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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경 - 주어진 글

"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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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물과 권위가 모이는 원대륙을 떠나는 나를 만류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원대륙의 괴물들과 힘껏 싸워온 동료들은 내가 고향에서 평화롭게 바느질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솔즈리드 반도의 자그만한 마을에 가기 위해서 이 모든 권위와 재물을 저버리지 말라는 이야기들이 내 귀에 울려 왔지만, 원대륙에서 배운 지혜는 나에게 두고 온 소중한 것을 찾으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오래전, 나의 모험은 솔즈리드 반도에 있는 초승달 왕좌의 계략에서 시작 되었다. 당시 초승달 왕좌의 근위대는 조그만한 시골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면서 살고 있던 나의 집에 덜컥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니스테르의 첩자다! 잡아라!"

내가 이니스테르의 군대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마법사라는 것이 나를 잡아들이는 이유라고 했다.

어떠한 증거도 없는 사실이 아닌 일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라기 마을에 돌아오지 못하게 될 줄은..

초승달 왕좌의 재판장에 끌려간 나는 당연히 무죄를 주장 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내가 첩자인 증거라면서 문서를 내밀었다. 그 문서에는 동대륙의 문자로 '바라기 마을의 마법사에게 보내는 사례금'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누군가의 모함이 분명했다. 단지, 이 정도 이유로 나를 첩자로 모는 것을 잘못 되었다. 나는 강력하게 무장을 주장했지만, 그 근원조차 알수 없는 문서로 인해서 나는 초승달 왕좌의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억울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라기 마을에 두고 온 아이들과..항상 친절했던 촌장님.. 그리고 눈에 아른아른 거리는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도 나로 인해서 곤경에 처하게 되리라. 나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다음 재판때에 재판관에게 말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뭐요? 그걸로 이 죄를 대신 할수는 없겠소?"

재판장은 희미한 미소를 띄면서 말했다.

"흐흐흐.. 말이 통하는 녀석이로군. 자네, 원대륙이라고 아는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대륙에는 세상 모든 지식이 담겨 있는 위대한 도서관이 있었다고 하네. 그 도서관이 비록 2000년 전에 원대륙이 파괴되면서 존재 자체도 모호하기는 하지만, 자네의 마법이라면 단서를 찾을수 있지 않겠나?"

고대 기록에서 근근히 등장하는 델피나드의 도서관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초승달 왕좌야 말로 서대륙의 유일한 전통 계승자 임을 증명하는 기록이 필요하다네. 그래야, 저 돈에 눈이 먼 마리아노플 시장과 오만방자한 이즈나 왕가 위에 군림할수 있지 않겠나? 자네라면, 초승달 왕좌를 건설한 누이안들의 역사를 파헤칠수 있으리라 믿네."

터무니 없는 주문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콧대 높은 재판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바라기 마을 사람들이 눈에 아른 거렸다. 속으로 이를 으득으득 갈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나에게 남아 있을까.

"알겠소. 배 하나를 내어 주시오."

"흐흐흐.. 그정도야 쉽다네."

재판장은 나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그리고, 초승달 왕좌의 항구로 나를 안내 했다.

이제 돌이켜보니, 그때 만난 첫번째 소중한 동료에게는 원대륙을 떠날때 인사를 건냈어야 했는데 말이다.

"사기꾼들!!"

항구로 걷고 있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울 뿐이었다. 누가 감히 초승달 왕좌의 선택에 토를 단단 말인가.

"감히 초승달 왕좌의 권위에 도전하는 겐가!"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는 청년은 차고 있던 붉은 칼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했다.

"드래곤 슬레이어다!"

구경 온 시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연행하듯이 항구로 대리고 가고 있던 초승달 왕좌의 근위대도 동요하는듯 했다.

"재판장에서 하는 거래 다 들었다. 나도 그 도서관인가 뭔가를 찾으면 짭짤하게 챙겨주는 거냐? 크크크.."

"귀한 분께서 나서 주신다면, 사례는 톡톡히 하겠소."

그렇게 나와 그 정체를 알수 없는 칼잡이는 한 배를 타고 원대륙으로의 여정을 떠났다. 후에 그가 말하길, 딱 보니까 뭔가 약점 잡힌 사람 같아서 재대로 나설수는 없었다고 했다.


우리의 첫 항해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먼 바다 까지 가본 사람이라고는.. 그때까지는 연합에서 퇴출당한 해적들 정도였으니까. 아무도 고요한 바다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던 시절 이었다. 그 시절에, 나와 붉은 검의 칼잡이는 해적들, 바다 괴물들.. 그리고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들은 아주 요사스러운 문어 괴물과 고래처럼 생긴 괴물도 목격했었다.

사실, 바라기 마을까지 무사히 대려다 준, 이지의 아들도 붉은 검의 칼잡이가 준 선물이었다. 자신에게는 귀여운것보다는 포악한게 어울린다고 중얼 거리면서 건내 주었다.

바라기 마을에서 천 수공업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지금. 이렇게 과거를 한번에 회상하기는 어렵다. 차차 더 생각해볼까. 나는 지금도 내가 마법을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원대륙에는 재물도 명예도 있단다. 하지만,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 너희들의 소중한 것을 그곳에서 찾을수 있을까? 용기가 있다면, 찾을 수 있을 테지."

나는 오늘도 처음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들뜬 모습을 보면, 오래전에 내가 젊던 시절이 떠오르는 듯 하다.

아참, 내가 정말 그 도서관을 찾았었냐고? 하하.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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