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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이야기 ( 전민희 작가님 )


마리아노플의 카페 거리에는 음산한 소문이 있다.

백여 년 전, 그곳의 한 카페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여자가 유령이 되어

떠돌며 구석진 곳에 장신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래 왕자비로 내정되었다가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어 꿈이 좌절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리아노플 시민이라면 카페 거리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보면 모르는 체 하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가 붐비던 화창한 봄날, 솔즈리드의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녀가

의자 틈새에서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한 짝을 발견했다.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간 소녀는 귀걸이를 꺼내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슬쩍 건너다보더니 말했다.



이어적은 이야기


"어머.. 제 귀걸이가 여기있었네요.." 라 하며 어여쁜 여인의 목소리가 소녀의 귓가를 스쳐지나갔다.

소녀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서서 목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지만,

어두운 저녁과 동시에, 가로등마저 고장난 듯 깜빡거려 그 사람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단 한가지, 소녀가 본 것은 그 여인의 귀에 달려있는 귀걸이 하나였다.

소중하게 자신의 손에 감싸고 있는 귀걸이와 몹시 닮아있었다.


소녀는 잠시 생각한 듯 하다, " 여기... " 라고 말하고는 그 여인에게 내밀었다.


어둠속에서 새하얀 손이 나와 그 귀걸이를 집고는, 그 여인은 말했다.

" 찾아줘서 고마워요.."


소녀는 그 여인의 얼굴을 보기위해 올려다보고 있다, 잠깐 들어온 가로등 불빛에 그 여인의 얼굴을 보았다.


어깨를 넘는 긴 검은 머리에 슬픈 눈을 하고, 살짝 웃고 있는 여인을 보고,

소녀는 그 여인을 보고 "예쁘다.. " 라 말하며 멍하니 쳐다보았다.


다시 어두워지자, 여인은 소녀에게 말을 건냈다.

"사례를 해야되는데.. 여기는 그렇고 이쪽으로 와보실래요?"


소녀는 카페를 한번 쳐다보곤, 이내 시선을 여인 쪽으로 옮겼다.

여인이 손짓하는 데로, 소녀는 어두운 거리를 따라 나섰다.


불빛조차 비치지 않는 공업지구 근처, 그곳엔 소녀가 좋아하는 인형이 많았다.

"우와..."라 말하며 소녀는 인형쪽으로 다가갔다.


"곧.. 아침이 되겠네요.." 라는 말을 남긴 채 여인은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마리아노플은 하룻밤새 일어난 두가지 사건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카페 거리의 한 카페 간판에 목을 멘 듯한 형상의 인형이 걸려있었고,

어떤 소녀의 부모가 딸을 잃어버린 듯, 자신의 딸의 이름을 부르며 카페근처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하지만, 실종신고는 하루가 지나고, 가능했기에 마리아노플 자치대에게 찾아달라 요청할수도 없었다.


그때, 시민들은 그 간판에 매달려 있는 인형을 보며,

'소문이 사실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카페가 이곳 아니냐.', '저주받을까 겁난다.' 라는 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카페주인은 자신의 가게가 망한다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요즘 누군가가 질나쁜 장난을 한다던데.. 이것도 그 중에 하나일꺼에요!"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인형을 손으로 떼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구요 봐보세요. 이래도 무슨일 안생기잖아요?" 하며 인형의 머리부분을 발로 짓밟았다.

사람들은 인형을 보다,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않자, "그런가보네." 하며 쉬이 인정해버렸다.



시끄러웠던 낮이 지나고, 해가 점차 저물어갔다.

자치대는 경비를 강화했고, 아무런 일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듯 했다.


소녀의 부모는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마리아노플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지만,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소녀와 헤어졌던 카페에 돌아와서, 카페주인에게 '딸을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카페주인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다, 이내 끄덕이며 "도와주겠다."라 말했다.



카페주인과 부모가 카페를 나서자, 밤이 되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찾아왔다.

가로등이 깜빡거리고, 거리를 거닐은 그들에게 왠지모를 한기가 느껴졌다.


소녀의 부모와 카페주인은 한손에는 횃불 하나씩 들고, 곳곳을 샅샅이 살피며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가로등마저 나가고 이어 어떤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 찾으세요?" 그들에게 묻는 듯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듯 했다.


소녀의 부모는 보이지 않는 이에게 소녀의 이름과 특징을 말하며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에 어둠에 있는 이는 말했다.

"글쎄요.. 본적 있는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하고.." 라 말하며 앞으로 서서히 나오는 듯 했다.


가로등에 불이 잠깐 들어오자, 부모와 카페주인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풀썩 주저앉았다.


"와.. 왕자비님... " 카페주인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왕자비라..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 아름다운 목소리지만, 약간 날카로운 음색으로 그녀는 말했다.

"저.. 저희는 상관없어요.. 협박당해서 한거에요..! " 소녀의 부모 또한 말을 더듬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요즘 협박은 돈을 받고 이루어지나보네요?" 라고 말하며 소녀의 부모를 째려보다, 이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의 붉은 선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그나저나.. 누구 찾지않으셨어요?" 라 웃으며 말했다.



소녀의 부모는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멍하니 있다, 소녀의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고, 눈치를 살폈다.

"서..설마.. " 하며 소녀의 어머니는 여인을 올려다보며, 입을 손으로 가리고 울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예상한 듯 그 여인은

" 글쎄.. 내가 죽였을까.. 거기 있는 그 사람이 죽였을까?" 라 카페주인을 가리키며 비웃고는, 여인은 사라졌다.



여인이 사라지자, 그들은 다시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소녀를 찾기 시작했다.

낮에 한번 가본 장소인 공업지구, 구석에서 비릿한 내음이 풍기기 시작했다.

큰 봉제인형의 품에 작은 체구의 싸늘한 소녀의 시신이 안겨있었다.

소녀의 머리에는 붉은 피가 흘러 굳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아침이 밝자, 다시금 마리아노플은 사건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인형의 품에 안긴 아이의 시신과 함께 자살한 듯한 부모의 시신 두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형이 걸려있던 카페는, 그 후로 'Closed' 문구가 계속 걸려있다.


사람들의 소문에 의하면, 카페주인이 미치광이가 되어, 카페에서 나가지 않는다는 소문이 간간히 들렸지만,

몇 개월 후, 어떤 이의 방화사건으로 인해 그 소문 또한 묻혀지게 되었다.








P. S ) 소문은 사람의 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내용이 많기에, 시기 또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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