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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깊숙한 곳, 전 대륙의 의뢰를 받아 우수한 물건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비밀스런 장소.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 역시 몇이 되지 않으며, 이곳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사건의 그 날.
이슈바라 승전 축제 선물로 지급했던 고양이 가구에 문제가 생겨 한바탕 난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는 한 달에 한 번쯤 찾아와 여러 곳에서 받은 의뢰들을 전해주는 가구 상인들뿐인데, 그 날 이곳을
찾아온 아리폰 역시 그 일로 찾아왔을 거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아리폰의 곁엔 수상한 행색을 한 이가 서 있었고, 아리폰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벌벌 떨며 우리를 가리켰다.
"…저…저자들입니다."
그러자 아리폰과 함께 들어온 낯선 방문자는 아리폰 허리에 겨누고 있던 칼 끝을 우리에게로 돌리며 마른 입술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낯선 방문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네녀석들... 지금은 비록 이런 으슥한 곳에 숨어서 가구따위나 찍어대고 있지만... 예전에는 꽤나 이름 날리던 무기 장인들이라지? 그러니까 이름이..."
낯선 방문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생각났다는 듯 가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17공방."
가온은 낯선 방문자의 일행은 없나 살펴보았지만,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신으로 찾아오다니,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이니스테르 참극 이후 무기 제작에서 손을 땐 가온 일행들은 산 속으로 숨어들어 가구나 인형 같은 소소한 물품을 만들며 과거를 참회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방문자는 그런 가온들의 참회를 방해할 생각인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네녀석들이 만든 무기에 사라져간 생명의 수는 알고있나?"
낯선 방문자는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이제 시시한 가구제작은 때려치고,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낯선 방문자의 오른손이 기이하게 움직인다. 그에 따라 손에 들린 칼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림 그리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피를 수놓는다.
아리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에 찬 얼굴로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자, 어서 시작하지 않으면 하나씩 일손이 줄어든다고?"
가온은 바드득 이를 갈았다. 움직임을 볼때 보통이 아니다.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제작 장인. 싸움에는 익숙치않다. 적은 하나라고 해도 승산은...
무기를 만들어야하는가? 또 다시 그런 참극을 일으켜야 하는가?
가온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싫다. 다시는 그런 일을 하고싶지 않다.
그렇지만... 하지 않으면 동료가 죽는다. 그것도 싫다.
어떻게 해야할까? 도대체... 여기서 어떤 선택을...

예전에, 제 17공방은 이니스테르 번화가에 위치해있던 유명한 대장간이었다. 단검 제작 장인 가온, 한손 도 제작 장인 시온, 한손 둔기 제작 장인 아니코로 등 수 많은 장인들은 각각 잘 만드는 무기의 종류가 달랐고, 그에 대해서는 하리하라 대륙 정점에 위치해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같았고, 뜻이 같았기에 같은 대장간에서 친구처럼 지내며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누이아를 벌할 무기를, 하리하라를 지킬 방패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무기로 그들의 종족을 지킨다. 종족의 사념을 지닌 그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무기가 그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었다. ... 그래, 한 페레가 이니스테르에서 대 학살을 하기 전 까지.
그 페레는 멍청하게 가만히 있는 먹잇감을 두고 굳이 어려운 맹수를 사냥할 필요가 있냐는 유언을 남기고 처형되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하고싶지 않아.

가온은 동료들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도 가온의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념에 찬 눈빛. 어차피 적은 하나. 두려울 건 없다.
가온은 나무를 자르던 단검을 고쳐쥐었다. 그 신호에 따라 동료들도 일제히 움직인다. 어차피 적은 하나...!

"저 왔어요~"
루나코코는 해맑게 웃으며 입장했다. 자신 외에 다른 손님이 있었지만, 귀여운 나리야나 인형을 수선하려면 그만한 시간 투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낯선 방문자는 그 짧은 순간에 루나코코를 인질로 잡고 공방원들을 협박하기로 했다.
그 순간...!
휘익-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날아와 낯선 방문자에 부딪혔고, 방문자는 그 충격으로 벽까지 날아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헤헷! 나는 줄 따위 안 설거야!"
"시루리아?!"

  • 늘보 @레비아탄 | 55레벨 | 첩자 | 하리하란
    멍 게소리야
    2014-10-26 19:46
  • 뚜쉬뚜쉬 @안탈론 | 55레벨 | 은둔자 | 엘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나님 인질잼ㅋㅋㅋㅋ
    2014-10-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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