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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

아침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이사를 온 페레 인듯한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버렸다
궁금한 마음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어제 짜둔 우유 몇 병을 선물로 들고 집을 나섰다.

'욕조?'

검은색 꼬리를 가진 페레 여성 하나가 낑낑대며 커다란 인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욕조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저기 도와드릴까요?"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페레 여성은 앞발…. 아니….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번 훔치더니 혀로 털을 고르고는 그대로 손을 귀 뒤로 연신 쓸어 넘긴다.
매일 집안에서 잠만 자며 뒹굴고 있는 지난번 축제 때 받은 고양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털을 다 고른 후 내 손에 들린 우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우유를 한 개 집어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낚시 대회 우승 선물로 받은 거에요. 욕조만 필요했는데 인어까지 담아서 보내왔네요"

뒷말은 궁시렁대며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예? 뭐라고 하셨나요?”
“아, 아니에요.”

그녀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웃으며 나에게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페레족의 나이티라고 해요.
“아, 반갑습니다. 하리하란의 청인입니다.”
“음...그럼...청인씨?”
“네?”
“초면에 죄송하지만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무래도 좀 무겁네요.”

뒤편의 인어가 담긴 욕조를 가리키며 말해왔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할로윈 데이로군요.”
“그렇네요.”

나이티씨가 웃으며 말했다.
“청인씨는 이번 동틀녘반도에서 열린 할로윈 축제에 가보셨나요?”
“물론이죠, 달팽이 타기가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달팽이도 귀엽고 말이죠.”

각자 욕조의 한쪽씩 잡은체 옮기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이티씨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인 것 같다. 말할 때 마다 움직이는 꼬리와 힘겨운지 이마에 살짝 맺힌 땀방울, 쫑긋거리며 움직이는 귀와 오물거리는 입술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나이티씨 trick or treat 이라는 말 아시나요?
“물론이죠, 할로윈 데이에 아이들이 집 앞에서 사탕을 받기위해 외치는 말 아닌가요?”
“그렇죠, 이 말은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 칠거야 라는 뜻이라네요. 재밌죠? 실제로 아이들이 사탕을 안준 집에는 달걀은 던져놓기도 한다는군요.”
“그거 정말 재밌네요.”

나이티씨가 수줍게 웃었다. 아아...정말로 아름다운 여자다.

쿵-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욕조를 다 옮겨서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휴우-”
“힘드시죠? 이것 좀 마실래요? 집 앞의 허수아비에서 키운 젖소의 우유에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갑작스럽게 오셔서 당황했지만 이웃이 친절하신분이라 안심되네요.”
“하하, 아닙니다. 저야말로 새로운 이웃이 이렇게 미인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걸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괜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녁시라를 대접해 드릴까 하는대 괜찮으신가요? 금방되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초면에 신세를 너무 끼치는 것 같네요.”
“아니에요, 도와주셨고 이웃지간이 됐는대. 집들이 오셨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녀의 친절한 마음씨에 나는 더욱 그녀에게 끌렸다. 아름답고, 착한여자 막연하지만 나의 이상형이다. 그런 나의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되는 그녀가 나타난 것 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부엌에서는 음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혼의 느낌이 들어 괜히 쑥쓰러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조금은 빨리 간 것 같다. 조금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그쳤다.

“저녁식사 준비 다 됐어요. 어서 오세요.”

귀엽게 앞치마를 입은 그녀가 고개를 살짝 내밀더니 말해왔다. 부엌에 들어가보니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굉장하네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이티씨가 나의 칭찬에 약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그녀가 알려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꿀맛이였다. 나의 이상형과 일치하는 여성과 소박한 식사는 나의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달그락-

“후아~배부르네요 정말 잘 먹었어요.”
“맛있게 드셔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눈에 들어온다. 분명히 나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 것 이다. 이 부정할수 없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그 증거이다.

“나이티씨, 저는 아마도 당신에게 첫눈에 반한 것 같습니다. 저와 만나주시지 않겠습니까? 비록 만난지 얼마 안됐지만, 저는 당신에게 끌리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대로 말하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와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동자는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나이티씨는 당황한 듯이 나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저...죄송해요...그게...”

나이티씨가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차인건가...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대...

드르륵-

“죄송했습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말을 한 것 같네요 많이 당황스러우실 것 같네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뵙겠습니다.”

나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했다. 나이티씨가 뒤따라 오는 것이 느껴진다.

“나이티씨?”
“네?”
“Trick or treat.”

나는 중얼거리며 그녀를 찔렀다.

푸욱-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며 그녀의 몸이 멈추고, 뜨거운 피가 바닥을 적신다.

“킥킥...주지 않으면 장난칠거야...”
“어째...”

털썩-

그녀의 몸이 쓰러지고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손에 들려있는 작은 단검에 뭍은 피를 옷소매로 닦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귀엽게 오물거리던 입술과 쫑긋거리던 귀는 미동조차 없고, 살랑거리던 꼬리는 축 늘어져 있다.

“후우...이걸로 몇 번째 인지...”

한숨을 쉬며 그녀를 끌고 나의 집으로 향했다. 바로 옆의 나의 집 앞에는 대형 호박이 있다. 속이 비어있는 그 호박에 그녀를 넣고는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호박에 입을 맞추며 나는 말했다.

“Happy Halloween. 나이티씨...”

광기어린 미소를 짓는 나의 주변으로 어두컴컴한 나의 집과 대형호박이 여러 개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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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자라는게 굉장히 빡빡하더군요...

제시된 글 포함해서 2000자여야된다는건지 2000자를 제가 더 써야하는건지 햇길러디라구요. 그리고 아마 제가 쓴 글만 해도 2200여자는 될 것 같네요... 분량에 맞춰서 스토리를 쓰려다보니 굉장히 조잡하고 볼품없는 글이 되 버렷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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