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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외전 1회 - 죽음 사랑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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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베이비시터도 아니고 이런 어린 애들을 데리고 뭐 하는거지…"
북맨은 한껏 귀찮은 얼굴이었다. 뭐랄까... 주말에 쉬고싶은데 아이들이 졸라서 놀이공원에 온 아빠같은 느낌?
"나 혼자 와도 된다니까."
애초에 혼자서 오겠다고 했는데 달라붙은건 북맨 너라고. 그리고 시온이라고 했던가? 얘는 또 왜 따라온거야?
"애 혼자 공상 속에 보낼 수 없지. 이야기는 직접 겪어 보기 전 까지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까. 혹시 위험한 이야기면 어떡하냐?"
걱정해주는건가. 고맙긴 한데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아, 지금은 어린 애가 맞는건가?
"일단, 고맙다고 할까."
"뭐..."
북맨은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아직까진 평화로워 보이지만 말야."
북맨 말 대로 이 세계는 한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이 곳은 주점. 동양인 소녀가 주문을 받느라 이리 저리 바삐 움직이고, 가게에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여러 목소리가 섞여 불협화음을 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용병이 단검 한 자루로 해적 무리를 소탕한 이야기. 보물 사냥꾼이 자유도 라는 섬에서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거나, 이름 없는 모험가가 항상 번개가 치는 섬을 발견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저기 손님들!"
작은 동양인 소녀가 영업적인 미소를 띠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아… 우린…"
북맨이 당황하며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시온이 북맨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밥 사줘."
… 저기, 우리 여기 밥 먹으러 온 거 아닌데.
"돈 없다."
간결하고 정직한 북맨의 한마디에 시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 거지."
돌직구 잖아!
돈이 있다고 해도 여기선 쓰지 못할 화폐지만 말이야.
"떼 쓰지마. 우리 여기 밥 먹으러 온 거 아니다."
역시 단호한 북맨. 시온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지 마시고 식사 하고 가시지요. 제가 사겠습니다."
훤칠한 키의 사내. 깊은 바닷물 같은 머리칼과 눈동자의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내.
바닷물은 짤텐데, 밥을 사주다니. 아 이게 아닌가.
"그러시지 않아도…"
북맨의 만류에도 사내는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합석하곤 작은 동양인 소녀을 불렀다.
"외지인 이신가보죠? 처음 뵙는 분들이니… 이 곳은 오리고기와 당근 스프가 일품이지요. 그렇게 시켜도 되겠습니까?"
시온은 공짜다 공짜음식! 을 외쳤다.
…식충이.
"식사가 나올때 까지 간단하게 통성명이라도 하는게 어떨까요. 전 아니코로. 용병입니다."
아니코로가 용병? 생긴것만 봐서는 어디 귀족 자제인줄 알았는데…
"저는 북맨, 얘는 시온, 마지막으로 이녀석은 떡시루입니다. 그리고 직업은…"
하긴, 판타지 세계인 것 같은데 직업이 글쟁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겠지.
"직업이…"
"그새 까먹었어? 글쟁이잖아."
눈치없는 시온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하하. 글쟁이라, 멋진 직업이군요."
다행히 아니코로는 별다른 의문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럼! 마감시간[죽음]에 쫓기고,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며 완결을 내겠다는 [사명]을 지닌 글쟁이니까."
누가 시온 입좀 막아줬으면 좋겠다.
"와아! 밥이다 공짜 밥이다!"
동양인 소녀가 식사를 가져오면서 내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시온이 먼저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자, 아니코로는 빙긋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예의없이…"
"아닙니다. 귀여운 걸요 뭐."
아니코로는 당근 스프를 한 숟가락 먹곤 말했다.
"혹시 원대륙에 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원대륙?
"전설의 광물, 아키움이 있다는 그곳 말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떠나서 돌아온 사람들이 없긴 하지만… 모험이야 말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이 네번째 원정이라고 하던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북맨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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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막 쓰다 망함
후샏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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