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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작게 pc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컴퓨터 댓수가 100대 넘는 대형 pc방도 아닙니다.

동네 작고 손님도 그럭저럭 겨우 유지 될 정도의 개인pc방입니다.

요새는 금연법이다 뭐다해서 가게세 낼 때가 다가오면 한숨부터 내쉬지만,

두부부가 아르바이트 없이 12시간씩 지키며 한해 두해 보내던게 벌써 한곳에서 오년이 넘었네요.

이렇다보니 집안행사는 고사하고 식구들 만나려면 pc방에 찾아와야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는 낼모레면 아흔을 바라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있습니다.

여든여섯이라는 연세가 안믿길정도로 아직까지도 정신과 육체 모두 건강하시니

백살시대라는게 맞긴 한것 같네요.

오랫동안 pc방을 하면서도 이런 저런 궁색한 변명으로 가게에 모시지 못하다가

얼마전에 큰 맘 먹고 가게로 구경오셨습니다.

신기해하시기도하고 컴퓨터도 이래저래 만져보시고,

노동력충당용 아키에이지 캐릭을 보시더니 할머니께서

"야는 와 발가벗고 서있노?" 물으셨습니다.

보...조캐릭이 옷을 벗은 상태라...

"할매 그거 농사짓는거에요. 봐봐요. 저기 벼있죠? 소도있고, 소 젖도 짜주고 농사져서
쌀도 수확하고 그래요"

"그나? 어케하노?"

"할매, 요래, 요래하면 쌀나와요. 저기 당나귀같은거 보이시죠? 그건 요거짚고
맨끝에꺼 누르시면 털갈이도 해줘요"

"일정시대때 울집도 벼농사했는데 추수때만되문 일본늠아들이 다 뺏그러가고"

할머니는 추억도 회상하시고 신기해하시면서 집으로 가시기전까지 한참을 만지작거리셨습니다.

덕분에 그날 제 야타밭은 털밀리고 야타고기되고 쑥대밭이됐지만
마음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pc방주인이 집에는 컴퓨터 설치를 안했네요.

집에서까지 전자파맞야야겠냐며 질색했는데

할머니께서 이렇게 신기해하시고 좋아하시는데 미리 해드려볼걸...

새컴퓨터가 생기면 할머니 할아버지 방에 큰 모니터와 함께 할머니께 선물하고싶네요.

"할매, 농사 많이 지어서 부자되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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