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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맞는거야? "
나의 물음에 책의 예언자는 음.. 아마도? 라고 얼버무렸다.
하여간에, 북맨은 매사에 대충이라니까.
" 이번 세계는 꽤 평화로운 것 같지? "
북맨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중얼거렸다.
쳇, 말 돌리는 것 하나 만큼은 최고라니까?
파란 하늘. 하얀 조각 구름. 시원한 바닷 바람과 분주하게 짐을 나르는 선원들.
꽤나 활기찬 항구도시네.
" 저번에 찢긴 종이조각의 무대가 감옥이었던 걸 생각하면, 네 말대로 평화롭긴 하네. "
찢긴 종이조각. 다른 녀석들은 부서진 차원의 파편이라고 부르던가? 뭐, 이름따위야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쉽게 말하자면, 어떤 작가의 쓰여지다가 버려진 글. 공포, 추리,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도 천차만별이지만, 쓰다 버려졌다는 것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우리 직업은 그걸 찾아내서 이야기를 완성하는거구. 말하자면 테일즈 체이서.. 랄까?
" 자, 이번 일도 빨리 끝내자고. 그러니까... 뭐였더라? "
북맨은 품에서 찢겨진 종이조각을 꺼내들었다.
우리가 이번에 완성해야할 이야기.
" 으음.. 그러니까 오스테라 빈민가의 내일이 없다고 믿는 아이에게 희망 찾아주기...라고? "
감옥에서 탈출하라. 용병단과 함께 몬스터를 퇴치하라도 아니고... 내일이 없다고 믿는 아이에게 희망 찾아주기라고오오?
" 뭐 이런 엉터리 글이 다 있어? "
북맨도 이런 적은 처음 인지라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 .... 우선 빈민가 부터 찾아가볼까. "
다행히도 선착장에 사람들이 많았기에, 우리는 하릴없이 멍하니 서있는 개구리.. 개구리?!
" 개구리야 개구리.. 북맨 이것 봐. 개구리가 옷을 입고 있다고. "
" 실례잖아 멍청아! "
북맨은 내 머리를 한대 쥐여박고는 개구리에게 사과를 했다. 개구리인데 사과를 해야해?
" 죄송합니다. 얘가 워낙 철이 없어서... "
개구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괜찮다루루. 어린 아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지루루. 그런데 이상하다루루. 어린 하리하란이라 해도 우리 다루족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루루... "
이 세계에서 개구리들을 다루족이라고 부르나보네. 그런데 하리하란이 뭐지?
" 저희가 깊은 산에서 살다와서 그렇습니다. 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오스테라 빈민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
역시 북맨, 그 와중에 길까지 물어보다니.
" 빈민가루루? 아, 쓰레기 처리장에 있는 나무 판자 집들 말하는 건가루루? 저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나온다루루! 요어랜드 극장을 지나면 금방이다루루. 그런데 그런 곳은 왜 가려고하냐루루? 별로 돈 될곳은 아니다루루. "
빈민가로 가는 길을 알게 된 우리는 개구.. 아니, 다루족에게 인사하고 길을 따라 걸었다.
" 있지 북맨. 북맨은 내일이 있다고 생각해? "
" 그건 왜? "
"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 설득하려면 미리 연습해둬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날 설득해보라고. 걷기만 하기 심심하기도 하고 말이야. "
북맨은 흐음- 하고 짧게 고개를 저었다.
" 글쎄? "
" 뭐야 북맨! 그 아이 찾아가서도 오히려 설득 당할 것 같은데? "
" 난 내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오늘이 있기에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으니까. 그냥 오늘,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면 되는게 아닐까? 거창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과거를 잊고싶어하는 것도 필요없이.. 그냥 막연하게 오늘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말이야. "
" 오늘 할 수 있는 것들이라.. "
나는 슬쩍 북맨을 올려다보았다.
" 북맨이 오늘 할 수 있는 건 뭔데? "
" 그건- "
길을 따라 걷다보니, 무언가 썩은 듯한, 극심한 악취가 느껴졌다.
여기인가? 내일이 없다고 믿는 아이가 있는 곳이. 확실히 꿈도 희망도 없는 환경이긴 하네. 이렇게 냄새나는 데서, 다 부서져가는 집에서 살다니. 변변한 교육도 받지 못하겠고,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하겠지?
... 그 아이를 설득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나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북맨은 조금 전 물음에 답했다.
" 안 알려줌. "
빈민가의 상태는 생각보다 안 좋았다. 쓰레기 무더기로 부터 발생하는 악취는 기본이고, 좋지않은 환경 탓인지, 검붉은 얼룩을 가진 슬라임도 몇몇 보였다. 나무 판자로 만들어진 집들은 곳곳이 부서지고 낡아서,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아보였다. 폭우라도 내린다면 금방 부서져내릴 것 같은.
" 일단, 아이를 찾아보자. "
아이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른들은 모두 소일거리 하러 오스테라로 떠났고, 남은 건 힘 없는 어린아이 하나 뿐이었다. 이 아이가... 내일이 없다고 믿는 아이?
아이의 상태는 좋지않아보였다. 얼마나 씻지 못했는지 어깨까지 내려온 검은 머리칼은 산발이 되어 귀신처럼 흩날렸고, 제대로 먹지 못 했는지, 혈색도 안 좋아보였다. 입고 있는 옷도 군데 군데 꿰맨 흔적이 있지만, 거의 누더기나 다름이 없었다.
이 아이에게 무어라 말을 해야할까? 나는 말문이 막혔다. 북맨은 설득 할 수 있을까?
조용히 북맨을 바라보았다.
" 네가 그 빈민가의 아이로구나. "
아이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여길 떠나버려. 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듯 했다.
"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
북맨! 그거 돌직구잖아!
아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 네가 내일이 없다고 오늘을 포기한다면, 변함없이 늘 반복되는 거야. 네게서 영원히 내일이 사라지는거지.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
" 웃기지마. "
아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근데 별로 긍정적인 반응은 아닌데... 북맨, 이대로도 괜찮은거야?
" 네가 뭘 안다고 참견질이야? 포기하면 변함없이 반복된다고? 네가 뭘 알아? 포기하지 않으면 누이안 녀석들 때문에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이라도 돌아오기라도 해? 빈민가 사람들을 가축 다루듯이 하는 녀석들이 변하기라도 해? "
위험하잖아 이거!
북맨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서? "
아이와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 네가 그렇게 된 게 내 탓인가? 넌 그럼 과거의 그런 일들 때문에 내일이 없다고 믿는다고? 이미 일어난 일들은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내일은 바꿀수 있어. 과거의 일에 얽메여 살거면 그냥 바다에 뛰어드는게 나을거야. 무의미한 삶이니까. 내일이 없다고 믿는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지. "
북맨... 아이를 상대로 너무 한 것 아니야?
북맨은 품에서 찢겨진 종이조각을 꺼내들었다.
" 이제 그만 돌아간다. "
" 뭐? 아직 아이를 설득하지 못 했잖아? "
북맨은 아이를 한번 바라보고 차갑게 말했다.
" 스스로 무너진 녀석은 다른 사람이 일으켜 세워줄 수 없어. 앞으로의 일은 저녀석이 하기 나름이겠지. "
북맨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 귀환- "
파아앗-
찢겨진 종이조각에서 눈부시게 밝은 빛이 뿜어져나왔다.
" 자.. 잠깐! 멋대로 찾아와서 악담이나 하고 떠나버리는거야!? 이름이라도 알려주고가! "
" ... 가르쳐 줄 이름은 없고. 필명 정도는 가르쳐 줘도 되겠지. 북맨이다. 이 녀석은... "
빛이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아이가 멍하니 서있었다.


태그 팬픽
  • 기프트 @진 | 50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오리지널인가요?
    2014-03-01 00:11
  • 옌샤 @루키우스 | 0레벨 | 마법의 초심자 | 하리하란 기프트 @진
    오리지널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일 , 아니 오늘 복귀하는지라. 그냥 푸념글입니다. 짧게 휘갈긴... 뻘글
    2014-03-01 00:13
  • 기프트 @진 | 50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필력이 상당한 내공으로 차있어 보입니다.
    작가는 사랑입니다.
    2014-03-01 00:14
  • 옌샤 @루키우스 | 0레벨 | 마법의 초심자 | 하리하란 기프트 @진
    작가는 사랑이지만 필력은 없는 뻘글러에요.
    2014-03-01 00:15
  • 기프트 @진 | 50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옌샤 @루키우스
    전 이글을 매우 좋아합니다.
    2014-03-01 00:16
  • 옌샤 @루키우스 | 0레벨 | 마법의 초심자 | 하리하란 기프트 @진
    ... 멍...?
    2014-03-01 00:20
  • 시온 @키프로사 | 13레벨 | 사제 | 누이안
    냠.
    2014-03-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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