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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요약 정리: 서대륙 귀족층이 주축이 되어 정치적인 목적으로 엄청나게 돈지랄해서 연 행사! 일명 하얀 숲 봄꽃 축제가 향기로운 들판 부근에서 개최됩니다.
전 대륙의 봄꽃을 전시하고 사고 팔고 심고 뽑고 뜯고 맛보고 이벤트 열고~ 하는 등등의 축제입니다. 주요 주최자는 자칭 꽃 품종 개량(오늘날로 따지자면 유전자 조작 되시겠음)의 전문가이며 하얀 숲 자작나무 마을 제일의 세력가 오캄 남작입니다. 이 축제에 꽃에 환장하는 한 다루가 참여하면서 그의 초점에서 축제의 이모저모 등등을 묘사한 기록을 남기게 되는데......




원본

#1
꽃을 좋아하는 한 다루족이 있었다.
그는 올챙이 시절부터 이상하리만큼 꽃을 좋아했다.
다른 다루들이 비행선에 관심을 보일 때, 그는 하늬 마루에서 자라는 모든 꽃을 찾아 도감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의 꿈은 세상 모든 꽃을 찾아 이름을 지어주고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다루는 하늬 마루 밖으로 나가 대외 업무를 하라고 임명받았다.
하늬 마루 밖의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루는 체온 조절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그에게 하늬 마루 밖을 나가는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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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날 아침 하늬 마루에 한 장의 공문이 도착할 때까지 출발하지 않았던 건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마리아노플에서 하얀 숲 봄꽃 축제에 꽃에 조예 있는 전문가 다루를 급히 초청한다는 것이다.
그의 꿈을 알고 있던 하늬 마루의 원로들은 축제 참석 및 정보 수집을 하늬 마루를 갓 떠나는 그의 첫 대외 업무로 맡겨주었다. 다루는 뛸 듯이 기뻐하며 하얀 숲으로 향했다.


#3
마리아노플 서북쪽에 위치한 하얀 숲은 평소에 인구 수가 별로 없는 한적한 지역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달랐다. 이 지역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적은 아마 누이아 대륙으로의 대이주 사건 이후로 처음이었을 것이다.
마차 한 번 타면 도착인 마리아노플 사람들을 비롯해 공간의 틈을 넘어오는 하리하라 대륙 사람들 및 엘프와 드워프까지, 온 종족이 축제가 열리는 하얀 숲 향기로운 들판 부근에 몰려들었다. 축제가 열리는 벌판 인근의 자작나무 마을과 인근의 주거 지역 주택들은 축제를 즐기러오는 투숙객들로 꽉꽉 들어찼다.
마리아노플부터 하얀 숲에 이르는 순환마차 길은 꽃나무로 장식되었고 마차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짜리몽땅한 다루가 이런 엄청난 축제 인파에 치이지 않은 건 축제 주요 주최자 중의 한 명인 오캄 남작에게 귀빈 대접을 받은 탓이다.


#4
오캄 남작은 꽃의 품종 개량에 관심이 많은 자로, 이번 축제에서 가능한 한 많은 꽃들을 선보이고 싶어 했다. 하늬 마루에 꽃 전문가 초청 요청이 들어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다루는 오캄 남작과 각자 자신이 만든 꽃 도감을 교환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세상의 모든 꽃들을 찾을 생각만 하던 다루에게 오캄 남작은 꽃을 창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꽃을 품종 개량하거나 개발해 새로운 종을 창조하여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연금술 염료 및 포션의 재료로 사용되는 꽃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축제에 온 사람들은 다들 한 번씩 그의 꽃 품종 합성해보기 대회에 참석해 봄 축제 주화를 받아갔는데, 그는 이런 행사를 통해 막대한 돈도 벌고 품종 개량에 대한 영감과 착상을 얻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5
오캄 남작을 품종 개량 분야의 경쟁자로 생각하는 일부 마을 주민들과 녹색 기사단이란 자들은 이 대회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들은 하나같이 오캄 남작 몰래 다루를 붙잡고 열변을 토해냈다.
마을 주민 몇은 개발 구상 및 권리를 오캄 남작에게 도둑질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녹색 기사단은 품종 개량 꽃들의 인체 유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생물은 인위적인 조작이 아닌 신이 애초부터 정한 자연 발달 도태 과정을 거치는 게 옳다고 목청을 높였다.
다루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기록해 두었다. 오캄 남작 몰래 행사장에 똥이 뿌려지거나 합성 재료에 이상한 게 섞여서 작은 폭팔이 일어나는 등 소소한 소동도 있었지만 축제 일정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6
오캄 남작의 상술은 축제의 축이 된 또 다른 행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는데 그건 바로 그가 기획한 ‘꽃 나룻배 기원제’였다. 행사 과정은 간단했다. 자작나무 마을 나루터에서 꽃을 가득 담은 나룻배를 띄워 미망인의 여울목까지 흘려보내며, 과거의 회한을 정리하고 미래의 행복을 기원한다. 문제는 나룻배에서 싣는 꽃을 축제 개최 측 가판대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노골적인 상술에도 불구하고, 가판대의 꽃은 시도 때도 없는 매진이 걱정될 정도로 날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꽃 나룻배 기원제에 참석한 사람들에겐 꼭 크든 작든 행운이 반드시 찾아왔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축제의 필수 코스가 된 것이다.
꽃 나룻배 띄우고 도박에서 크게 한 건 했다는 주정뱅이들의 수다를 축제 주점에서 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꽃값도 저렴했기 때문에 그냥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7
다루는 축제 속에서 꽃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에 대해 배웠다. 화려한 축제 이면에 흐르는 거대한 자금의 흐름과 욕망, 세태의 일면은 이제 갓 하늬 마루를 나온 그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러나 어쨌든 꽃들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어디를 둘러보든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꽃들이 표본으로 전시되어 있거나 떼를 지어 피어 있었다. 다루는 끊임없이 보았고 매혹되었고 감동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대외 업무인 정보 수집 또한 잊지 않았다.


#8
사람들이 심은 축제의 꽃들로 하얀 숲에는 온갖 색채가 넘쳐났다. 축제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포착하는 그림 대회도 열렸다. 곳곳에서 그림 그리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하리하란은 깨진 거울 바다가 보이는 골짜기에 수천 송이의 꽃을 사다 심었다. 여름잎 강은 기원제 나룻배가 끊임없이 띄워지며 꽃잎이 흐르는 강이 되었다.


#9
그 많은 행사들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축제 마지막 날 밤의 불꽃놀이였다. 축제 기간 중 정기적으로 계속 불꽃놀이가 있었지만 마지막 날의 불꽃놀이는 역대 존재했던 모든 불꽃놀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엘프의 마법과 드워프의 기술이 합쳐지고, 마리아노플의 왕비를 배출하는 세 가문을 주축으로 한 서대륙 귀족들이 천문학적인 거금을 퍼부은 덕분이었다.
축제 마지막 날 밤 행사장 남쪽에는 관람탑이 설치되었지만 축제 인파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늦게 온 사람들은 행사장 천막으로 올라가거나 인근의 언덕에 자리를 잡았고 날틀을 타고 하늘을 빙빙 돌며 조금이라도 더 높이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기 위해 애썼다.


#10
그 날 다루는 투숙하고 있던 2층 집의 테라스에 나와서 불꽃놀이를 보았다. 이 집 주인은 축제 기간 내내 도통 시끄러워서 살 수 없다고 끊임없이 투덜댔는데, 다루도 ‘시끄럽다’는 것 만큼은 공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이 세워져 있는 언덕은 자작나무 마을 바로 옆이고 축제 행사장 바로 인근이라 소음이 그대로 다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벽에 가까운 산언덕 끝에 세워져 있어서 전망은 매우 좋았다. 테라스의 서쪽으론 여름잎 강 수원지인 거대한 폭포가 험준한 산세와 더불어 장엄함을 자랑했고, 남쪽으론 향기로운 벌판에 면해 축제 행사장 전체가, 동쪽으론 자작나무 마을과 마리아노플로 이어지는 꽃길이 한 눈에 들어왔다. 어찌 보면 불꽃놀이를 보기엔 관람탑만큼 좋은 장소라 이 집엔 다루 이외에도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렸다. 집주인은 투덜대면서도 별 수 없이 관람객들을 위해 지붕에 상자며 의자를 설치했다.



#11
불꽃놀이는 대형 불꽃놀이 주제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무난한 ‘퍼져나가는 민들레 씨’로 시작하며 절정을 향해 나아갔다. 날틀을 타고 날아다니던 사람들은 날틀 연막을 내뿜으며 하늘의 불꽃과 어울려 에어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전에 있던 몇 차례 불꽃놀이에서 연습이 된 탓인지 제법 호흡이 잘 어울렸다.
그날의 불꽃놀이를 다루는 제대로 기록할 수 없었다. 아는 말이 다루족 말과 서대륙 공용어 뿐이지만, 고대의 이프니쉬는 물론 어떤 언어로도 이 아름다움은 형용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건 또 다른 빛의 꽃이었다.


#12
불꽃놀이가 끝난 후, 축제 기간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야광화의 불빛이 은은하게 벌판을 수놓고 있는 걸 바라보며 다루는 옆에 앉은 집주인 누이안에게 축제 기간 내내 마음 한 켠에 밀어놓았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꽃을 정말 사랑한다루루.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을 알고 싶었다루루. 이름을 지어주고 도감을 완성하면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루루. 그런데 오캄 남작이란 누이안은 그게 꽃을 아는 방법의 전부가 아니라 말했다루루.”
그리고 오캄 남작의 도감과 자신의 기록들을 보여주며 마을 주민들, 녹색 기사단의 이야기를 했다.
“하늬 마루 바깥의 꽃들은 정말 놀라웠다루루. 그중에서도 만들어진 꽃에 대한 얘기는 더욱 그렇다루루.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이냐루루? 너의 생각이 듣고 싶다루루.”


#13
집주인 누이안은 얼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난 연금술사야. 연금술 재료가 되는 꽃잎들이 개발되거나 품질이 좋아질수록 내겐 좋은 일이지. 그래서 품종개량에 대한 내 의견이 객관적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 동네 찬반 측 사람들에 대해선 한마디 해줄 수 있지. 오캄 남작은 품종 개량이 새로운 종을 개발해 생물 다양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야.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품종 개량 과정 자체에는 상품성에 가장 이득이 되는 종만 살아남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거든. 녹색 기사단은 언뜻 보기엔 그럴 듯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자들은 애초에 은사시 전염병 어쩌고 하면서 불 지르고 다니는 이상한 놈들이야. 신이 정한 자연 발달 도태에 조작을 가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자기네들 입맛에 안 맞으면 가장 먼저 조작을 시도할 놈들이라니까?”


#14
다루는 집주인 누이안의 말을 기억해 두었다. 그는 불꽃놀이를 돈지랄이라고 하면서도, 여름잎 강 꽃잎을 줍고 야광화 불빛을 쬐며 피리 소리를 불꽃이 수놓던 하늘에 날려 보내던 사람이었다. 다루족들도 그처럼 모순적인 때가 있었다. 다른 존재들은 어떨까. 나는 어떨까.


#15
다루는 끊임없이 질문했고 모든 들리는 이야기들을 귀담아 들었다. 하늬 마루를 나와 이렇게 세상을 여행하며 대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이 정말 기뻤다. 그는 여전히 꽃을 사랑했다. 아직 만들어진 꽃에 대한 자신의 모순된 마음에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손길이 머리에서 생겨날 즈음에는 조금 더 깨달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 다루족은 소망 하나를 마음 한켠에 더 추가했다.
다루는 다시 도감을 챙겨들었다. 하늬 마루에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그리고 어머니의 품에 돌아가기 전까지, 꽃을 찾고 꽃을 알고 꽃을 사랑하는 여정을 떠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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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오캄 남작은 하얀숲 자작나무 마을에(자기 집도 따로 있음), 녹색 기사단은 자작나무 마을 인근과 거대한 벌집 지역 근처에 있는 NPC임.


  • Nighthawk @크라켄 | 55레벨 | 정신 파괴자 | 누이안
    뭔가 질서정연하면서도 잔잔하고 읽기 무척 편했어요 :)
    2014-10-25 09:53
  • Nighthawk @크라켄 | 55레벨 | 정신 파괴자 | 누이안
    (그러고보니 인게임에서 책으로 만들기에 아주 편리한 구성이네요 ㅎㅎ)
    2014-10-25 11:10
  • 카리나스 @루키우스 | 52레벨 | 파괴의 현 | 누이안
    가독성에 신경썼는데 읽기 편했다니 다행이네요 :)
    2014-10-25 13:19
  • Nighthawk @크라켄 | 55레벨 | 정신 파괴자 | 누이안 카리나스 @루키우스
    ^^
    2014-10-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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