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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향 님


산 속 깊숙한 곳, 전 대륙의 의뢰를 받아 우수한 물건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비밀스런 장소.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 역시 몇이 되지 않으며, 이곳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사건의 그 날.
이슈바라 승전 축제 선물로 지급했던 고양이 가구에 문제가 생겨 한바탕 난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는 한 달에 한 번쯤 찾아와 여러 곳에서 받은 의뢰들을 전해주는 가구 상인들뿐인데, 그 날 이곳을
찾아온 아리폰 역시 그 일로 찾아왔을 거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아리폰의 곁엔 수상한 행색을 한 이가 서 있었고, 아리폰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벌벌 떨며 우리를 가리켰다.
"…저…저자들입니다."
그러자 아리폰과 함께 들어온 낯선 방문자는 아리폰 허리에 겨누고 있던 칼 끝을 우리에게로 돌리며 마른 입술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낯선 방문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어지는 이야기

잘못들었나?

"나보고 뭘 만들라구요?"
"초승돌이다."

다짜고짜 칼 들이밀고 한다는 소리가 제작 의뢰라니 바깥세상의 트랜드가 나쁜남자를 넘어 거친남자가 된걸까

"이 고양이 가구는 당신이 만든거겠지?"

확인할것도 없이 내가 만든게 맞다. 장인들은 이런저런 버릇이 있는데 내 경우엔 내가 만든 작품에 나만 알아보게끔 내 이름을 박아 넣는것이다.
저 고양이 가구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것이다.

'이렇게 보니 반갑네'

"축제기간중 고양이 가구가 회수된일이 있었지 갑자기 내린 비로 젖은 가구를 회수하고 새로운것을 나눠 준다했지만 내 눈을 속일순 없다. 이 고양이 가구는 분명 살아 움직였어"

'거참 눈도 좋은 양반일세'

가구가 살아있었다기보단 내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게 맞는 표현이다. 장인이란 사람들은 숟가락을 만들어도 최고가 아니면 만족하지 않는 데 하물며 동물 조각상이라니? 결코 대충 만들수 없다! 그 염원을 담아 만들었더니 신이 감복하셨는지 가구들이 차례차례 울기 시작했다.


나는 엄청 놀랐는데 마을의 꼰대들은 조만간 멈출 테니 호들갑 떨지말고 가구나 계속 만들라며 핀잔을 줬다.

나 엄청 대단한 일 한거 아닌가?

축제가 3일 남았을 무렵 언제나 찾아오던 상인이 고양이 가구를 가지러 왔다. 완전히 멈춘걸 확인 하고 나눠 주라는 말을 예예 대충 들어넘긴 상인은 얼마 뒤 큰 사고를 치더니 오늘은 이상한 남자를 데려왔다.
그 상인이란 작자가 저기 덜덜 떨고 있는 아리폰이다

'칠칠치 못한 남자같으니'

"재료는 이쪽에서 준비한다. 보상도 섭섭치 않게 한다."

"보상이라고 해봐야 이 산골에서 어디다 쓰라고? 금괴를 주면 무거우니까 운동할 때 쓸 수 있겠네요"

남자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네 소원을 이뤄 주지"

살랑 하고 바람이 부는 착각이 들었다.

"어이가 없네"

고개를 설레설레 지으며 아리폰과 같이 덜덜 떨고 있는 꼰대들을 흥 하고 지나쳐 공예품 제작대 앞에 앉았다.

초승돌 제작은 사실 장인들이 좋아하는 작업이 아니다.
실패하면 깨져버리니까
그 어떤 장인이 눈앞에서 자식같은 작품이 깨지는걸 좋아할까
그러니까 이 남자는 아주 무례한 부탁을 하고 있는셈이다.

'아니 이 영롱함을 넘어선 황홀한 빛은? 아아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우수꽝스런 자화자찬을 하며 남자가 준 재료들로 초승돌을 만들고 바구니에 담아 쿵 하고 내려놨다.

"자 다 만들었어요 남는건 남 주던지 팔던지 해요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잊혀지는건 불쌍하니까"

"남아?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로군"

남자는 바구니에 우악스럽게 손을 넣고 초승돌 하나를 쥔채 장착을 시도했다. 하지만, 쨍그랑 소리를 내며 초승돌은 깨져나갔고

"깨지는 소리조차 영롱하군" 하며 하하 웃었다.

어찌나 쾌활하게 웃는지 듣는사람도 즐거워질 웃음 소리였다.

남자는 멈추는 일 없이 계속해서 초승돌 장착을 시도했다.

하나쨍그랑, 하나둘쨍그랑, 하나둘셋쨍그랑

남자의 얼굴에서 조금씩 웃음기가 사라져 간다.

하나둘셋넷다섯쨍그랑

남자의 표정이 무서워졌다.

'아깝다 한번 쉬고 했으면 붙었을것 같은데'

땅땅 슥슥 망치와 대패소리만이 존재했던 공방에 쨍그랑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이 남자라면 정말로 내 소원을 이뤄줄지 몰라'

초승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남은 초승돌은 한개

남자는 크게 한번 쉼호흡 하고 장착을 시도했지만 이내 손을 때며 여러차례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눈을 질끈 감은채 장착을 시도했다.

남자의 손에서 번쩍인 초승돌은 강렬한 빛과 함께 터졌고

연쇄작용에 의해 기존에 박혀있던 6개의 초승돌도 빛과 함께 사라졌다.

남자는 약속을 지켰다. 그래 바로 저 강렬한 빛과 소리야 말로 내 소원이다.

"예술은 폭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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