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먼저 글 읽기 전에 미리 양해를... 사연이 좀 길고 오글거려요 솔로님들께 ㅈㅅ ^^;




2011년 9월.


지금의 제 남자친구를 알게 된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전 일이죠.

저희는 아키 이전에 7년간 했던 FPS게임에서 만났어요,

신기하게도, 제가 지금의 동네로 이사오기 전 살았던 곳의 같은 동네주민이었고

다니던 PC방도 같았다는 점, 서로의 주위사람들을 다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같은 게임을 하면서 부딪힐 법도 한데

이렇게 늦게서야 알게 됐다는것과 첫 만남이 순탄치 않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저희 인연도 참 파란만장 하다고 둘이서 늘 우스갯 소리로 말 하곤 하죠 ㅎㅎ

그 좁은 동네에서 적어도 수 차례 그 사람의 옆을 지나쳤을 생각을 하면 지금도 신기하답니다.




각설하고, 저희는 그렇게 약 2년 전 쯤 알게 돼서, 연락을 하고 지냈어요.

그때 저는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였지만, 우린 같은 PC방을 다녔다는 이유, 같은 동네에 살았었단 이유로

급속히 친해질 수 있었고 꾸준히 누나 동생으로 연락하며 지냈었죠.

사실 이제와서 얘기하지만 , 지금의 제 남친이 처음부터 제게 호감이 있었다는 것 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지만, 그 마음을 쉽게 받아 드릴 순 없는 상태였기에

우린 그냥 그런 사이로 남아 연락을 하다가 또 연락이 끊겼다가, 몇 차례 반복하게 되었죠.

그게 전 늘 미안했고 마음에 걸렸지만, 제 욕심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접기 일수였죠.







2012년 5월.


전(前)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는, 그간 연락이 끊겼던 그와 또 우연찮게 연락이 닿아서

우린 다시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 했지만, 저의 개인적인 집안사로 인해

제가 일본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27살. 한창 좋을나이, 좋은 여자 만나 달콤하기만한 연애를 해야 할 그에게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자고 권할 수 없었기에 전 마음을 접고 냉정하게 돌아 설 수 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사실 이 얘긴 한번도 언급한 적 없었는데,

이 이벤트로 인해 제 마음을 대신 전하게 되네요. 제 사정을 몰랐던 그는 이런 제게 많이 지쳤을테지요.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외면 아닌 외면을 했어야 했던 저는 아직도 죄인 같기만 해요.



그렇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연말이 다 되서야..

당연히 생각이 나죠, 당연히 미안하죠, 한국가면, 다시 연락하고 싶었던 그리고 제일 생각나는 사람이었는데..

막상 그럴 수가 없었어요. 필요에 의해 찾는 사람처럼 느껴질까봐.. 외로울 때 찾는다고 생각하게 될까봐..

그리운 마음 ,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둔 채 ... 그렇게 각자의 시간에 적응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2013년 1월1일.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덧 2013년이 됐던 그날.

원래는 부모님을 뵈러 가기로 했었던 날이었죠. 그리고 거긴 그 사람도 살고 있을테죠.

그 생각도 잠시,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혼자서 우울한 서른을 맞이하다, 게임이라도 하자 싶었죠.

그렇게 거의 1년만에 접속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그 사람이 접속했다고 뜨는 거예요.

알고보니 휴일이라 자기도 친구를 만나 PC방에 온거라며, 진짜 오랜만에 하는 거라고....

너무 반갑고 좋았지만 알량한 자존심에 티를 낼 수는 없었어요.

멋쩍은 인사와 안부를 주고 받으며, 반가움과 미안함이 뒤썩여 알 수 없는 감정들에 복잡했지만,

먼저 다가갈 용기는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해 그럴수 있는 뻔뻔함이 없었던거겠죠..

바뀌어 버린 전화번호를 물어 볼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 짧았던 시간속에,

제게 아키에이지를 할 꺼라는 얘기만 남기고 우리는 또 헤어져 버렸죠.






2013년 2월14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유난히 더디던 어느 날이었죠.

또 다시 기적처럼 제 눈앞에 그 사람이 나타났어요.

어느 서버 인지도, 어느 종족 인지도 모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작했던 아키에이지.

그냥 그 사람이 하고 있을거라는 실낯 같은 희망만 가진 채, 묵묵히 게임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또 나타난거예요. 그땐 정말 너무 놀랄 수 밖에 없었죠.

세상이 아무리 좁다 해도 이럴 수 있는 인연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었던 순간이었죠.

혼자서 게임한 탓에 심심할때 마다 간간히 일지를 남기곤 했었는데

마침 소환몹 중 고양이를 받는게 있어서 키우던 고양이를 올린 사진이 플레이일지에 인기목록에 뜬거예요.

나중에야 들었지만 실수로 F11번 눌렀는데 일지가 뜨길래 보게 된거라고,

낯 익은 고양이가 있길래 클릭 했는데 아니라 다를까 제가 키우던 고양이였다고...



가볍게 생각될까봐,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던 제게,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절 바라봐준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나 아껴와서 쉽게 나오지도 않았던 우리에게.. 아키가 선물을 준 것 같았어요.

이렇게 아키를 통해, 길다면 긴 시간동안 돌고 돌아, 서로의 자리를 찾은거예요.



우리는 지금도 얘기를 나누곤 해요, 만날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던 우리가 이제서야 만나게 된건,

하나님의 계획 같다고, 어린 나이에 일찍 만났더라면 지금처럼 많이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까.

아쉬움과 후회를 겪어 본 터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고맙고 소중하답니다.

날 알아봐줘서 고맙고, 또 이런 날 놓치지 않아줘서 고맙고, 무엇보다도 세상 누구보다 날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오늘은 꼭 전하고 싶어요, 알고 있을테지만요 ^^;

그때 만약 제가 일지를 쓰지 않았다면, 아니 썼어도 인기목록에 뜨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가 실수로 F11키를 누르지 않았다면 우리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는 장담 할 수 있어요, 어디선가 또 분명히 만났을거라고...







# P.S



있잖아, 나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해.

너와 난 우리도 모르고 있던 시간과 공간속에서 사실은 항상 서로의 곁에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인연은 우연찮게 시작 되었는지는 몰라도,

내겐 꼭 너여야만 했던, 네게도 꼭 나여야만 했던 그런 필연이 존재 했던건 아니였을까 하는..

비록 남들이 가볍게 생각 할 수 있는 게임을 통해서 만났지만 어렵게 시작 한 만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잘 할께 내가.. 그러니 언제까지고 내 곁에 꼭 있어주라.



어려운 분들에게 컴퓨터가 지급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기에, 욕심 부리진 않을께요.

컴퓨터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깐요, 다만 이 사연을 통해 제 진심을 표현 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 되기만을..

그리고 혹시나 이런 사랑을 하시는 분들에게 저희 사연이 힘이 될 수 있기를 조심히 바라여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키에이지 정말 고마워요.

일지를 F11으로 지정 해주신것도 고맙구요, 전부 다 고마워요, 제가 오히려 선물 해 드리고 싶네요.

히히..전 이미 제 인생에 두번 다시 없을 가장 큰 선물을 받았으니깐요 ^^




















힐링캠페인

태그는 706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