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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워워, 진정하라구 친구.”
갑자기 내리친 벼락과 이어진 천둥소리에 놀란 녀석을 달랬다. 손 안에 느껴지는 풍성한 갈귀의 감촉이 언제나와 같이 마음을 안정시켰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그랬더랬다.
팔을 당겨 고삐를 위로 슬쩍 올렸다.
너무 낮게 날다가는 거칠어진 파도에 휩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녀석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기세 좋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처음으로 손에 넣는 것은 불타는 검이라며 달려갔던 모르페우스의 해적 기지.
그리고 도망.
해적과 민간인. 대륙인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던 모르페우스. 자신의 연인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다 세상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미친 이가 된 그.
그는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새파랗게 질렸을 게 분명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가 내달렸다.
멍청하게 발이 걸려 지하 감옥으로 떨어진 나를 보며 모르페우스와 녀석의 부하들이 비웃었다.
‘거기서 굶어죽은 해골들이 참 많은데 오늘 쓸데없이 한 녀석이 또 추가가 되는구나.’라고.
검고 커다란 포문을 드러내며 킬킬대는 녀석들의 앞에서 나는 움츠리며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 좀 더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갔다. 거기에 녀석이 있었다.
랑그레이를 기리기 위해 제물로 바쳐질 명물. 족쇄에 묶인 날개가 달린 페가수스. 마치 이 낯선 곳에 떨어진 나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이며 나를 탐색하던 녀석의 모습에 실소를 머금었다. 몰래 탈출이라도 하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던 것인지 길게 솟은 녀석의 뿔에 피가 살짝 어려 있었다.
다가가 철물점에서 산 고물 검으로 그것을 뜯어내려 낑낑대자 녀석이 고개 짓했다.
그곳에는 있었다.
내가 찾던 물건이.
‘뜨거운 맹세.’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는 불타는 검.
단번에 결박을 풀어내고 탈출했다.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갖가지 무용담을 펼쳤고 명예와 부를 얻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꽃을 건네던 앙큼한 소녀는 어떤 표정을 할까?
인형을 마음에 들어하면 좋겠는데…….



“아…….”
아무것도 없었다.
수줍게 웃음 짓던 작은 소녀도 주름진 손으로 어깨를 두드려주던 촌장님도. 모두…….
-네 녀석이 가진 ‘뜨거운 맹세'를 가지러 다시 오겠다. 기다리고 있어라.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하하하!”
비가 계속 내렸다.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나?
묵뢰와 함께 달려나갔다.
한때 그에게 일말의 동정도 느꼈다.
그리움이란 것은 때때로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강박증을 앓게 하기도 하니까. 남대륙의 열대 부족이 어린아이에게 자기 전 씹힌다는 질긴 고무 조각을 입안에 넣고 저도 모르게 계속 턱을 움직이는 것처럼.
땅을 딛고 선 다리가 계속해서 덜덜 떨렸다.
예전이 아닌 지금의 나는 모르페우스 저 악마를 이길 수 있나?
커다란 포문. 당장이라도 저기서 수십 발의 포탄이 날아들어와 몸을 찢어발기는 그림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입술을 깨물었다.
차가운 빗방울이 아닌 따뜻한 무언가가 턱선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네 녀석 이름 처럼 꿈이나 꾸며 송편이나 빗으라고. 개자식아!”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천천히 돌아서는 녀석의 얼굴을 향해 커다란 잔영을 남기는 불의 검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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