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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
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
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
“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
“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
“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
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

다음날 일어났을때 주변을 보니 어제 자기 직전 모습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하자 어제 지나가던 무역상의 동료로 보이는 하리하란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다급한 얼굴과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도와주세요..! 모.. 몬스터들이.."
그녀의 모습은 어제 봤던 것과는 다르게 옷에 흙먼지가 묻어있고 짐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동료도 보이지 않는것을 보니 몬스터들의 습격에서 홀로 도망친것 같았다.
잠시 생각한 사이에 그녀는 진정을 했는지 거칠었던 호흡이 한결 진정되어 있었다.
"저기……."
그녀는 조심히 나를 불렀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지금껏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나는 머뭇거리고 있는 그녀에게 빵과 물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다음 마을에서 빵을 더 사야 될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많이 배고팠던지 빵을 받아 허겁지겁 먹었다.
그녀가 빵과 물을 다 먹을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겁니까?"
그러자 그녀는 어제의 일을 생각하는 중인지 얼굴에 슬픔이 나타났다. 그녀의 말로는 나와 헤어지고 4시간쯤 후에 오크때들과 만나 급하게 도망친것 같았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가 묻자 그녀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급하게 도망치느라 저도잘 모르겠어요... 동료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같이 경비병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가죠"
나는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을 거의 신경쓰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쿵쿵쿵
갑자기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쪽의 나무가 부서지면서 거대한 설인이 나타났다.
"저건..! 봉인된 고대 설인 파스록스에요! 저런게 도대체 왜... 일단 도망쳐요!"
그녀가 오기 전 짐은 모두 싸 논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와 함께 설인의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설인을 피해 한없이 달리자 주변에 안개가 휩쌓이며 시야가 좁아졌다. 비개척 지역이다.
"벌서 비개척 지역이에요. 비개척 지역은 위험할텐데 어쩌죠?"
그녀가 물어왔지만 나는 대답도 없이 뛸 수밖에 없었다. 설인은 아직도 우리만을 목표로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더이상 말을 걸지 않고 앞으로 달려갔다.
"잠시만요"
땅이 울리는 소리가 더 들리지 않아 뒤를 보니 설인은 사라져 있었다. 주변을 봐도 이미 비개척 지역에 상당히 많이 들어온 듯 안개가 더욱 짙어져 있었다.
"...어쩌죠?"
그녀에게 물었지만 명확한 해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는 길을 찾거나 이 지역의 중심부를 찾는다는 방법 밖에 없는것 같네요"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녀와 대화를 하던 중에 그녀에 대한 일부를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시느. 15살의 하리하란으로 지난주 성인식을 치른 뒤 아버지를 따라 첫 무역을 하다가 변을 당한거라고 한다. 그녀와 대화를 많이 나눈 만큼 그녀와 많이 친해졌다.
걷고 있던 중에 갑자기 주변 안개의 흐름이 멈추더니 우리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고 이내 분노한다.

***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몇 년 전의 이야기다. 그녀의 분노한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물안개 마을의 여관에 있었다. 그녀를 찾으러 그녀의 동료인 무역상들을 수소문 하여 찾아가 봤지만 그들은 그녀를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지만 그녀의 존재가 내가 꾼 꿈이였던 것처럼 느껴져 그녀를 계속 찾아나가기 무서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어노르드의 극장을 향해 집을 나섰다. 오늘은 동대륙의 새로운 가족이 나타나는 날이다. 전설에만 존재했던 종족 리턴즈.
오늘따라 그녀가 더욱 생각났다.



★★★★★★★
잘 부탁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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