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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한 다루족이 있었다.
그는 올챙이 시절부터 이상하리만큼 꽃을 좋아했다.
다른 다루들이 비행선에 관심을 보일 때, 그는 하늬 마루에서 자라는 모든 꽃을 찾아 도감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의 꿈은 세상 모든 꽃을 찾아 이름을 지어주고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다루는 하늬 마루 밖으로 나가 대외 업무를 하라고 임명받았다.
하늬 마루 밖의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루는 체온 조절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그에게 하늬 마루 밖을 나가는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다루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듯 햇빛이 몹시 따사로운 아침이었다.

하늬 마루 밖으로 나섰던 그 날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꽃을 좋아했던 어린 다루는 어느새 노년기에 접어들어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했다. 나이가 든 다루는 인적이 드문 숲속에 집을 짓고 한가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창가 근처에 놓아둔 흔들의자에 앉아 볕을 쬐며 멍하게 있던 그는 문득 예전 시절이 생각이 났다. 갓 성인이 되어 하늬 마루를 나서던 날.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다루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부푼 꿈을 안고 하늬 마루 밖으로 나갔던 그는 동,서대륙을 모두 돌아다녔다. 동대륙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노래의 땅부터 시작해 서대륙의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거울 왕국에 이르기까지 그는 새로운 꽃을 찾아 전대륙을 샅샅이 뒤졌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꽃을 찾아내었을 때 그는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보다는 허무함을 느꼈다. 그때까지 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꽃이었고, 그 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고나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하고 허탈해하며 길을 가던 다루는 우연히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있던 동그란 것을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름을 알게 된 그것은 '누이의 눈물'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그란 동전에 물방울 모양이 새겨진 단순한 모양이었지만 다루는 한눈에 폭 빠져 그것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하늬 마루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곧바로 상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누이의 눈물을 갖기 위해서는 인간세상에서 말하는 '골드'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꽃을 기록한 도감이 있었고, 값비싼 가격에 거래되어 다루는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돈을 모으는 족족 누이의 눈물을 사들였지만 희귀성 때문인지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또 파는 사람을 발견한다 해도 부르는게 값이라 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했다. 때문에 다루는 점차 사업을 넓혔다. 인간 사육사가 키워놓은 곰을 적당한 가격에 사들여 축산업을 하기도 했고, '델피나드의 별'이라는 화폐를 이용해 무역품을 사기도 했다. 그는 상업 쪽으로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모양인지, 손을 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렸고 더욱 더 많은 누이의 눈물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때까지 그의 유일한 낙이라고는 집 안 깊숙한 곳에 산처럼 쌓여있는 누이의 눈물을 보는 것이었다. 비록 새로운 꽃을 봤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즐거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런 그를 인간들은 언제부턴가 '다루 상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루 상인이라고 불리게 된 다루는 같은 종족의 아름다운 다루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쯤 다루는 누이의 눈물을 모으는 것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애초에 그가 관심을 갖기 전에는 쓸모없는 동전이었던 누이의 눈물은 다루가 수집을 그만두자 얼마 못 가 가치가 폭락하였고, 이윽고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다. 다루는 이제 더 이상 사업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대부분의 재산을 자식들이나 친인척들에게 나누어 준 뒤, 은퇴를 선언하고 아내와 함께 인적이 드문 숲 속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

모든 사업을 놓고 시작하게 된 귀농(?) 생활이 생각보다 심심하고 지루했던 다루는, 어느 날 '원대륙'이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아주 먼 옛날 원대륙에는 여러 국가가 존재했었고, 굉장히 번창한 곳이었으나 '최후의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멸망해버렸다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옛 영광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무너진 유적지가 많으며 현재 동,서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식물들도 많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루는 무언가 속에서 불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젊은 시절, 미지의 꽃을 찾아 헤매다가 겨우 발견했을 때 느꼈던 그것과 비슷했다. 아, 원대륙! 그는 그곳에 가고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는 더이상 젊은 다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갓 성인이 되었던 그 때처럼 혈혈단신이기는 하지만, 듣기로 원대륙이라는 곳은 굉장히 위험천만한 괴물들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까딱하면 목숨을 잃기 십상이라는 곳이라고.
새로운 꽃을 또 볼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만 있다면 다루는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보기도 전에 죽고싶지는 않았다. 그는 원대륙으로 가서 자신을 호위할 용병을 찾았지만 아무도 가고싶어하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다루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는 그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릴 수 있을까 하고 아이디어를 내어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바로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원예나 동물을 사육하는 방법 등을 전파한 뒤, 그 방식으로 기른 생산품들을 등급에 따라 적절한 가격을 쳐주고 사들여 다른 곳에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입소문이 퍼지자 소일거리로 할 정도는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흔들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볕을 쬐고 있던 다루는 동대륙의 노래의 땅에서 하리하란 소녀가 '소나무 식생'을 납품하고 싶어한다는 접수를 받고 늙은 몸을 느릿느릿 움직여 '저승의 돌'을 쥐고 공간이동서를 펼쳤다. 자신이 젊을 적만 해도 이런 물건은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것이었는데, 세상 살기가 참 편해졌다고 생각하며 다루는 점프를 뛰었다.

챠앙,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려있던 포탈이 닫히고, 슬그머니 눈을 뜬 그는 노래의 땅 횃불만에 서있었다. 소녀는 어디 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다루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이건 뭐냐루루?!"
다루의 눈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커다란 소나무 식생이 있었다. 다루는 입을 쩌억 벌렸다.
"저, 정말 대단하다루루! 멋지게 길러냈다루루!"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정신없이 소나무를 둘러보다가 만지려하자 누군가가 다루의 손을 탁! 하고 소리나게 쳐냈다. 흠칫 놀란 다루가 쳐다보자 하리하란으로 보이는 소녀가 그를 보고 있었다. 식생의 주인인듯 했다.
"소녀가 이 소나무의 주인인가루루?"
"맞아요. 이건 제가 길러냈어요. 얼마나 주실 거에요?"
건방진 말투와 오만한 표정으로 소녀가 다루를 쳐다봤지만 개의치않고 그는 박수를 짝짝 쳤다.
"이렇게나 큰 소나무는 처음 본다루루! 얼마를 원하나루루? 원하는대로 쳐주겠다루루!"
"그럼 만 골드요!"
"헉...! 그, 그렇게나 많이루루? 어디다 쓰려고 그렇게 많이 원하나루루?"
"원대륙에 갈거에요!"
"!!"
당당하게 원대륙에 갈거라고 말하는 소녀의 눈은 빛났고, 다루는 말을 잃었다. 원대륙...! 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워, 원대륙 말이냐루루...? 거긴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고한다루루! 알고있나루루?"
"당연하죠. 그러니까 이런걸 많이 키워서 돈을 많~이 번 다음에, 그걸로 좋은 장비를 살거에요. 어떤 괴물이 와도 다 쓰러트릴 수 있도록!"
"!!"
두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다루는 긴 팔을 이용해 소녀에게 매달렸다.
"나도 데려가라루루!"
"악! 뭐야 이 다루! 떨어져욧!"
깜짝 놀란 소녀가 몸부림을 치며 떨어지려했지만 다루는 절대 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꼭 붙들었다. 그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제발 날 데려가라루루! 나는 원대륙에 꼭 가보고싶다루루! 날 데려가준다면, 네가 거길 가기 위해 할 준비에 드는 모든 비용은 내가 대겠다루루!"
"떨어졋... 네?! 뭐라구요?"
다루의 얼굴을 밀어내고 있던 소녀가 동작을 멈추고 다시 묻자, 다루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나도 원대륙에 가보고싶다루루. 하지만 난 너무 늙고 힘도 없어서 그곳에 갔다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괴물들의 먹이가 되고 말거다루루. 나는 그곳에 있다는 진귀한 식물들을 내 눈으로 보고 기록을 남기고싶다루루. 함께 원대륙에 가서 날 호위해준다면, 사고싶다는 장비는 물론 호위비도 후하게 주겠다루루! 제발, 제발 데려가다오루루!"
다급하게 말하는 다루의 진심이 통한건지, 아니면 원하는건 다 해주겠다는 제안이 통한건지, 소녀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오케이! 를 외쳤다.
"좋아요! 그럼 나 델피나드 장비 사줘요! 그 정도는 입어야 2인분을 하지?! 그리고 물약들도 많이 사줘요!"
"알았다루루! 당장 사러 가자루루!"
다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바야흐로, 늙은 다루의 두번째 모험이 시작되는 날, 이 날은 햇빛이 몹시 따사롭게 비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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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가 오버됐네요. 근데 어차피 2천자는 권장 글자잖아여? 데헷

  • 셀레나 @안탈론 | 55레벨 | 포식자 | 누이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빙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10-2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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