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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키에이지를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몇 번째 CBT 였을까?
불편했던 인터페이스, 약간은 투박한 조작 등의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나는 금새 아키에이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팬이었던 전민희 작가님이 맡으신 세계관이라는 점이 흥미를 가지게 했고
범죄의 흔적인 발자국과, 그 발자국을 지우는 가루 등의 참신함이 날 매료시켰다.
성격상 어차피 날아가버릴 CBT 기간의 게임을 하지 않았던 나지만
아키에이지만큼은 예외로 조금씩이나마 해보면서 이 게임이 정식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검색해보던 홈페이지에서 드디어 OBT 일정이 잡혔다.
아이디는 무엇으로 해야하나, 무슨 직업을 키워볼까, 무역을 할까, 농사를 할까...
이래저래 머릿 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더 즐거웠던 시기였다.

OBT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내가 해본 모든 게임 중 서버에 한 번 들어가기 위해서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하는 게임은
이 게임이 처음이었으니까

처음엔 비쌌던 나무를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서
야생 나무의 성장 시간을 적어놓고 시간이 되면 가서 캐고
뭣도 모르고 채광을 하고 그 재료로 직접 갑옷을 만들어 입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다 같이 아는 것 하나 없이 서로 물어보면서
등짐 지고 같이 마차를 타고 걸어다니면서 지냈던 이상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던 도중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서 캐릭터를 다시 키우게 되었고
그 캐릭터가 지금까지도 플레이 하고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무슨 직업을 할까 하다가 '수호기사'라는 직업명이 보였다.
야성, 철벽, 사랑이라는 나름대로 사기적인 특성들의 조합이었으나
1+1+1이 3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나의 직업은
직업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나의 손가락을 거의 부러트릴 번 했다.

지금과는 달리 일반 활쏘기 조차도 한 번 쏘기 위해서 한 번을 눌러야 했던 시절
저레벨 몬스터를 잡아도 아이템과 경험치를 주던 시절이었기에
'스트라다바라우스' 하나 먹어보겠다고 신관의 유령만 이틀간 주구장창 잡는 등의 플레이를 하다가
나는 이니스테르 퀘스트 조차 다 깨지 못 한 채 나는 만레벨을 달성하였다.

그 뒤 다른 특성들을 다 만레벨까지 올려보기 위해서 여러 직업들을 키워보았다.
자객, 첩자, 장송곡 연주자, 기적술사, 그림자 검 등등

신세계였다.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운 좋게 근딜이나 궁수와 1:1이 붙는 것 외에는
답도 없이 죽어만 나가던 내가 은신을 통해서 사람을 먼저 죽일 수 있었다.

몹 한 마리씩 기본 활 공격에 충격 화살, 출혈 화살만 써가면서 세월아 네월아 잡던 내가
기적 하나 박아놓고 몹을 여섯 마리씩 몰아서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속 쏘기를 통해서 쏘아져 나가는 화살의 궤적이 날 감동시켰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야성, 철벽, 사랑의 특성 조합으로는
어느 던전에도 제대로 낄 수 없고
솔로잉 사냥조차 느리며
심지어 필드전, 깃발전에서도 선타, 해제기가 부실해서 힘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게임을 해가면서 점점 알아갔기에
나는 절망에 빠졌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딘가에 길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궁수 처럼 빠른 활질, 높은 데미지와
제대로 된 탱커의 든든한 방어력, 힐러의 확실한 치유에는 모자랄지언정

나름대로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세팅과 스킬 세팅을 하나 둘 찾아가고 있다.

숲의 방랑자로 쉽게 쉽게 끼워잡기도 하고 그냥 잡기도 했었던 구렁텅이 1 보스를 잡기 위해서
몇 번이고 혼자서 죽어가며 1 보스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혼자 사냥도 해보고
돈 조금 모이면 다른 대륙의 언어도 한 번씩 익혀보면서
내 나름대로 소박하게 즐기면서 하는 이 게임이 너무 좋다.

나 역시 아키에이지의 지나친 캐쉬 유도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 패치 등에 고개를 내젓기도 하지만
자기 나름의 재미를 찾아보고자 한다면 충분히 많은 숨겨진 보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키에이지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P.S 야성에 연속 쏘기를 달라고 하지는 않을터이니 3단 쏘기라도 넣어주오...
오직 궁수만이 야성+사명이 강제된다는 것은 자유도의 침해가 아닌가...

P.S2 신기루 섬의 하푸만인가 하는 엔피씨의 퀘스트를 보고 식겁했다.
대체 어느 게임의 퀘스트가 요구 아이템이 캐쉬템이란 말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P.S3 캐쉬 아이템들이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일반 유저들도
캐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력하면 유사한 컨텐츠를 즐길 수는 있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두 번째 주화 패키지를 깜박해서 묵뢰를 못 받아서 하는 말이... 아니다.)
계정만 결제해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 혹은 피씨방에서 즐기는 유저, 집에서 무료로 즐기는 유저
모두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유저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아키에이지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 Malphite @델피나드 | 50레벨 | 첩자 | 누이안
    으으... 대단하시다 수호기사를 하시다니;;
    2013-09-06 21:42
  • 성연화 @키프로사 | 50레벨 | 수호기사 | 하리하란 Malphite @델피나드
    다른 직업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직업을 하는게 더 재미있다보니...
    그러니 XL은 야성에 3단 쏘기 좀 넣어달라... 나도 인던 가고 싶다...
    2013-09-08 23:15
  • Malphite @델피나드 | 50레벨 | 첩자 | 누이안 성연화 @키프로사
    ㅋㄱㄱ 효율로만게임하면 다들 마술사나 심판자 강령 기적술사 장송곡으로만 돌아다니겠죠 ㅋㅋ 저도 첩자지만 예전에는 신기루검을ㅇ오래했었음 ..
    2013-09-10 22:58
  • 성연화 @키프로사 | 50레벨 | 수호기사 | 하리하란 Malphite @델피나드
    게임을 즐기는데도 정석이란게 존재하고 효율을 따지다보니... 게임 자체의 재미를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서...
    그냥 원하는 직업으로 하는데... 길이 험하네요... 아이고...
    2013-09-11 22:18
  • Malphite @델피나드 | 50레벨 | 그림자 검 | 누이안 성연화 @키프로사
    흙흙 단일 야성이 상향되는그날까지....!힘내세요
    2013-09-12 08:04
  • 성연화 @키프로사 | 50레벨 | 수호기사 | 하리하란 Malphite @델피나드
    감사합니다 ㅠㅠ... 열심히 할게요... ㅠㅠ
    2013-09-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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