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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39세. 2001년도에 대학 졸업하고 단 한번도 온라인게임이란 것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2001년도 이전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당시 유행했던 게임은 모두 섭렵했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경우는 지방대회에 나가서 2등을 한적이 있을 정도로 게임에 미쳤던적도 있었죠.

여하튼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전 게임에 아예 관심이 없었습니다. 회사일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즐기는 여가라곤 와이프와 카지노에 도박하러 다니는 일이었죠.
하지만 카지노에 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살림은 피폐해져 갔고 도박중독 증세 또한 심해져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카지노를 끊어야 겠다고 2012년 말쯤에 결심하였지만 주말에 출근하다시피 하던 카지노를 가지 않으니 금단증상이 와서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12월 말인가 2013년 1월초인가에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네이버에 아키에이지 배너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무엇에 홀린 듯 전 그 배너를 클릭했습니다. MMORPG에 리니지를 만든 사람이 수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만든 게임이더군요. 엔진도 뭔진 모르지만 좋은 엔진을 썼다고 하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디아블로 같은 게임인가 보네...라고 말이죠.

집에와서 와이프와 상의합니다. 카지노 말고 다른 취미로 게임을 할 생각인데 어떻냐고 묻자 와이프가 방긋 웃더군요. 하긴 뭘 해도 카지노에서 돈 날리는것 보단 낫겠죠.

집에 노트북 밖에 없던 관계로 거금 100만원을 들여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를 장만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키에이지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날....

10분만에 게임을 꺼버렸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주말이 되었습니다. 와이프가 비싼돈 주고 컴퓨터 샀는데 게임도 안한다고 타박하길래 다시 아키에이지에 접속합니다. 처음엔 마우스 휠로 줌인 줌아웃하는것도 몰라서 캐릭터가 너무 커 짜증이 나서 이 따위로 게임 만들었다고 송재경님을 욕한적도 많습니다. 참고로 줌인 줌아웃 하는 법은 약 2주후에 알았습니다. 신세계가 열리더군요. 컹컹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아키에이지에 3번째 접속할때부터 중독증상이 오더군요. 심지어 초반엔 월차내고 밥도 안먹고 18시간을 아키에이지만 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이제이라고 카지노 중독은 게임 중독을 통해 자연스레 치료가 되더라구요.

여하튼 전 퇴근 후나 주말이 되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 아키에이지만을 했습니다. 웬만한 와이프같으면 썅지랄을 했겠지만 카지노를 끊은 제가 기특한지 끼니때면 와이프는 컴퓨터 책상앞에 밥을 차려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키에이지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자 퇴근후에나 주말내내 게임을 하는 저를 보며 그 다정했던 와이프가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맨날 게임만 한다는 등등.... 대처방안이 시급했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수정을 목표로 열심히 채광을 하다 밖에서 담배를 한대 피고 들어왔는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제가 하다 만 채광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알고 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광물앞에서 오른쪽 마우스 누르니까 됐다고 해맑게 웃네요.

다음부터는 F키로 누르면 된다고 지도편달 한 후 때는 이때구나 싶어 농사하는 법도 가르쳐 줬습니다.

벼를 심는데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춰서 심더군요. 윤기 있는 쌀이 나오면 좋은거라고 말해주자 100개 뽑을 때쯤 윤기있는 쌀이 나오니 걸쭉한 목소리로 '고러취(그렇지)'도 외쳐주시네요.

이런 와이프를 보며 드디어 제 맘속에 오랫동안 감춰왔던 말을 수줍게 꺼냈습니다. 컴퓨터 한대 더 사서 같이 아키에이지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말이죠.

와이프 얼굴이 발그레 해집니다. 그리고 조용히 제게 다가와 한마디 합니다.
"돈이 어딨어"라고 말이죠. 눈까지 뒤집으면서 말하네요.

돈 분명 꽁쳐놓은거 아는데..... 컹컹

전 제 와이프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와이프는 유난히 공짜를 좋아합니다. 돈도 엄청 좋아하죠. 돈 좋아하는건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닐 정도입니다.

이런 와이프가 공짜로 컴퓨터가 생긴다면 분명 아키에이지를 할 것입니다.

전 저와 와이프가 나란히 앉아 아키에이지를 하며 무역을 하게 될 날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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