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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무는 그동안 맡았던 다른 임무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원정대장으로부터 극비리에 전달받은 지령서에는 의뢰에 대한 내용이 일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S급, 태양이 눈을 감을 때, 로카 구름 협곡 B3. 즉시 파기.

나는 수백가지 암호와 약어가 빼곡히 적혀있던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B3 가 도대체 어디야. 대장은 정말 그걸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미 여러곳을 이동하며 허탕을 쳤기 때문에, 나는 점점 무거워 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근처의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성을 발견했다.
빠르게 다가가 살펴보니 남자는 숨이 끊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평범한 행상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손에 쥔 듯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푸른 소금 상회의 사람인가... 이건 뭐지?'

그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작은 돌 조각일 뿐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와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무언가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돌 조각을 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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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원정대장 같으니' 투덜거림을 뒤로한 채 얼마전 원정대에 새로 도입한 통신장비[레이드콜]을 꺼내들었다.
"대장! 대장!"
"......"
'또 먹통인가 도무자 대장이 추진한 사업치고 제대로 되는게 없다니까!!'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따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원정대장에게 말도 안되는 임무로 고통받으며 현재까지 집필중인[원정대장에게 고통받는 원정대원을 위한 지침서]를 참고하며 마하데비의 도서관에서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곧장 물안개 마을에 도착하여 셀피에게 푸른 소금 상회에 대한 동향을 파악할 것을 부탁하는 우편을 발송하고 비행선에 탑승했다.
기괴한 돌탑들과 사이사이로 흐르는 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름철만 되면 사람들은 머가 좋은건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저 강가에서 래프팅인지 통프팅인지를 즐기는 것 같더라만 나는 물에 떠다니는건 질색이다. 질색!!
주변 경관을 한참동안 멍하니 살펴보다보니 어느새 매사냥 고원에 위치한 옥시언 상단에 도착하였다.

비행선 승강장에 멈춰 저 멀리 보이는 언덕에 얼마전 이사한 내 집이 보이려나 폴짝! 폴짝! 뛰어보지만 조그마한 내 호박머리 원두막은 보이지도 않는다.
'저택은 이렇게나 멀리서도 잘 보이는데!!'
하늘을 보니 어느새 마하데비행 비행선이 승강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무룩해진 마음을 달랠 시간도 없이 재빨리 옆에 위치한 비행선 승강장으로 뛰어가 비행선에 탑승했다.

오늘도 한결 같이 고된 임무를 준 원정대장을 한참을 욕하다보니 산새소리와 맑은 공기도 어느새 사라지고 매퀘한 석탄냄새와 함께 채광장이 보인다.
길다란 철로 사이로 수레 1-1호와 1-2호가 열심히 레일을 달리고 있다.
저 수레도 나름 미션은 3단 변속 미션으로 친환경 연료 충전식이고 모터의 방식은 [견고한 구동축]과 [고출령 동력기관]을 장착한 신형 모델이다.
이렇게 잘 아는 이유도 임무로 저 수레를 내가 납품했기 때문이지만..

비행선 난간에서 한참을 바람에 휘날리는 치마를 붙잡고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푹푹 찌는 더위와 메스꺼운 고무향이 난다.
그리고 저 멀리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있는 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못보던 사이에 탑이 또하나가 추가된 모양이다.
'무슨일이 생길 때마다 탑을 하나씩 지어대는 이 황당한 도시 같으니..'
비행장에서 내려 곧장 도서관으로 향하니 사서 티레나이가 반겨준다.

"티레나이 오늘도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혹시 이 돌조각을 본적이 있어?"
"글쎄.. 나는 처음 보는 물건인데? 그나저나 에아나드 도서관에서 사라진 고서 찾기 임무는 어느새 성공한건가?"
"말도 마. 하루 10시간씩 도서관을 뒤져도 도무지 그 고서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있어야지..프론테라 녀석은 벌써 2개나 찾아서 어찌나 의기양양하던지.."
갑작스런 티레나이의 질문에 순간 힘이 빠져 손에 있던 돌 조각을 놓쳐버렸다.
"이봐! 그 돌조각 빛나는데?"
다급히 들리는 티레나이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책상 밑에서 반짝이고 있는 보라색 돌조각이 보였다.
'헉!! 야광이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본 기억이 있는데 저 돌'

"푸드드드득"
부엉이에게서 우편이 왔다. 아무래도 셀피녀석의 답장이겟지 생각하며 우편함을 열어보니 푸른 소금 상회 사람들이 요즘 들어 자꾸 심연의 입구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심연의 입구와 관련해서 이 야광 돌조각이랑 연관되는 것 없어?"
"가뜩이나 요즘 우리 도서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일을 안했더니 글쎄 생각이 날 것 같기도 하고.."
"후 사람들이 도서관에 관심이 없는게 내탓이야? 억울하면 퀘스트라도 만들어서 좀 찾아오게 하던가!! 에아나드의 도서관에는 사람이 얼마나 바글바글 한데"
"최근 몇 달 사이 도서관에 들른 사람이라곤 엠부얀 뿐인걸 어떡해.."
"엠부얀? 푸른 소금 상회의 연금 장인을 말하는거야?"
"응 최근에 몇 번 무역차 마하데비에 들렸다면서 인사하고 갔어."
"열람 기록을 좀 살펴볼 수 있을까?"
"기밀인데.."
"돈 밖에 모르는 푸른 소금 상회 녀석들이 수상쩍게 움직이고 있다구!! 콩고물 좀 줄테니까 협조좀 해줘. 내가 돈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거 잘 알잖아?"
"그렇지 냄새만 잘 맡았지. 돈을 못벌 뿐! 기다려봐"

먼지로 가득한 책장에서 티레나이가 [파트리아 하제의 예언 연구 - 심연의 습격]을 건네 주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깊이 잠든 심연의 침묵이 날카로운 촉수에 깨어나려 한다. 억눌렸던 심연이 깨어나면 뱀의 혓바닥이 세상을 삼키리라"
"신성한 힘이 깃든 석상을 복원하면 악의에 가득찬 심연의 기운이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 파트리아 하제의 예언 연구 중 -)

"요즘 고요한 바다에 기괴한 소용돌이 현상이 빈번해졌다는 소문이던데 그쪽을 한번 살펴보는게 어때?"
"나는 물에 떠다니는건 질색이라고!! 질색!! 거기에 소용돌이라니.."
'아무래도 이번 임무는 바다에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티레나이에게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우편함으로 향해 셀피에게 우편을 보냈다.

- S급,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배들이 잠들 때, 고요한 바다, W1, S7 즉시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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