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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무는 그동안 맡았던 다른 임무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원정대장으로부터 극비리에 전달받은 지령서에는 의뢰에 대한 내용이 일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S급, 태양이 눈을 감을 때, 로카 구름 협곡 B3. 즉시 파기.

나는 수백가지 암호와 약어가 빼곡히 적혀있던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B3 가 도대체 어디야. 대장은 정말 그걸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미 여러곳을 이동하며 허탕을 쳤기 때문에, 나는 점점 무거워 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근처의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성을 발견했다.
빠르게 다가가 살펴보니 남자는 숨이 끊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평범한 행상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손에 쥔 듯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푸른 소금 상회의 사람인가... 이건 뭐지?'

그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작은 돌 조각일 뿐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와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무언가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돌 조각을 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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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조각을 품에 넣고 걷기 시작하자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쓰러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 조각은 사라졌고, 나는 낯선 곳으로 이동이 되어 있었다.
'대체 여기가 어디지?'

놀랍게도 그 곳은 물 속이었다.
'심해?'
눈 앞에 서 있는 푯말에는 '심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좀 더 둘러보기 위하여, 이동을 서둘렀다.
'대체 이게 뭐지?'
심해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서로에게 하고 있었다.
"브론즈 주제에 어디서 까불어"
"난 던진다. 이유는 없다. 기분이 좋지 않거든"
"아 형 왜그래요. 우리 잘해봐요"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그 곳은 소환사의 협곡에 위치한 브론즈 3구역이었던 것이다.

1분 30초에 한번씩 열리는 소환사의 협곡에 향하는 문으로 10명씩 빨려들어갔으나,
그곳을 탈출한 이는 본 적이 없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다.
1년간 고통에 시달리던 나는, 피폐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하여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몽롱한 상태로 허우적거리며 방황 하다가 우연히 "제어판"이라는 지역을 발견하였다.

그 곳에 도착한 순간 과거 원정대장에게 전달 받았던 지령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령서에는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 프로그램이라는 건물을 찾아 파괴하고, 사람들을 해방시켜라.
그리고 전하라.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사냥을 하면 보따리 1만개, 비법서 20개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번 임무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원정대원을 모집하여 원정대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었다.
임무를 명확하게 파악하니, 사명감에 힘이 솟았다.

그날 밤 나는 제어판 지역에 잠입하여 프로그램 건물을 찾았다.
파괴의 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쥐 폭탄'을 던지니 건물은 곧 파괴 되었다.

건물이 폭파되는 순간 브론즈 3구역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로카의 장기말'로 소환이 되었다.
거기에는 과거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임무를 잘 완수하셨군요. 감사합니다. 건물이 파괴되는 순간 누이 여신께서 다시 생명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보답의 의미로 선물을 드려야 겠네요"

그는 내게 행운이 담겨 있는 것 같이 보이는 붉은색, 푸른색, 녹색 돌맹이들과 빈 주문서를 주었다.
그리고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대실패는 대성공의 어머니입니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건투를 빕니다.

무언가 정신 건강에 금이 갈 것만 같은 상황이 올 것임을 직감한 나는,
편지의 내용을 마음 속에 새기며,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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