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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응모] 이오른 - 기다리다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파도가 백사장에 쓰러진 몸을 두드린다.
폭음 뒤의 숙취 같은 무거운 기운이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본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나는...
내 이름은 이요르!
마리안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로의 시험에 도전한 상태였어.
그런데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미로의 시험에 도전한 뒤의 기억이 전혀 없다.
짙은 안갯속에서 손을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답답하다.
마리안 위어드윈드!
그녀를 만나면 이 답답한 마음이 금방 해결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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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 마리안과의 약속]


"마리안 위어드윈드!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나의 고백에 돌아온건 말없이 남겨져 있는 그녀의 쪽지 한장뿐이었다.

'이요르, 우리 마을의 전설로 불리는 미로의 시험에 도전해주세요.

시험에 성공한다면 대답을 하겠어요...'

- 마리안 위어드윈드-


"난 왜 여기에 쓰러진거지... 왜 하늘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거지..."

저벅 저벅
한 어부가 다가온다.

"이요르...
힘내고 어서 기운차리거라..."

이제서야 어부가 누군지 기억이 난다.
1년전쯤 이 섬으로 이사오신 어릴적부터 나와 오키나드를 돌봐준 할아버지였다.

"예, 델피나드 할아버지..."

나는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CHAPTER 2 : 오키드나의 선물]


여기는 동틀녘 반도 햇무리 마을.
태어났을때부터 마리안과 함께 자란 고향이다.

"이요르, 괜찮니?"
"이녀석 오늘도 흠뻑 젖었구나."

걱정해주시는 마을 사람들.
안타까운 눈빛이 등뒤로 아련히 전해진다.
난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인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걱정끼쳐 죄송합니다..'

끼익, 탁!

"어서오세요. 오라버니"
"다녀왔어 오키드나, 오늘도 미안"

동생과 인사만 나눈채 집 지붕위에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무엇이 잘못된걸까.. 아련히 스치는 마리안의 눈물, 아침에 보았던 오키드나의 화사하지만 슬픔을 간직한 미소.
난 반드시 미로의 시험에 성공하여 마리안을 만나 대답을 듣고자 한다.

"오라버니, 잠시 내려오시겠어요?"

내 상념을 멈추는 아름다운 목소리, 오키드나다.

"응, 오키드나. 무슨일이야?"
"오라버니, 이걸 드릴려고 해요."

초록색과 노란색, 그리고 파란색이 예쁘게 교차한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팔찌였다.

"다시 시험에 도전할 때 이 팔찌를 가지고 도전해주시겠어요?"
"오키드나가 준건데 당연히 차야지, 고마워."
"네, 잘 다녀와요, 오라버니... 늘 곁에 있겠습니다."

슬픔이 묻어나는 오라버니라는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 천천히 사라지는 오키드나.
마지막에 중얼거린 말은 무슨 의미인지 이때까진 알아차리지 못했다.

'걱정하지마 오키드나, 반드시 해낼게!'

이번엔 성공하리라 다짐하며 오키드나가 선물한 팔찌를 어루만졌다.



[CHAPTER 3 : 미로의 시험, 그 끝자락엔]


돌격, 3단 베기! 결정타!! 그리고 마지막이다. 어둠의 일격!!!
후욱 후욱 후욱..... 하아...... 그때!

"뒤에서 기습을 할 줄이야!"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물러서기를 한 후? 폭풍 가르기를 팍! 끝.

미로의 시험, 그곳은 햇무리 마을 북서쪽에 위치한 금지된 해안이었다.

하아... 하아악... 하아...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나, 잠시 숨을 고른 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낯설지 않은 익숙한 느낌의 작은 상자, 웬지 열어서는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마리안의 대답이 이 상자에 들어있는 것인가?"
갑자기 머리가 지끈 아파오지만 마리안의 대답이 궁금했다.

끼익.
상자를 열어보니 뒤집혀져 있는 작은 액자와 마구 구겨진 종이가 보였다.

구깃한 종이를 펴니 빗방울에 젖어 번진 글자들이 보였고, 이내 편지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크기의 빗방울이 편지 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물이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이요르, 이요르 위어드윈드..

이 한줄의 글로 이요르가 모든걸 이해해주리라 마리안은 믿고 있어요.

언제나 밝고 순수한 사람.

늘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을거에요, 언제나 빛나는 오키드나 언니를 기억해주세요.

상자안의 물건을 다시 가져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마을로 돌아갈게요.'

- 마리안 위어드윈드 -

속박해제! 표효!
으아아악! 나는 미친사람처럼 허공에 칼을 마구마구 휘저었다.

그렇게 한참을 휘둘렀을까.

"흑흑.. 마리안.. 오키드나.. 마리안... 오키드나...."

나는 서둘러 액자를 들었다.

툭.
액자에 붙어있던 미로의 시험에 도전하기 전 오키드나에게 선물받은 것과 같은 똑같은 팔찌가 바닥에 떨어진다.

- 샤라라랑~ 과거 회상 1 -

"이요르 오빠랑 오키드나 언니 정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만들어봤어, 어때 예쁘지?"

"마리안 정말 고마워 평생 소중히 간직할께~"

"헤헤 오키드나 언니 항상 행복해야해."


- 샤라라랑~ 과거 회상 2 -

"할아버지 이요르가... 이요르가 눈을 안떠요!"

"이요르 정신차리거라 철썩 철썩"

"으어어억... 델피나드 할아버지...

부모님이랑 제 동생 오키드나는 어떻게 된건가요!!"

"아... 아니 뭐라고! 동생 오키드나라니... 오키드나라면 뒤에 있네만..."

모두들 어리둥절한 모습.

"오키드나 살았구나 다행이다. 부모님은!"

"아... 저... 그게... 부모님들은 바다벌레랑 싸우시다가 그만..."


- 샤라라랑~ 과거 회상 1,2 끝 -

어릴적 사고로 인해 내 기억속에서 마리안과 오키드나가 바뀌어버린 것이었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나는 정혼자였던 오키드나 대신 동생인 마리안에게 청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차마 내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동생 마리안은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동안 오키드나가 마리안을 대신해서 날 보살펴 준 것이었다.

나는 몇년간 무수히 많은 미로의 시험에 도전했고, 매번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청난 폭음으로 기억을 지워왔던 것이었다.
그렇게 동틀녘 반도 앞 섬까지 쓸려가서야 정신을 차렸고, 보다 못한 델피나드 할아버지가 섬으로 이사와 매번 나를 챙겨주셨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액자를 바라보았고 액자속엔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 어릴적의 나, 그리고... 그리고 마리안...'

'늘 곁에 있겠습니다.'
어제 오키드나가 중얼거리며 했던 말이 아련히 내 귓가에 맴돈다.



[CHAPTER 4 : 오키드나에게로]


동틀녘 마을 입구.
오늘은 미로의 시험이 끝나고 델피나드 할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붙잡아 준 팔찌와 상자를 품에 간직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요르, 오늘은 좀 다른 것 같구나."
"이녀석 젖지 않는 날도 있네. 힘내거라."

여전히 나를 걱정해주시는 마을 사람들.
안타까운 눈빛과 희망의 눈빛이 교차하여 나의 등뒤로 전해진다.
난 고개를 숙인채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몇걸음 더 걸었을까 집앞에 서 있는 오키드나가 내 시야에 들어온다.

'늘 곁에 있겠습니다.'
'오키드나...'

나는 그대로 멈춰선 채 한참을 오키드나를 바라보았고,
오키드나 또한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어리둥절 하면서도 내 눈빛을 놓치지 않고 지긋이 응시했다.

한참을 둘이서 그렇게 바라보았을까...
오키드나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내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곧바로 울기 시작했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울었고 천천히 오키드나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중히 가슴에 끌어안았다.

"다녀왔어, 오키드나..."
"어서오세요, 오라버니... 아니... 이요르..."

한참을 끌어안고 울던 우리 두 사람은 잠시 떨어져 호흡을 가다듬고 이내 열정의 소용돌이에 온 몸을 맡겼다.



[CHAPTER 5 : 해피 엔딩]


그렇게 기억을 찾은 나와, 나의 정혼자 오키드나.
그리고 오매불망 오라버니의 소식을 기다리던 마리안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두 사람은 모두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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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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