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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이사를 온 페레 인듯한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버렸다.
궁금한 마음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어제 짜둔 우유 몇 병을 선물로 들고 집을 나섰다.

'욕조?'

검은색 꼬리를 가진 페레 여성하나가 낑낑대며 커다란 인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욕조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저기 도와드릴까요?"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페레 여성은 앞발…. 아니….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번 훔치더니 혀로 털을 고르고는 그대로 손을 귀 뒤로 연신 쓸어 넘긴다.
매일 집안에서 잠만 자며 뒹굴고 있는 지난번 축제 때 받은 고양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털을 다 고른 후 내 손에 들린 우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우유를 한 개 집어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낚시 대회 우승 선물로 받은 거에요. 욕조만 필요했는데 인어까지 담아서 보내왔네요"

뒷말은 궁시렁대며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주인을 닮았는지 그 인어는 상당히 까칠하고 새침해보이는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치켜올라간 눈꼬리와 도톰한 입술 그리고 차가운 인상을 완성시키는 푸른 눈까지 내가 함께 살고있는 인어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집의 인어의 이름은 '로아'였는데 그녀와의 첫 만남은 긴모래톱 혀 항구에서였다. 그물에 걸려 불법포획자들에게 잡혀있는 것을 몰래 풀어주었다.

"도망가요. 여기서 멀리 도망가야해요, 빨리 안그럼 다시 잡힐거예요."

그러나 그녀는 도리질을 치며 내 팔을 꼭 붙들고 진주같은 동그란 눈물을 또르륵 굴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무작정 나룻배에 싣고 바다를 건넜고 로아는 우리집에서 살게되었다. 아마 그녀가 그 때 도리질을 친 이유는 다시 돌아가도 그녀가 살고있던 바다가 예전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단지 그녀 때문에 집을 바다와 마주한 곳으로 이사를 했고 그녀는 그렇게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로아도 낚시대회 우승 상품이 되어 어느 집에 장식품이 되었거나 인어 고기가 되어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을 것이다. 로아는 새로운 친구의 등장에 사뭇 기뻐하였다. 내가 로아에게 물었다.

"로아, 그녀의 근처로 옮겨줄까?"

내가 커다란 욕조를 낑낑거리며 새로 온 인어 옆으로 옮겨주자 순수해보이는 갈색의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나며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그러나 새로 온 인어아가씨의 반응은 무색 할 정도로 차가웠다.

나는 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얼마 전부터 시간이 나는 새벽즈음에 항상 고서를 읽고있었다.
수 백년 전부터 기록 된 인어에 대한 고서를 읽어보려했으나 옛날 하리하라 대륙의 인어들을 누이아 대륙에서 모조리 포획한 탓에 아쉽게도 하리하라 대륙에서 인어에 대한 책들은 찾기 힘들었다. 책은 어렵게 밀무역을 하는 누이안에게 부탁해 바다 건너의 마리아노플 대학의 책을 볼 수 있었다.

책의 이름은 <인어전설>이었으며 인어가 처음으로 대륙인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부터 전해저내려오는 전설과 그들의 특성 언어 등 각종 인어에 대한 글이 적혀있었다. 그때에는 대부분이 말도 통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오는 전설의 동물이었으니 시대를 이해하며 읽어야했고 누이안어를 배운지 한 달이 되어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으나 무난하게 넘겨읽으며 많은 흥미를 느꼈다.

새로운 인어아가씨를 이웃으로 맞이한 새벽 나는 푸른 눈의 인어를 처음보았기에 혹시 푸른 눈의 인어에 대한 글이 적혀있지 않을까 하고 열심히 책을 읽어내려갔다.

역시 푸른 눈의 인어는 일반 인어들과 좀 다르게 분류되어있었다.

<푸른 눈 인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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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인어의 첫 발견은 레비아탄 공격대가 형성된 때와 시기가 비슷하다. 바다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모인 공격대는 한 차례 레비아탄의 공격에 실패하여 이니스테르 카어노르드 항구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공격에 이지의 아들과 이지의 딸들의 부상이 심각하자 항구 근처에서 한 마리씩 치료를 하던 도중 갑자기 날카로운 지느러미가 돌고래들을 긁어댔고 높고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내며 고통스럽게 죽어갔으며 인어는 해초를 엮은 것과 날카로운 꼬챙이를 꺼내어 돌고래들을 줄줄이 엮어 유유히 사라졌다고한다. 날카로운 생김새부터 모두 눈꼬리들이 길고 꼬리도 뾰족하며 이빨도 상당히 날카로워 육식을 상당히 즐기며 지능이 상당히 뛰어나며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인어들이 있으며 같은 인어 종족을 잡아먹는 것으로 전해져내려온다.

그렇게 푸른 눈 인어에 대한 마지막 문장이 마치자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동틀녘 해안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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