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
그렇게 얼마나 지난 것인지 모를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갑자기 내가 누워있는 봉우리를 주변으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난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검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몬스터라 하기엔 구슬픈 소리지만 어떻게 들으면 어떠한 몬스터보다도 더욱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울음이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산봉우리 사이로 지나는 바람소리일까?
아니면 누군가 이곳에서 우는 것일까?
진짜 귀신인가?

"사람이라면 도와줘야 하겠지만...사람이 아니라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하지?
정말 귀신이라면?"

뭐...어떻게든 되겠지.

친구놈들이랑 무너진 마법사의 탑에 놀러갔을 때
천 쪼가리에 기절을 했지.

그때보단 나아진건가?
난 옛날을 회상하면서 천천히...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을만큼 조용하게 무기을 꺼냈다.
차가운 비탄...이 울음소리에 걸맞는 칼이군.

"이별은 이처럼 달콤한 슬픔이기에 내일이 될 때까지 안녕을 말하네."

마치 한 곡의 노래인 듯이 흥얼거리며 뽑은 도 한자루가 달빛을 반사해 푸른색으로 빛난다.
비운의 천재 시인 루키우스 퀸토의 시를 읊조리고 왼쪽 허리에 있는
검 뜨거운 맹세를 꺼내들었다.
도와 검을 들고 서로를 향해 교차하자 두개는 마치 처음부터 서로가 하나였다는 듯이 한개의 거대한 검으로 변해갔다.
맹세와 그것을 이루지 못한 비탄.
두개의 검은 달콤한 슬픔으로 변해 내 손에 있다.
전장에서 수 많은 자들의 피로 씻은 녀석이 있으니 어렸을 때의 기억과 지금의 상황까지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같다.

"뭐...해보자고."

난 창백한 얼굴로 창백한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그곳으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누구냐!"

비장하게 달려들었지만 내가 뛰어간 목적지에는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소리였군."

다행이다. 내 손이 절어버릴만큼 땀 범벅이 되지는 않았군.

그때 뒤쪽에서 똑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바람따위에 내가 무서울 거같아!"

장난스럽게 뒤를 돌아본 나는 더 이상 장난스러울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린 나의 코끝 바로 앞에 한 여인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입을 열었다.

"무...무서울...거..같..아...?"

난 그때 맹세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했다.
전장에서도 결투에서도 이렇게 긴장된 적이 없었다.
난 그때 과거 폐허가 된 마법사의 탑에 친구들과 올라간 아이가 된 것처럼.
그곳에서 펄럭거리는 한조각의 천에 기절한 꼬마가 되어 있었다.

"내...가..무..서워요...?"

코끝에 차늘한 입김이 서리처럼 불어왔다.

"왜...?"

"그...그건..."

아 이건 내 목소리다.
미친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한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 그때는 기절은 안했다.

"다...당신으..은..귀...신..이니까."

여인은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귀신도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게 신기했지만 그때는 관심도 없었던 것같다.
오로지 이빨의 떨림을 멈추고 싶었고, 눈앞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싶었고, 상인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간절하게 반성하고 있었으니까.

"그...그러니깐...당신은 죽은..사람...이니까."

"죽어...내가..죽어요?"

"그래요..."

"난..살아..있어요.."

아, 이 여자가 자신이 죽은지 모르구나.
난 그때 내 앞에 서있는
(솔찍히 서있는지 날아다니고 있는지 못봤다.)
여자가 불쌍해졌다.
그제서야 온몸의 떨림이 멈추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입술이 안떨렸거든.
난 기적적으로 들어올린 검을 서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왜 울고 있었죠?"

"한..남자가..한남자가...있었어요.
내..내가...항상 바라보았던..남자였죠.."

여인은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언젠가부터...그가..보이지 않았어요..
한번 화..를내고..보이지가..않았어요.
그래서...울었어요..."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울고 있었다.
내가 왜 울고 있는지도 모른채 울었다.
내가 마치 내 앞의 그녀가 된듯이...
서글픈 느낌이 날 사로잡았다.
그녀에게 해줄 어떠한 위로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훌륭한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난...죽었군요."

"그렇습니다."

"더...더..이상..그를 볼 수는 없겠죠..."

"어쩌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죠."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비극일지도 모른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사람에게 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그녀는 그것을 알고도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는 것.
난 그녀의 슬픔을 안 것처럼 그녀의 사랑을 느낀 것일까?
하지만 슬픔과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구슬피 울었다.

"난 그를 기다릴 거에요...언제까지든지..."

그말을 끝으로 날이 밝아왔고, 그녀는 봉우리를 스쳐지나가는 한줄기 바람같이 스러져갔다.

이것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끝내겠소.

이 이야기가 천국이란 곳은 존재하지 않다는 나의 주관적인 주장의 근거이오.
존재한다면 그녀에게 천국은 그의 곁이겠지.
그가 그녀를 죽게 했는지 그라는 남자가 떠나가 그녀가 죽게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아무런 분노도 느끼지 않았소.
다만 한 남자를 기다린다는 마음뿐이었지.
편지에 적어보내는 이 비극적이고 극적인 사랑에 힘입어 이러한 한 여인의 이야기가 내가 당신에게 나의 천국은 어떠한 상황에도 당신이라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천국에 대한 것과 함께 주관적인 나의 생각에 대한 근거요.
이 편지가 비극적일지 극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소.
만약 내 의견을 존중한다면 우리가 처음만났던 곳.
수많은 봉우리들이 메아리치는 그곳으로 와주시길 간절히 빌겠소.
당신을 위해 나의 검중 뜨거운 맹세를 당신께 보내겠소.
두개의 검이 다시 합쳐지는 날 난 그 검의 이름인 달콤한 슬픔이라는 이름에서 슬픔을 제외할 것을 맹세하겠소.
이만 편지를 마무리하겠소. 좋은 밤되시오.

-하르카 반 투르.

소설응모

태그는 148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
1 ... 9 10 11 12 13 14 15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