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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실례지만, 여러분은 나이가 어찌 되세요?


저는 올해 서른 여덟입니다.

그리고 저희 서버에는 곧 50대에 접어드는 원정대장님이 한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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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그분을 마주하게 된 건,

기자단 신분으로 원정대 인터뷰를 할 당시였습니다.


^^ 스마일 표시같은 이모티콘과 조심스럽지만 순수한 말투에 나보다 어린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했읍니다. 그랬읍니다." 라는 그분의 표현을 들으며,

나이가 좀 있으실듯하다 여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분의 나이를 알게 되었죠.

어떡하든, 눈을 낮춰 젊은유저들과 같이 호흡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그 분의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절대 싫은소리를 쉽게 안한다는 것입니다.




페란섭에는 많은 이야깃 거리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해적과의 동맹설이었죠.

이 분은, 그 중심에 있던 유저이기도 했습니다.


제 3자가 의심할만한 해적유저와의 친분은 있었습니다. 오해살 일이 몇번 있기도 했었죠.

저 역시, 그 당시

이건 절대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비판을 했었지요.


하지만,

저의 판단은 상당한 모순이었습니다.

부부유저 중 신랑은 새로운 컨텐츠 해보고 싶다고 해적을 선택하고,

아내는 계속 있던 원정대에 머무는 경우도, 전혀 나쁘지 않게 보았던 제가,

이런 의심을 하고, 이런 판단을 한다는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페란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그분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진짜 연계를 했다한들,

그게 얼마나 큰 비난의 대상이 되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정해놓지 않은 규칙중,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지양해야하는 규칙이라는 이유로

그분은 연배가 무시되고, 철학이 무시되며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역시, 연배는 무시 못하는 것이더군요.

그분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여러 비난과 오해를 받아드리시더군요.

그리고 그와중에도, 페란섭 초보지원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셨습니다.


또한,

자신의 원정대의 내전에 대해 여러방면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열정이 약해집니다. 포기가 도전보다 쉽기도하고,

게임에 대한 명분과 홀릭이, 젊은 세대보다 약하기 때문인듯합니다.


하지만,

그분은 게임이 아니라, 그분을 따르는 유저들을 위해,

얽혀버린 여러 상황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밤새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오냐고...

무슨일인가 싶어 급히 접속을 해보았습니다.


원정대원들과 부산에 놀러왔다고 하시며,

저도 어여 오라고 하시더군요.

ㅋㅋ

저는 부산과 정반대인 곳에 살기도 하고, 주말에는 집을 지켜야하는 처지였지만,

말씀만이라도 감사드렸습니다.


그런데 밤새 저를 기다린 이유는 따로 있으셨더군요.


드로야~ 오늘 내전 끝낼 수 있을것 같애! ㅋㅋ



대원들과 밤새즐긴 술 때문인지,

이 날은, 그분이 소풍전날의 아이처럼 느껴졌습니다.

들뜬 아이가 자랑하듯, 내전을 끝낼수 있을것 같다며 마냥 좋아라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내전상대의 주요 간부들과 원정대장이, 부산 인근에 살기 때문이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술한잔 기울인다면,

이해가 얽혀 진퇴양난의 현실 관계도 아닌, 게임에서의 내전상대와의 오해와 섭섭함 정도야

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하 스토리는 생략합니다...)



나의 대원들이, 그리고 서버 유저들이 눈살을 찌뿌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어떤 일에 대해

신발끈을 동여매고 집안을 나서고, 팔을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저에겐 그분의 이런점이 기억에 많이 남더군요.


하지만, 그분은 사적으로 나누었던 대화들 마저

게시판에 공개되면서, 또한번 연배는 무시되고, 난처해지는 상황도 여러번 마주하게 되셨더군요.


프라이버시가 무시되는 곳.

프라이버시는 우리가 지켜야할 최소의 도덕이라 생각했는데,

야! 이것봐바! 이 사람 원래 이런사람이야! 라는 말한마디, 공감 하나 얻기위해

무시되고 있는 곳.

그 곳이 게임이더군요.


오늘도 그분은 여러오해를 가슴에 담은채, 자신의 아내와 오븟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의 가족만큼, 상대의 가족도 존중되야하는 곳

그런 아키에이지가 되 길 바랍니다.


게임 외적인 요소를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아키에이지와 이기적인 우리가 만든

그분의 상처.


위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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