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빛나는 해안의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가로지르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이 고된 여행이 끝났음을 알게 해준다.
고향을 떠나 온지 얼마나 되었을까. 강한 용사가 되기 위해 찾아온 에아나드의 도서관에서 너무 많은 세월을 허비하였다.
내 고향은 이니스테르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그 곳을 수행자의 마을이라 부른다.
징조의 틈이 열려 매일 수많은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저주 받은 땅, 마을을 제외하곤 근처에 사람이 살지 않는 삭막한 땅 그 곳이 나의 고향이다.
남들에게는 저주 받은 땅이지만 나에게는 어린 시절 날 돌봐준 촌장님과 작은 소녀가 있는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장소, 이제 곧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동안 겪었던 수많은 역경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사라지기를 수십 번 반복하기에 이르러 비로소 고향에 도착하였다.
마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촌장님이 반겨주셨다.
“정말 용사가 되어서 돌아왔군. 정말 고생이 많았어.”
촌장님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그 동안의 여정으로 쌓인 피로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촌장님 덕분입니다. 이제 용사가 되었으니 마을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이 말을 내뱉고자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뎌냈을까.
무한한 지식의 열람실부터 비명서고까지 수 만 마리의 괴물과 싸우며 이루어낸 용사라는 타이틀,
목표를 이룬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이제 소녀에게 이 작은 봉제 인형을 건네주면 고향으로의 복귀는 끝난 것이다.
작은 마을을 둘러보며 소녀를 찾아보았지만, 소녀가 보이지 않았다. 촌장님에게 다가가 소녀에 대한 행방을 물어본다.
“촌장님, 촌님과 함께 지내던 소녀가 보이지 않는데 약초라도 캐러 나간건가요?”
질문에 촌장님은 순간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하였다.
“허허, 피곤할 텐데 어서 쉬게. 소녀는 걱정 말게나 이니스테르 대도시에서 잘 살고 있으니.”
촌장님의 대답이 미심쩍었지만 촌장님은 내게 거짓말을 할 분이 아니다.
침대에 누워 소녀를 생각한다. 수행자 마을에 작은 소녀가 사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이제 용사가 되어 소녀를 지켜줄 힘을 얻었지만 이 마을에 소녀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감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소녀에게 강해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소녀를 만나러 가야겠다.
깊은 밤, 어둠은 이미 익숙하다. 말을 내달리며 이니스테르로 향한다. 큰 성벽으로 둘러 싸여진 대도시, 수많은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이니스테르의 성안에 소녀가 있다.
성안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하지만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소녀를 찾아 성 전체를 뒤졌지만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불현 듯 안 좋은 예감이 온 몸을 감싼다.
소녀는 어디에 있을까? 내 머릿속은 온통 소녀 생각뿐이다. 정신없이 성을 헤매다 문뜩 정신을 차리니 환락가 앞에 와있었다. 이니스테르 성안에 가장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항상 취한 취객들과 술과 몸을 파는 여자들로 붐빈다. 이곳에 소녀가 있을 리 없다. 발걸음을 돌려 고래 해체장으로 가려할 때 뒤에서 한 낯선 여성이 말을 걸어온다.
“오빠, 나 술 한잔... 아니 한 병만. 아니 세 병만 사주시면 안돼요? 안주는 깎아줄게.”
잔뜩 취한 여성이 말을 건넨다. 술 취한 여성과 상대하기 싫었지만, 무심코 그녀를 바라본다.
이럴 수가... 소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소녀가 밤의 요정이 되어 환락가에 있다니.
순간 정신이 아득하다. 용사가 되기 위해 떠난 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일까.
소녀는 무사하다. 하지만 소녀를 지켜주지 못 하였다. 내 손에 들린 이 인형은 더 이상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소녀에게 필요한건 세병의 술뿐.
소녀를 환락가로 몬 이 세상에 대한 원망감이 생겼다. 그토록 착하던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녀에게 묻고 싶고 싶다. 하지만 이미 내 발은 환락가를 벗어나 소녀로부터 멀리 벗어났다.
촌장님이 내게 거짓말을 하였다. 착하고 작은 소녀는 더 이상 없다. 이제 내겐 아무것도 없다.
절망감과 함께 분노가 치솟는다.
난 왜 그토록 오랜 시간 용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했던 것일까.
나의 소원은 용사가 되어 작은 마을에서 소녀와 총장님과 함께 지내며 마을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슈바라국에는 더 이상 내가 기댈 사람이 없었다.
더러워진 이슈바라국을 바꾸고 싶다.
국가를 세우고 싶다.
난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원정대를 만들어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국가를 세울 것이다.

나의 여정은 끝이 아니었다.





"원정대장님, 출진 준비되었습니다."
부원대장 목소리에 잠이 깬다. 잠깐 잠든 사이 많은 기억들이 스쳐간것 같다.
오늘은 이슈바라국을 섬멸하는 중요한 날, 국가에 속한 모든 원정대들이 출진 준비 상태로 나의 명령만 기다린다.
이 전쟁이 끝나면 이니스테르엔 더이상 살아있는 생명들이 없을 것이다. 망설임도 잠시 그 어느때보다 냉정한 목소리로
각 원정대원들에게 명령한다.

"지금부터 이니스테르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거둔다."







  • 유루유리다이슷키 @에안나 | 55레벨 | 요술쟁이 | 하리하란
    제 고우스다크님..
    2014-10-23 00:44
  • Nighthawk @크라켄 | 55레벨 | 정신 파괴자 | 누이안
    아.. 뭔가 찡한게 오네유 ㄷㄷ
    2014-10-23 09:28
  • 귀검 @에안나 | 55레벨 | 첩자 | 페레
    키프섭  제우스다크님의  실화를  담았습니다. 그는  15명의  원정대원으로 200명이 넘는  이슈바라국  상대로  전쟁을  걸어  패배하였으나  많은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제우스다크: 칼로  대화하자
    (게임상에  욕으로  시비거는  유저에게)

    제우스다크 : 지금부터  이니스테르의 살아있는  모든  것을  거둔다.
    (이슈바라국과  전쟁을 선포한  명언)
    2014-10-23 14:45

소설응모

태그는 148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
1 ... 14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