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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노플의 카페 거리에는 음산한 소문이 있다.
백여 년 전,그곳의 한 카페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여자가 유령이 되어 떠돌며 구석진 곳에 장신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래 왕자비로 내정되었다가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어 꿈이 좌절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리아노플 시민이라면 카페 거리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보면 모르는 체하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가 붐비던 화창한 봄날, 솔즈리드의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녀가 의자 틈새에서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한 짝을 발견했다.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간 소녀는 귀걸이를 꺼내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슬쩍 건너다보더니 말했다.
"그 사파이어 귀걸이, 당신의 귀걸이인가요?"
소녀는 깜짝 놀라 귀걸이 한 짝을 황급히 숨기며 돌아봤다.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 이였다. 마치 왕자비 간택에서 간택되어 곧 혼례를 앞둔 여인처럼.
소녀는 사파이어 귀걸이를 어쩔 수 없이 들며 말했다.
"아, 이 귀걸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 귀걸이는 제가 성인이 된 기념으로 받은 귀걸이 인데요?"
**소녀는 굉장히 무섭고 한편으로는 얼굴이 굉장히 화끈거렸지만 태어나고나서 처음으로 가져본 장신구이기에 자신도 놓치기 싫었던거같다.
먼저 말을꺼낸 여인은 굉장히 쭈뼛거리며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본인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 이였을것이다.
겨우 상황을 수습한 듯한 여인이 말을 건넸다.
"아....죄송합니다. 제가잃어버린 나머지 귀걸이와 같아서 그만...."
여인에 손에 들려있는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를 보았다. 자신이 주운 사파이어 귀걸이와 매우 흡사하였지만, 처음으로 얻은 장신구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었다.
여인도 딱히 돌려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거 같았다.다시 여인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럼...그 귀걸이의 다른 한 쪽은 잃어버리신건가요?"
응?갑자기 무슨소리를 하는거지?설마 나 같은 시골 소녀한테 이런 귀걸이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는건가?아니면 다른 이유가...?
소녀는 자신의 생각을 겨우잡고 다시 대답하였다.
"원래는 두 짝을 이 카페 안에서 다 잃어버렸는데,다행이 한 짝을 찾았어요"
여인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이내다시물어보면서,
"아...그러시구나...저도 이 근처에서 귀걸이 한 짝을 잃어버려서요...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뒤돌아서 가는가 싶더니,두어번 돌아보고 다시 갈 길을 가고를 반복하였다.
'아...그냥 돌려줄껄 그랬나?아니지,이건 내가 주웠으니 이제 내것이 아닐까?주운 사람이 임자 라는 말도 있고 말이야!'
라고 생각하더니,이내 황급히 여인을 찾아 귀걸이를 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듯이 여인을 찾아 나섰다.
'아니야 아니야.....아무리 그래도 남의 물건 일수도 있는데...아무래도 돌려주는게 좋겠지?'
해도 저물어가고,다리도 점점 아파오는데 소녀는 여인을 못 찾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 순간,
"안녕하세요?이런곳에서 또 만나네요."
아까 낮에 봤던 그 여인이였다.여인은 왠지 모를 반가움과 기대감이 있는 듯 하였다.
"그런데 이런곳엔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소녀는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아...사실은 이 귀걸이는 제것이 아니에요. 너무 가지고 싶어서 아깐 거짓말을 했습니다.그래서 돌려주러 온 것인....."
하고 말을 맺으려는 순간,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들리는 목소리일까?소녀는 무언가에 홀린 것 처럼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의 근원지엔 왠 작고 아리따운 여인이 낮은 돌담에 걸처 앉아 있었다.
"저기...누구세요?"
"나?나 말하는거야?"
"그럼 여기에 당신말고 누가있다고 그래요?지금 나랑 말장난해요?"
"지금 그 귀걸이는 뭐야?왜 니가 내 물건을 가지고있어?"
"네?이게 당신 귀걸이라는 증거라도 있어요?"
"아니,물론 증거는 없지.왜냐하면 그 귀걸이는 어떤 사람의 손에 들려있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지?분명 다른 귀걸이는 낮에 만난 여인이...
"잘 생각해 봐.그건 내 귀걸이고,그 귀걸이는 저주받은 귀걸이야.그 귀걸이를 착용하는 시간엔 아름다운 미인으로 보이지.하지만 그귀걸이를 낀 순간 부터는 불행이 시작되지."
응?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불행 이라니?
"나도 처음엔 아름다운 왕자비였지...하지만 저 귀걸이를 끼고나서부터 나는 왕자를 사랑할 수 없게되었어...그래서 나는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하였고,그 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
"사랑의 도피?그게 무슨 소리죠?"
"왕자비인 나는 무슨 일이 있든 왕자를 사랑하고 아껴야만했어...하지만 저 귀걸이를 끼고 부턴 절대로 사랑을 할 수 가없게 되었지...왕자에 대한 사랑이 식어 버린거야..."
"결국 나는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했어. 하지만 사랑의 도피를 한 지 한 달남짓 하자,왕자와 신하들이 숨어 살던 집으로처 들어왔어."
"왕자는 나를 보더니 반갑다고 하더군. 물론 눈앞 에서 죽여버리고 싶었겠지만 말이야.왕자는 이렇게 숨어 살지 말고 차라리 배를 타고 떠나라고 했어...그 동안은 내가 납치된걸로 시선을 돌려두고 말이야..."
"나는 죽이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였지...하지만 왕자는 약속을 어겼어."
"약속을 왜 어긴거죠?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왕자한테 나는 지우고 싶은 가장 큰 오점이였을테니까.왕자비가 다른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면 왕자의 대한 평판이 좋지않을테니까..."
"결국 왕자는 나와 그 남자가 타고 있는 배를 사고로 난파된 것으로 덮어두고 그 배에있던 모든사람들을 죽인거야...나는 억울해서 아직 누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있지.."
"어서 그 귀걸이를 버리는게 좋을꺼야.안버리면 너에게 불운이 올꺼야..."
소녀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앞에는 대화하고 있던 여인이 아직도 서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아...아니요.그냥 잠깐 생각좀 하느라..."
"그리고 이 귀걸이는 드릴게요.그럼 안녕히..."
소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뛰쳐 나왔다.영문도 모르는여인은 멀뚱멀뚱 서 있었다.
소녀가 일을 마치고 솔즈리드로 돌아갈려고 할때,마리아노플은 굉장히 어수선했다.
왕자비 간택 문제를 두고 바다를 항해하던 마리안 위어드윈드와 그 신하들이 탄 배가 난파되었다.
마리안 위어드윈드의 시신에서는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두 짝이 발견되었다.
마리아노플의 카페의 한쪽 구석에서 장신구를 발견했다면 모르는 체하면서 그냥 할 일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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