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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한 다루족이 있었다.
그는 올챙이 시절부터 이상하리만큼 꽃을 좋아했다.
다른 다루들이 비행선에 관심을 보일 때, 그는 하늬 마루에서 자라는 모든 꽃을 찾아 도감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의 꿈은 세상 모든 꽃을 찾아 이름을 지어주고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다루는 하늬 마루 밖으로 나가 대외 업무를 하라고 임명받았다.
하늬 마루 밖의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루는 체온 조절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그에게 하늬 마루 밖을 나가는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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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는 자신이 파견될 하슬라행 비행선에 올라 탔다.
다루는 하늬 마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하슬라 지역으로 가길 희망하고 있었다.
하늬 마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의 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비행선 위에서 그를 맞이한 다루는 그가 그곳에서 비행선 운행을 보조하는 일을 맡게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하슬라를 향해 날아가던 중, 베로에 근처의 이름 모를 언덕 위를 지나게 되었을 때,
지금껏 맡아본 적 없는 꽃 향기가 다루의 코 끝을 스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꽃의 향기에 매료된 다루는
언덕 위에 피어있을 꽃을 찾아 반드시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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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라에서의 생활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수많은 자신의 동족과 함께 일한다는 뿌듯함과
틈틈이 하슬라의 언덕들을 오르며 새로운 꽃을 만나는 일은 그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하지만 하슬라의 모든 언덕을 돌아다녀 보아도, 다른 모든 꽃을 만나 도감에 기록하는 동안에도,
비행선 위에서 맡았던 향기의 꽃을 찾을 수는 없었다.
비행선 운행을 보조하고 있을 때에만 간혹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꽃을 만나고 싶었던 다루는 많은 서적과 하슬라에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하슬라의 기억을 지우는 꽃과 마법사에 대한 구절이 책을 읽고 있던 다루의 눈에 들어왔다.


이름 모를 그 꽃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꽃을 본 사람은
그 꽃이 질 때까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한 채 바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그 꽃이 지고 바라보던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땐 꽃에 대한 기억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 꽃을 본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그 꽃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위험하게 생각한 베로에의 젊고 유능한 마법사 백언은
사람들이 꽃의 서식지로 들어갈 수 없게 강력한 마법을 걸어 두었다.


다루는 이 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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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꼭 보고 싶었던 다루는 비행선 위에서 향기로운 언덕으로 뛰어 내리기로 결심했다.

하리하란 승객이 깜빡하고 비행선에 두고 내린 날틀을 등에 메고, 펜과 도감을 주머니에 담아 허리에 두른 그는
비행선이 향기나는 언덕 근처를 비행하고 있을 때 언덕을 향해 뛰어 내렸다.

처음 사용해 보는 날틀인 데다가, 다루 체형에 맞는 날틀이 아닌 까닭에 조종은 매우 어려웠지만
무사히 꽃이 피어있는 언덕 위에 착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꽃을 보는 순간 다루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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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 곳에 서 있었던 것이었을까?
다루는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아직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온 힘을 다해 그 꽃을 보기 위해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이미 꽃은 지고 없었다.
낙심한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 때, 자신이 착지한 자리에 밟혀 볼품 없어졌지만 향기가 남아 있는 꽃 한 송이를 보게 되었다.

다루는 짓밟힌 꽃을 보며, 도감에 간략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고 꽃의 이름을 하늘꽃 이라고 지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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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꽃의 서식지역에서 벗어나는 도중, 검은 망토에 남색 챙이 달린 모자를 쓴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을 백언이라고 소개하며 하늘꽃을 본 소감에 대해 물었지만,
다루는 짓밟힌 꽃 말고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백언이 말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았지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짓밟힌 꽃 말고는 없는 모양입니다.

나는 당신이 본 그 꽃이 위험해서 이곳에 마법을 걸어 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짓밟고, 그것을 악용할 사람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이곳에 마법을 걸어둔 것이랍니다.

꽃을 사랑하는 다루여, 간곡히 부탁하겠습니다.
당신이 기록한 이 꽃에 대한 내용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루는 백언의 간곡한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쉽지만 도감 속 하늘꽃에 대한 내용이 담긴 부분을 지워 버렸다.
백언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다루에게 조용히 주문을 걸었다.

그러자 다루의 기억 속 짓이겨지고 볼품 없어진 하늘꽃의 기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며, 향기로운 꽃 한송이의 기억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것은 꽃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드리는 내 보답입니다."


다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만나 이름을 지어 줄 수 있어 행복했다.
언덕을 내려온 다루는 도감 끝 부분에 아래 글귀를 새겨 넣었다.


그날 본 꽃잎의 이름을 나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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