은 영 취미가
안맞더라구요. 인어가 필요하시면 드릴까요? 전 도통 비린내나서 저것을 어찌 해야할지 난감하군요."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린가.
역시 페레족들은 자기 할말만 하고 이기적이고 도도하다 하더니 남의 이야기나 의견을 물을 생각은 하지 않는 듯 하다.


"아 .. 저도 필요없습니다.더..더군다나 인어라니.. 저..저는 총각이고.. 게다가.. 둘곳도 마땅치 않고.. 저..."


너무 당황한 탓일까. 나 또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수없는 소리를 너저분하게 하고있다.
망할 저 페레여인 탓이다. 항상 이런식이다. 고양이들이란.


곧이어 그녀가 내게 잘 구워진 피쉬파이를 내왔다.
은은하고 고소한 냄세가 내 코를 자극하고 노릇노릇한 색감에 요리를 꽤나 잘하는 듯 해보인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 곳곳에 잘 저장되어있는 마른 생선들까지 꽤나 살림꾼인가보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저는 얼마전까지 오스테라에 살았어요. 대도시죠. 바다가까운 곳이라 부모님과 낚시도 자주하고 풍족하게 살았답니다.
지금은 혼자에요. 혼기가 찻지만 그닥 결혼생각도 없고 여전히 낚시는 좋아하지만 이젠 뭐 부모님이 유산으로 물려주신 밭으로4호가 있으니 충분히 여기서도 쉽게 갈수있구요. 그나저나 쇠모루 마을은 참 조용하고 좋군요. 공기도 좋고 산도 높지않고 아늑한게.. 스크레치를 맘껏 할 수 있으니 좋은것 같아요. 오스테라에선 이것이나 저것이나 함부로 긁으면 재판에 갔답니다."


"아.그렇군요. 아무튼 바..반갑습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하토라 출신이고.. 가깝습니다.
부모님도 아직계시고.. 괜찮으시면 한번 같이 가시죠. 목화농장을 하시는데 아마.. 괜찮은 마따따비가 있으면 제가 몇개 가져다
드릴수있겟네요. 집에 쌓아둔 목재도 있으니.. 언제 시간나면..제가 캣타워를 만들어 드릴수도 있습니다."

**
"어머?! 마따따비요? 그귀한것을!! 더군다나 캣타워라니.....정말 말씀이라도 고맙군요. 종종 놀러오세요. 제가 다른건 못해도 이 피쉬파이는 기가막히게 잘굽는답니다."



맛있는 피쉬파이를 두 판이나 더 얻어다가 돌아오는 길은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낮선 여자.. 아니 페레와 이야기를 해본것이
처음인지라 설레기도 했다. 페레족과 결혼을 할수있을까? 부모님은 허락하실까? 그런 쓸대없는 생각으로 하루가 심심하진 않았다.


괜시리 집청소도 하고 처음봤던 인어의 반라에 심장이 두근거려 진정이 되지 않았지만 이내 그녀가 싸준 피쉬파이를 점심에 따끈한 커피와 먹는 동안 인어따윈 잊을 수 있었다.



그날 밤...


오후나절 햇볕에 빠싹 잘마른 뽀송뽀송한 이불과 베게를 침대에 깔고 기분좋게 몸을 파뭍은 뒤 작은 스탠드를 켰다.
얼마전 마하데비 상인이 우리 마을에 들렀는데 그때 발견한 이니스테라 유명시인이 지은 시집을 읽을 샘이었다.
유행이 한참 지나긴 했지만 쇠모루마을 같은 시골에서는 구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평소 꼭 읽고 싶었던 것을 구한참이라
오늘은 왠지 더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번뜩 발아래 누워있던 고양이가 귀를 쫑긋 새웠다.


".................?"


"왜그래? 응? ... 그러고보니 이게 무슨 소리지? "


침실 창문 너머로 무언가 가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여니 그 소리가 확연히 들린다.


"갸르르르르르릉~ 갸르르르르르르르릉~ 기야아아아르르르르르릉~~~~~~~"



나는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일이지? 옆집에 새로 이사온 그녀에게 무슨일이 일어난 건가?

나는 서둘러 파자마위에 가운을 걸치고 옆집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일 없다는 듯 그녀가 문을 빼꼼히 열고 나를 반긴다.
나는 그녀의 뒤를 쳐다보고 집안을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아..아무일 없습니까? 이게 무슨 소리죠? "


"어머.. 죄송해요. 제가 요즘 발정기라서요. 시끄러우셨죠. 방음창문을 신청해놨는데 몇일뒤에 설치가 된다는군요.
역시 시골은 시골인가봐요. 몇일만 참아주세요. 호호."


바...발정기라니!!!
이 무슨 모태솔로로 살아온 순진한 시골총각에게 서슴치않은 발언이란 말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이 후들거렸다.
내가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일상이 매일같이 이럴지도 모른다.
다시 침대에 누워 읽으려던 시집을 던져버리고 이불을 머리꼭대기 까지 덮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조용하고 아늑했던 나만의 농촌일상이 무너지는것은 절대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 도시페레라니! 그것도 여자페레라니!!
앞으로 일어날 복잡하고 시끄러울 날들이 걱정되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자.... 그녀의 뒤로 보인 벽에 걸린 그것이 아까 그 인어의 하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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