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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한 다루족이 있었다.
그는 올챙이 시절부터 이상하리만큼 꽃을 좋아했다.
다른 다루들이 비행선에 관심을 보일 때, 그는 하늬 마루에서 자라는 모든 꽃을 찾아 도감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의 꿈은 세상 모든 꽃을 찾아 이름을 지어주고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다루는 하늬 마루 밖으로 나가 대외 업무를 하라고 임명받았다.
하늬 마루 밖의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루는 체온 조절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그에게 하늬 마루 밖을 나가는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이 다루는 언제부터 이런 꿈을 꾸고 매진하게 되었는지 그 다루조차 알 수 없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찾아낸 장소보다 알지못하는 밖에 대한 기대감 혹은 미지의 두근거림으로
꽉 차오르는 것을 보아 이는 필시 자신의 염원이자 당연한 숙원이 틀림없다고 다시금 되새기는 다루였을뿐이다.

다루가 나서서 걸음을 옮겼을 때 세상은 그 기대감을 배신하지않는 듯
한가지 한가지 여태까지 상상못한 꽃들이 참으로 널려있었다.
대외 업무지까지 나아가는 길에 잠시 쉴틈이 주어진다면 그곳에도 자신을 환영하는 듯한 새로운 꽃이 언제나 있었다.
다루는 이런것들을 정성스레 한 송이씩 뿌리까지 뽑아내어 자신의 화분으로 옮겼다.
이를 보고 그 누구도 뭐라하는 이가 없었고, 상당한 즐거움이 감돌았다.

그런 다루가 어느덧 대외 업무지까지 도착하였을 때 상당한 양의 화분과 더욱 더 두껍게 변해버린 도감집이 자신의 곁을 함께하였다.
흡사 받아서 나온 임무가 '대륙의 모든 꽃의 종자를 하나씩 채취하라는 것이 아니였을까?' 라는 의심을 받을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도 꽃들의 잔치와 그것을 바라보며 즐겁게 있는 다루의 모습에 동화되어버렸다.
분명 그 누구라도 저 다루만큼은 자신의 염원을 달성했다고 여겼다.

그 사실은 분명해보였다.
다루의 창고 업무지에 들리는 여러 종족들이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서 들고오는 꽃이나 화분 혹은 길가다 보이는 꽃들을 보아도 거의 모든게 이미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다루는 생각했다.
자신이 적어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세상에 피어나는 꽃은 여기에 한가득 모아놨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말이다.
다루는 그런 생각을 마치면서 분명 행복한 기분에 젖어들고 있음에도 자신의 의지와 감정과는 무관하게 눈물이 흘러내림을 느꼈다.
이것은 분명한 눈물이었다.

어째서일까?
다루는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상 고민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아프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된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다루는 눈물을 흘렸다.

달이 비치는 아름다운 저녁이 대륙을 드리웠다.
다루는 그러한 광경에 홀로 남겨졌다.
누구도 다루곁에 남겨져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외로워진탓일까? 라고 여겼다.
아니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씌워놓고 만족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꽃들 사이에서 다루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다루가 그 거짓말의 은혜를 입은채 잠에 들었다.
꿈이라는 공간은 참으로 슬프게도 모든 숨겨논 것을 들춰내어 토해낸다.
다루는 그 토해내는 것들 한가운데 서있었다.
그리고 깨어났다.

분명히 깨어났다.
하지만 허상속에서 바라본 것이 현실속에서는 보이지않았다.
그 다루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그의 세상에선 볼 수 없었다.
그냥 무엇에 이끌린것인지 자신의 도감집을 미친 듯이 헤집었다.
그 책에도 없었다.
그리고 순간 무엇인가 알 수 있었다.
알 수 있다고 여기지만 어떤것도 모르는채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 다루에 의해 모여진 꽃들과 도감을 한아름 들고서 한곳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다루는 상당히 힘들어했다.
울고있었기 때문일까 혹은 그 많은것들을 들고서 움직였기때문일까 몰랐다.
누이여신상 앞에서 멈춰섰다.
신관이 다루를 보고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비켜주었다.
다루의 눈빛이 여신상을 향해 갈망했다.
그리고 가져온 모든 꽃들을 정성스레 내려놓았다.

누이여신상 앞에 서있는 다루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단 한순간에 바쳤다.
또한 상당히 자랑스레 여신에게 읇조렸다.

“ 당신이 원대륙의 이들을 그리 사랑하시어 희생하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당신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목소리를 전 들은적이 없어요.
당신은 제가 보지못했던 가장 아름다운 꽃이에요.
제가 그런 당신에게.. 당신의 희생을 잊은 모든 이들을 대신해서 제가 볼 수 있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것들을 바칠께요. “

다음날, 다루는 깨어났다.
노숙을 한것도 아니였다.
집에와서 곱게 잤다.
신관과 인사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새로 깨어난 다루는 언제나 밝은 얼굴로 가진것도 없었고 잃은것도 없이 지냈다.
하지만 다루를 보는 다른 이들을 그 다루가 그 어떤 누구 보다도 빛나고 언제나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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