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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무는 그동안 맡았던 다른 임무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원정대장으로부터 극비리에 전달받은 지령서에는 의뢰에 대한 내용이 일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S급, 태양이 눈을 감을 때, 로카 구름 협곡 B3. 즉시 파기.

나는 수백가지 암호와 약어가 빼곡히 적혀있던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B3 가 도대체 어디야. 대장은 정말 그걸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미 여러곳을 이동하며 허탕을 쳤기 때문에, 나는 점점 무거워 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근처의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성을 발견했다.
빠르게 다가가 살펴보니 남자는 숨이 끊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평범한 행상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손에 쥔 듯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푸른 소금 상회의 사람인가... 이건 뭐지?'

그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작은 돌 조각일 뿐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와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무언가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돌 조각을 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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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등뒤에서 중저음의 낮은 페레의 음성이 들려왔다.
기척으로 봐서는 혼자가 아닌 모양이다.

"방금 품에 넣은걸 도로 내려 놓는게 너나 나나 서로에게 좋을거다"

호감 이라던가 친절함은 전혀 묻어 나오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그렇지. 역시 시작부터가 순탄치 않았다니까.

"천천히, 그대로 있던 자리에 돌려놔라. 그렇게만 한다면 목숨만은 보장하지"

내 목에 들이댄 시퍼런 칼날과는 대비되는 말 이었다.
모든일의 원인은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했던가.
그때 그 돌을 도로 내려놨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지 않겠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
내 뒤에 있던 페레는 코를 붙잡고 쓰러졌다.
전에 루루 상인에게 장난으로 산 고추탄이 이럴때 도움이 될 줄이야.
다만 제자리에서 터뜨렸기에 나에게도 영향이 있었다.

"아윽..!!"

얼굴은 눈물콧물 범벅이 되었지만 앞은 볼 수 있었다.
몸을 숙이고 냅다 뛰었다. 페레의 다리를 이기긴 힘들겠지만 상태가 저러니 쫓아오는 건 힘들겠지.

"저놈좀 잡아봐!!"
"활을 쏴라!!"

고추탄이 예상보다 강력했던 모양이다. 활 잘쏘는 페레들이 한번도 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삐익-!!

눈물을 철철 흘리던 페레 한명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 소리가 울리자 마자 반대편에서 사자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눈사자였다. 상대가 페레였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겠지만...
눈사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가지고 있는 장비는 암살에 적합한 단검 한자루 뿐이었다.
눈사자에게 생채기라도 낼 수 있다면 다행일텐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뒤쪽에서는 아까 그놈들이 다시 추격해 올 것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잃기 딱 좋은 상황이 된 셈이다.

크르르르르......

눈사자의 낮은 울음소리에 오금이 저려온다. 일반 호랑이나 사자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었다.

'이번 임무로 죽으면 나중에 2계급 특진 정도는 해 주겠지? 그정도도 안해주면 임무때문에 죽기는 억울한데...'
벌써부터 죽을 생각이라니. 이건 하리하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다.
왜 우리 종족 고유의 특성 있지 않은가. 실리에 밝으며 집에 돌아갈때 만큼은 발빠른 하리하란을 이길 종족은 없을거라고.

"후우..."

소매로 얼굴을 빠르게 닦아냈다. 다행이 고추탄을 직격으로 맞은게 아니라서 눈물을 엄청나게 쏟았을떄 많이 씻겨나간 모양이다.
눈사자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보고 단검을 고쳐 쥐었다.
저번 훈련때 받았던 것을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적을 일격에 쓰러트리기 위해서 노리는 곳은 목덜미만큼 좋은곳은 없다.'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전사마저도 각 관절부위나 목은 방어가 취약하다.'
'그러므로 적과 대치했을땐 각 관절부위와 목덜미를 잘 살펴봐라.'

"뭐... 눈사자도 생물이니까 목에 단검이 박히면 아무래도 견디기 힘들겠지."

부스럭

눈사자가 조금 움직였다. 나에대한 탐색은 끝마쳤나 보다.
이판사판이다. 나도 이렇게 죽을수는 없단 말이다.
눈사자가 자세를 낮추고 날카롭게 노려본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것이 아무래도...

쉬익!

화살이 귓가를 스치고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눈사자가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크아아아아!!!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칼이나 창이었으면 살짝 피했겠지만 맹수의 발톱은 이야기가 달랐다.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려 일어나려니, 뒤쪽에서 휘파람소리가 두세번 났다.
아무래도 놈들이 회복이 다 돼서 추격해온 모양이었다.
눈사자도 자세를 바로 잡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자식들은 왜 눈사자만 타고다니는...'

묘책이 생각났다. 이럴때 만큼은 내가 하리하란으로 태어난것에 감사한다.
눈사자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지금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단검은 도로 집어넣었다. 아직은 필요가 없다.
지금은, '잡는'행위에 온 신경을 모아야 했다.
눈앞까지 달려와서 나를 덮치려고 할 때, 옆으로 살짝 피하고 눈사자의 갈기를 붙잡고 등 위로 올라갔다.

크앙!

눈사자가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다. 올라갔을때 몸이 움찔하는게 느껴졌다.
한손으로는 눈사자의 갈기를 다시한번 꽉 부여잡고 다른 한손으로 허리 뒤쪽에 찬 단검을 뺐다.
그리고, 눈사자의 목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캬아아아아악!

눈사자의 가죽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하지만 날이 선 단검 앞에서는 맥없이 찢어지고, 구멍이 뚫렸다.
눈사자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며 얼굴을 뒤덮었다.

쿵!

얼마안가 달리던 눈사자는 쓰러졌다. 덕분에 나도 튕겨져 나가떨어졌다.

“으악!!”

땅에 떨어지자마자 눈앞에 화살이 박혔다.
아파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페레들이 아직 추격중일 것이다. 몸을 숨겨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계곡이 하나 보였다.
서둘러 입고 있던 가죽갑옷을 벗어서 근처 풀숲에 던졌다. 속이진 못하더라도 분산 시킬수는 있을 것이다.

"힘든 하루정도로는.... 끝나지 않을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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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나?”

“놈의 냄새가 사라졌습니다. 찾은건 이 가죽갑옷 뿐입니다.”

“놈은 우리의 동족을 죽이고 달아났다. 반드시 찾아내라.”

가죽갑옷은 하리하란들이 흔히 입는 통상적인 갑옷이었다. 유일한 단서는 놈이 풍기던 냄새. 다행이 가죽갑옷엔 놈의 체취가 조금 남아있었다.
대장 페레는 아무래도 화가 났는지 갑옷을 땅에 내동댕이 쳤다.
내일이면 간부들이 그 ‘돌조각’을 찾으러 오는데, 담겨져 있던 주머니를 돈주머니로 알았는지 상인복장의 하리하란 한명이 낼름 훔쳐가 버렸다. 중간에 독화살을 맞아서 멀리 가지 못했지만, 막 도착했을 때 또 다른 하리하란놈이 가지고 도망 가버린 것이다.
이번에는 자신의 친구인 눈사자를 죽이고.

“하리하란놈들 내 조만간 쓴맛을 보여주...”

갑옷을 발로 차려던 찰나에 갑옷 안쪽에 문양이 보였다. 칼로 음각을 한 문양은 대장페레가 잘 아는 문양이었다.
하리하란
그는 씨익 웃었다.

“오랜 숙원을 여기서 풀 차례로군. 원정대장님 아니, 도망친 ‘전’ 이동하는 제국 부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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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구;;; 오랜만에 아키 들어왔더니 이런 이벤트를 하고 있었네요 ㅎㅎ
2000자 이내랬지만 180자 정도 넘어간건 애교로...ㅎㅂㅎ
그래도 2000자 이내라니 상당히 아쉽네요.ㅜㅜ
5000자 정도였으면 조금은 만족했을지도...

  • Cramcrem @안탈론 | 37레벨 | 길잡이 | 페레
    페레를 좋아하지만 여기선 페레가 악역인게 함정.
    2014-11-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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