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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무는 그동안 맡았던 다른 임무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원정대장으로부터 극비리에 전달받은 지령서에는 의뢰에 대한 내용이 일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S급, 태양이 눈을 감을 때, 로카 구름 협곡 B3. 즉시 파기.
나는 수백가지 암호와 약어가 빼곡히 적혀있던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B3 가 도대체 어디야. 대장은 정말 그걸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미 여러곳을 이동하며 허탕을 쳤기 때문에, 나는 점점 무거워 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이윽고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근처의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성을 발견했다.빠르게 다가가 살펴보니 남자는 숨이 끊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그는 평범한 행상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손에 쥔 듯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푸른 소금 상회의 사람인가... 이건 뭐지?'
그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작은 돌 조각일 뿐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와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무언가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돌 조각을 품에 넣었다.
*
일단 남자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군데군데 외상이 크게 나있었다. 어디 싸워서 난 상처라기 보단 크게 부딪히거나, 구른 흔적이었다. 남자가 쓰러진 곳 근처에서 상당한 급경사의 지형이 보였다.
‘아마 여기서 굴러진 것 같군, 쫓기던 중이었던 걸까?’
푸른 소금 상회사람들은 혼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항상 단체, 여럿이서 움직이기 때문에 여기 쓰러진 남자 말고 다른 사람들이 더 있지 싶었다. 생존자가 있다면 상황을 묻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시체라도 찾는다면 단서라도 더 나오겠지. 일단 살았다면 대체로 안전한 물안개 마을로 갔을 것이다. 아니면, 페레 정찰대 야영지가 이 근처였다. 그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도 있었다. 우선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야영지는 이곳에서 멀지 않았다. 길을 따라 간다면 몬스터에게 당할 일도 없을 듯 했다. 로카의 발판쯤에 터를 잡은 야영지가 보이기 시작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알겠습니다. 상단사람이란 말이죠?”
“정확히는 저희 상단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키는 저보다 한 뼘 정도 더 크고 갈색머리의 하리하란입니다.”
상단사람 2명과 그 외의 무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보아하니 어떤 남성을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남자는 내가 본 죽은 남자의 인상착의와 동일했다. 나는 거기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중년 남성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푸른 소금 상회 분들 아니십니까?”
“그렇소만, 무슨 일이신지……?”
“말씀하신 인상착의의 남성을 보아서 말입니다.”
내말에 크게 반응한 것은 페레 정찰대였다.
“어디서 보셨습니까! 그자는 어디로 갔습니까?!”
“그는 죽어있었습니다.”
정찰대원들과 상회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했다. 상회의 우두머리가 물었다.
“혹시 그자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나는 순간 그에 대한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임무 자체가 S급이었다. 한부로 누설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들이 의뢰주가 아닌 이상 위험했다. 앞의 말은 큰 실책이었음을 깨달았다.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데. 의뢰 주를 확일 할 때 쓰는 말을 던져 보았다. 이렇게 된 것 이판사판이었다.
“…새파란 노을을 본적이 있으십니까?"
“심연의 노래 속에서 볼 수 있지요.”
페레 정찰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대답했다. 다행이도 의뢰주가 맞는 것 같았다. 그는 아까 하던 얘기를 계속 해달라고 했다. 나는 품속에서 남자가 쥐고 있던 돌의 조각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흠, 이거 다행인지 아닌지 원…….”
“이것은 뭡니까?”
“바람의 봉인석이오, 왕과 신하의 기둥에 오를 때 필요하지. 이렇게 조각만 남은 것을 보면 오르기에 실패한 것 같군.”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 위치를 생각해 보았다. 로카의 발판인 이곳의 근처 바이암 부락과 가까운 곳이라면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3번째 기둥……, 체스에 비교하면 비숍(bishop)B3.
“남쪽 신하의 기둥을 말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 크게 오를 이유는 없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늦었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분께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해주셨습니다.”
페레정찰대원이 차근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최근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진이 지속되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3개의 기둥중 제 3기둥에 올라 태양이 눈을 감을 때. 즉, 해가 질 때 주문서를 불태우면, 남쪽의 신하인 마토우천이 깨어나 모든 것을 예전으로 되돌린다고 했다. 보통 페레들이 기둥을 오르나, 젊은 페레들은 왕래가 뜸해지고 대부분이 죽음을 기다리는 노년의 페레들 뿐 이었다. 정찰대들이 투입하기에는 아카네스 학파가 이곳을 어지럽히기에 따로 그쪽으로 투입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젊은 페레들도 기둥을 오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의뢰를 부탁하였으나, 하리하라대륙을 모험하던 한 하리하란이 와서 아카네스 학파를 정리하며, 지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 죽은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실은 그자는 아카네스 학파에서 살아남은 자입니다. 아직 이 주위에는 아카네스에 의하여 오염된 기운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정화하기 위해서도 마토우천에게 부탁하여야 합니다. 그자는 상회사람으로 분장한 후 저희의 눈을 위해 마토우천을 처리하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좀 불안하단 말입니다.”
“무엇이요? 아카네스 학파는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실은……처리 한 자가, 그림자 매의 문신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림자 매도 키리오스의 숭배자들 아닙니까? 그래서 인지 그 자가 제대로 처리 했나는 거죠. 자기 말로는 그림자 매를 나왔다고 하는데 그게 또 쉬운 일입니까?”
확실히 그림자 매였다면 의심할 만 했다. 내가 봐온 대부분이 키리오스의 숭배자였고, 아닌 자를 찾기 어려웠다. 아니었어도 그런 척 해야 만 했다. 일단 나는 내가 아는 자인지 전 그림자 매였다는 자에 대하여 물었다.
“어떤 자였습니까?”
“말하면 아십니까?”
“알 수도 있으니 말해달라는 겁니다. 얘기 해 줄 수 있습니까?”
페레정찰대 대장이 생각을 좀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도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몇 가지는 들은 거기도 하구요. 일단 듣기로는 동대륙을 여행 중이었다더군요, 원대륙으로 가기 전에 이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자가 어떤 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자의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전 이름을 모르거든요. 아, 제가 그자가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한건 자기 책이 아니라더군요. 자기를 이끌어 준다고, 슬쩍 보았는데 그 책에는 빈……빈세오? 하여튼 그렇게 시작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 외에 또 뭐가 있더라, 맞아 자기도 원래는 상단을 이끌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모든 것을 잃었다더군요. 그리고 남은게 이 책이었다고 말입니다. 흠, 그러고 보니 아카네스 학파를 처리 할 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번 것도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이것 만으로도 아시겠습니까?”
“네, 누군지 짐작 갑니다. 걱정 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그 남자는 일부러 풀어준 것이 아닙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아, 그래도 마토우천을 찾아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말했다 싶이 로카의 장기말들에는 아직도 아카네스 학파에 의한 오염된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정화 하기 위해서는 마토우천을 찾아 가셔야 합니다. 바람의 봉인석을 드리겠습니다.”
바람의 봉인석은 청량감을 느끼게 했다. 솔롱고스 야영지에 있는 마법진에서 봉인석을 깨트리면 그 바람으로 단번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단, 착지 할 때 주의 하지 않으면 바로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도 신기하게 외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외상이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던 거군. 나는 봉인석을 깨트리고 바람에 몸을 실었다. 날틀을 타고 하늘을 날 때와 다른 기분 이었다. 바람이 몸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착지 할 때는 좀 아슬아슬 했다. 바로 돌을 잡고 기어오르지 않았다면 이미 누이여신의 품으로 돌아갔으리라. 해가 지기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다. 로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한때 그림자 매의 인원이었다. 키리오스에 한창 매료 되었을 때였다. 그가 나타난 것은 나는 그자가 키리오스를 숭배하지 않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에 무어라 할 이유가 없었다. 난 아사벨총관과 그자의 싸움을 보았다. 그자가 들어 올린 투구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키리오스를 숭배하는데 어째서?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사벨총관은 눈물을 흘렸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그림자 매를 떠났고, 나도 이번 혼란을 틈타 그림자 매를 빠져 나왔다. 내가 그림자 매를 나와 방황할 때쯤 지금의 원정대장을 만났다. 그는 야망도 컸고, 바라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정도 많았다. 나는 원정대장의 밑에서 그림자 매가 얼마나 이 세계에서 위험한 일을 벌이려 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철없는 한심한 놈이었는지도, 지금 하는 것은 그에 따른 속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은 알고 있었던 걸까? 여기에 나를 보낸 것은…….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나는 지령서를 불태웠다. 그리고 남아 있던 것을 새롭게 바꿀 순간이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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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부족으로 개인적으로 지어낸게 많습니다. 그리고 엄청 길죠.
이것이 바로 원작 파괴! 세계관 파괴! 틀린거 있음 지적 해주세요.
재미없어도 평하고 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많은건 저도 알아요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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