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이광로

"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
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
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
“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
“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
“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
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에안나 - 틈메이러



어느 덧 주변엔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앉았고, 한기가 내 몸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기를 떨쳐내고 잠을 청하려 했으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감긴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한 밤 중이었다. 낮에는 그나마 바람이 덜 부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밤이 되니 그것도 아니었다. 다시 잠을 청해보았으나 이미 달아난 잠은 오지 않았다. 결국 할 것도 없고 해서 주변이나 조심스레 살펴 보기로 하였다.

으스스한 분위기,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아까 낮에 만났던 무역상들의 말이 살며시 떠올랐다.
‘이 곳은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어 자기 전 피워두었던 모닥불을 살펴보았으나 이미 꺼진지 오래인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의 습기, 한기라면 금방 꺼질만도 할 테니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어둠 속을 걷고 있자니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저 본능과는 다르게 발걸음이 떨어지는 대로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울툴불퉁했던 발바닥의 감촉은 어느덧 부드러운 풀밭으로 바뀌어있었고, 내 몸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걸어오는 동안 내 눈에 보였던 것은 맹수로 추정되는 번뜩이는 눈 두 개들 뿐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 맹수들은 분명 나를 보았을텐데 나에게 달려들거나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꽤나 시간이 흐른 것으로 짐작이 되었으나 아직 주변은 컴컴함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때 어딘가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두 명이었다. 남자와 여자.
정확히 어디에서 들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들릴 듯 말듯 그들의 대화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 사랑해.... 죽어... 변치...”
“응 나도......................”
‘...사랑해? 죽어?’

얼핏 듣기에도 심상치 않은 대화 내용이었다. 아마 이 두 사람은 무언가 안 좋은 선택을 하려 함이 틀림 없었다. 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두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 이런 성격이 아니었지만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물불 가리지 않고 사방을 헤짚으며 뛰어다녔다.

“이보시오! 어디있는거요!”

그런데 내가 아무리 뛰고 또 뛰어도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가까워지거나 멀어지지 않고 처음 소리 크기 그대로였다. 아직 이 둘은 비슷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기에 난 오직 이들의 자살만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땅이 푹 꺼지면서 알 수 없는 힘이 날 끌기 시작했고, 어느 덧 딱딱한 땅이 아닌 차디찬 물 속에 빠져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라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아등바등 헤엄을 쳤다. 허나 내가 헤엄치는 힘은 나를 끌어당기는 힘에 비해 턱 없이 부족했고 속수무책으로 물 속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살려주시오! 아무도 없소!! 살려주시오!!!!!!!!”

--------------------------------------------------------------------------------------------------------------------------------

“이봐요, 이봐요!”

누군가의 부름에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눈을 떠 보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은색 빛깔이 도는 갑옷을 차려입은 사내 얼굴이 내 눈 앞에 떡하니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하아... 여긴 어디오? 나 살아있는것이오?"
"여기는 푸른 송곳니 부락입니다. 당신 그 밤 중에 강 속에서 뭐하고 있던겁니까?"

푸른 송곳니 부락? 여기는 초원의 띠가 아닌가?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 내가 있던 곳은 물안개 마을이며, 난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어온 것도 아닌데, 왜 한참 멀리 떨어진 초원의 띠까지 오게 되었는지 나 조차도 의문이라고..

"아! 혹시 날 구해주면서 주변에 남녀 한 쌍을 보지 못했소?"
"남녀 한 쌍? 당신도 그 소리를 들은겁니까?"

갑옷을 입은 사내가 얘기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존 물안개 마을은 과거 악덕 무역상들, 그리고 그 배후 세력에게 망가지고 폐허가 된지 오래이며, 그 와중에 당장 약혼을 앞에 둔 남녀 한 쌍은 서로를 보호하려다 그만 그들이 칼질에 잔인하게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나서 시체를 마차 안에 담아두고 초원의 띠를 지날 때 초원의 심장에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후 밤마다 사람에 대한 증오,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채 어제의 나처럼 사람들을 초원의 심장으로 불러 물 속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무역상은 이 곳을 지나가다 이들에게 홀려 죽었으며,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나마 다행으로 이 사내(정확히 말하면 경비병)가 구출해내었다고 한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돌탑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 당신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지요. 그래서 곳곳에 돌탑을 만들어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있습니다. 꼭 기도를 하고 가셔야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실껍니다.”

경비병의 말을 들은 후 한 동안 멍하고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밝은 대낮에 본 내 모습은 영락없는 개판이었다. 온 몸에 진흙탕 물이 묻고 굳어버려 전쟁을 피해 피난가는 사람이 따로 없었다. 정리를 끝내고 부랴부랴 발길을 옮기는 내 등 뒤로 경비 청년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흠.. 그런데 물안개 마을은 발길이 끊긴지 오래일텐데.. 이상하군...”







쓰다보니 2400자정도 되는듯 합니다 - ㅅ-)
아르바이트 하다가 심심하고 할 것도 없고 해서
부랴부랴 작성해서 올려봅니다
아무리 글을 잘쓰는 사람이라해도 2천자 내외로 무언가 표현하기에는 짦은 감이 많네요 ㅠ_ㅠ
당첨 안되면 말고! 에잉

소설응모

태그는 148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
1 ... 12 13 14 15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