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
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
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
“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
“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
“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
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무언가 촉촉하면서도 끈적한게 내 얼굴에 닿았다.
"으... 뭐야?"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눈사자 한마리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핧고 있었다.
"으아! 눈사자! 저리가! 난 맛없어!"
그러나 눈사자는 내 예상과 다르게 나를 자기 주인처럼 여기고 애교를 부렸다.
"버림받은 건가...?"
눈사자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눈사자... 혹시 주인이세요?"
험한 산기슭에서 듣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금색의 머리색... 긴생머리도 아닌 단발도 어중간한 헤어스타일... 붉은색 눈동자...
너무 아름다워 할 말을 잃고 그저 바라만 보고있었다.
"저기요?"
"아..! 네... 그 아니오! 저한테 와서 애교를 부리길래... 저를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름다운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눈사자들은 자기가 인정한 사람이 아니면 따르지않는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하하"
처음 본 그녀는 나에게 호의적이였다.
'그나저나 정말 예쁘네... 아니 아릅답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말을 걸까?"
"저기... 그런데 로카의 장기말에는 어쩐일이세요? 무역상은 아니신 것 같은데..?"
"아! 저는 하슬라쪽에 볼 일이 있어서... 그쪽은... 주민이신가요?"
"뭐... 그런셈이죠? 헤헤..."
대화가 끝나고 정적이 흐르자 그녀는 다시 말을 붙였다.
"제 이름은 세인 이라고해요. 음... 보시다시피 하리하란이구요"
"제 이름은 론이라고 합니다. 음... 저도 하리하란입니다... 저는 고대의 마법을 연구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말을 듣자 그녀는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바뀌었다.
"여행이라면~ 모험가이신군요!"
"뭐... 그런 셈이죠"
"저도 여행을 좋아해요! 물안개 마을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없지만..."
'기회다!'
마음속으로 크게 울려퍼진 내 목소리, 오늘 처음 만난 그녀지만 좀 더 함께 하고싶었다.
"그럼 저랑 같이 가실래요?"
"저야 그러면 좋지만...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이래뵈도 누이아 대륙까지 여행을 해본 접니다!"
그녀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따라나섰다.
그녀를 만나게 해준 눈사자는 이미 어디론가 가버렸다..
'눈사자녀석... 다른데로 가버린 모양이네...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 녀석덕분에 이런 미인을 만났는데'
그녀와 나는 로카의 장기말에서 곳곳을 여행했다.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서로 이름을 부르며 길을 걸었다.
"론, 그런데 하슬라에 간다하지 않았어요?"
'아! 맞다... 하슬라에 가야했었는데... 아무렴 어때!'
원래 목적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녀와 함꼐 있는 이 순간이 더 중요했다.
"이젠 상관없을거에요, 급한 일도 아니였으니까..."
산에서는 어둠이 빠르게 찾아온다.
나와 세인은 큰 바위 뒤쪽에 앉아서 모닥불을 피웠다.
"오늘 정말 멋진 하루였어요! 혼자서는 상상도 못했을거에요"
"그렇게까지 말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날 밤 유독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잠들었던 것 같다.
"론...일어나요...론!"
"으음... 무슨 일..."
눈을 떳을 떄는 이미 아침이 되어있었다.
"저기 좀 봐요, 마을이에요!"
"어? 지도에는 마을이 없는데... 저런 마을은 처음 봐요"
"우리 가봐요!"
호기심에 가득찬 그녀의 눈, 그녀가 원한다면 가야한다라는 심리가 적용됐다.
"그럼 가보죠"
안개가 자욱하게 낀 마을, 로카의 장기말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마을이였다.
마을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마을에 있는 중년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로카장기말들에 자주 다녀봤는데 이곳에 마을이 있는 처음봤는데 혹시 최근에 생긴 마을인가요?"
그 사람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허허허, 거참 이상하네 이 곳은 생긴지가 꽤 되었는데 처음보다니..."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론도 안 가본곳이 있나바요?"
"세상은 넓으니까요. 하하"
마을 안쪽에 빈집이 한 채있었다.
그녀는 망성임없이 그 집에 들어갔다.
"주인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 들어가면 안되죠!"
나도 그녀를 따라 집안에 들어섰다.
다행인지 주인은 없었고, 집을 비운지 오래된 것 같았다
선반을 살펴보던 중 작은 사진액자에 3명이 있었다.
낯익은 사람이 있었다.
나와 함꼐 이 곳에 왔던 그녀... 그녀와 너무 닯앗다.
아니, 그녀가 분명했다.
'이게 무슨...'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시점에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가요, 별거 없는 것 같아요"
'뭐지? 일부러 저러는 건가?'
물안개 마을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사진은 물안개마을과 한 참 떨어진 이 곳에 있다.
"저기 00?"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하자 말이 나오지않았다.
"빨리가요~ 론!"
그녀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론, 무슨 고민있어요?"
"예? 아니요! 그냥 생각을 잠깐.... 혹시 아까 그 마을 뭔가 이상하지않았어요?"
"아뇨, 전 그런거 못 느꼈는데..."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 누구랑 말하는거요?"
어제 봣던 무역상이였다.
"누구긴 누구요, 여기... 그... 미인이랑 이야기하고 있지않소"
"정신차리시요! 여기 당신과 나말고 누가 있소?"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며 싱긋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무역상을 보고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혹시 내뒤에 있는 여인이 안보이는 것이요?"
"어제 그 곳에 있더니 귀신이 씐 모양이요"
"귀신이라니... 아니 그보다 내 부탁하나 들어줄 수 있겠소?"
"부탁이라니...무슨?"
나는 방금 다녀온 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로카의 장기말들을 자주 다녔는데 저 마을은 처음보는데... 당신은 무역상이니 저 마을에도 들리겠지요?"
그런데 무역상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말했다.
"저곳이 무슨 마을이란 말이요!? 저곳은 옛날에 일어난 큰 산사태에 마을 전체가 묻힌 곳이란 말이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혼자서 왜 중얼거려요?"
나는 이 말을 듣고 더욱 혼란해졌다.
무역상은 말했다.
"더이상 내게 말을 걸지마시요! 나한테도 귀신이 붙을라!"
나는 무역상을 보내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00...."
'이번에도다... 그녀의 이름을 말할려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내가 당신과 만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당신을 정말 좋아하는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감쌌다.
"저도... 처음이에요 제 말을 들어준 사람... 그렇기떄문에 당신이 좋아요"
그녀가 귀신인지 죽은자인지 다른 무언가인지는 더이상 내게 중요하지않았다.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를 만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좋아했다.
그렇기에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의심이 깊어져가기전에 내 마음을 고백하고 더이상 생각을 그만뒀다.
"당신과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요... 나를 따라와주시겠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기쁜 눈물을 흘렸다.
"네... 물론이에요"
그날 나는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와 나는 로카의 장기말들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초원의 띠로 향하려했다.
하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말했다.
"론, 그동안 즐거웠어요.. 잊지 못 할거에요.. 당신을 이제 보내드릴게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함꼐 있기로 했잖아요!"
나는 그녀의 말에 걱정, 불안, 두려움... 여러 감정을 느꼈다.
"론도 알고 있잖아요... 저와 론은 다른 존재라는걸... 론은 앞으로 가야해요."
"아니요! 당신과 함꼐 가야해요. 당신만 있다면 앞으로 안가도 괜찮아요"
그녀는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고개를 저었다.
"론... 당신을 좋아하지않았어요... 비록 얼마되지않은 시간이였지만 당신을 사랑했어요"
"00...!"
그녀는 말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당했다.
환상이 깨졌다.
그녀와 함꼐 왔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모든게 달랐다.
그녀와 보고 지나왔던 곳은 절벽... 급류... 모두 위험했던 곳이였다.

몇년 전 일이였다.
아니, 몇 십년전 일이였다.
아니다... 작년의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연도를 세는 걸 포기했다.
나는 강령술사였다.
지금도 강령술사이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 한다.
매년 이 기억을 반복한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계속 기억한다.
그녀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걸 알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그리고 나에게 망각의 주문을 걸었다.
그녀와의 기억을 잊도록... 다시 그녀와 시작할 수 있도록... 기억하는 자의 고통을 잊으려고...
그녀는 죽은 자였다.
그녀에게 닿기위해서 죽음을 연구했다.
그녀가 알려준 사랑을 위해 노력하였고, 고통을 잊기위해 환술을 연구했다.
죽은자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 한다.
때문에 자신의 기억이 남아있는 곳에서 머문다.
산자는 죽은 자에게 닿지 못한다.
때문에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사실 그녀의 이름이 세인이였는지 모르겠다.
아직 한번도 이름을 불러본 적 없다.
오늘 나는 그녀를 만나러간다.
더이상 망각의 주문을 걸지 않는다.

매번 왔던 곳이지만 새롭다.
눈사자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온다.
"버림받은 거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눈사자... 혹시 주인이세요?"
금색의 머리색... 긴생머리도 아닌 단발도 어중간한 헤어스타일... 붉은색 눈동자... 그녀였다.
"주인은 아닌데..."
그녀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론, 어서와요..."
드디어 만났다.
"어... 보고싶었어... 세인..."

'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이봐, 자네 로카의 장기말에서 무역을 한다며?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몇 십년전에 귀신에 씌었던 사람이 강령술인가 뭔가 연구하는 사람이였는데.. 글쎼... 오늘 자살했다네?"
"그래?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주술사말에 의하면 로카의 장기말에 있던 악귀였는데 그 악귀가 사람을 절벽이나 급류로 인도해서 사람을 죽인다네? 근데 그 강령술사인가 뭔가하는 사람은 살아돌아왔다는데 매년 로카의 장기말에 찾아가서 귀신에 씐거랑 똑같은 짓을 한다더라고 아마 그 귀신을 만나려고 자살했다나..."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나? 놀리지말게!"

세상에는 억울한 영혼들이 많다.
그들은 우리를 보지 못하고 우리도 그들을 보지 못한다.
만약 그들을 본다면 두려워하지마라.
그들이 우리에게 보인 이유는 당신이 외롭거나 그들이 외로웠을 때이다.


안탈론

소설응모

태그는 148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
1 ... 3 4 5 6 7 8 9 10 11 12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