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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 (송재경 대표님의 서문)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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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

"...할아버지!!"

어... 어! 그래... 어디까지 했었지? 깜빡 졸았구나...

"아이~ 아기 크라켄이요"

아... 그래 거기까지 였었지... 그래서 고요한 바다 위쪽에서 원대륙을 타고 흐르는 해류를 따라서 가끔씩 이 카어노르드 앞까지 오곤 한단다.

그럴 때마다...

"아버님~ 저녁 진지 잡수셔야죠~"

우리 밥먹고 마저 하자꾸나. 할애비가 오늘 배가 많이 고프구나.

"네!"

그런 두 사람의 그림자 사이로 타는 듯한 석양이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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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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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항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항해'는 순조로웠다.

이지의 아들에 매달려서 바닷속을 끌려가듯 질주하는 이 알 수 없는 항해가 시작된 것은,

내 주머니 사정은 범선 승선을 허락하지 않고 있고 그렇다고 쾌속정을 타고 대양을 횡단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한데다 해적들에게 날 잡아 잡수쇼~ 하는 인상을 줄 것 같아서였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차라리 다후타의 숨결을 살 돈을 아낀 뒤, 솔즈리드에서 목재 아르바이트를 몇 일만 했더라면 굳이 이러한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포기하도록 하자.

그 보다 이 녀석 맞게는 가고 있는건가?

내 생각을 읽어 심통이 난 것인지, 아니면 신이 난 것인지 도무지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지의 아들은 물 속에서 춤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쯤 어디쯤 왔으려나... 중간에 한번 쉬어가고 싶은데... 어디 섬좀 없나?

내 말에 대답하듯이 눈에 섬 하나가 들어왔다.

"저기로 가자"


점점 섬이 가까워지자 나는 몸을 말릴 생각에 부풀었다.

'이러다간 불어버린다고...'

그때였다. 눈 앞에 쾌속정이 지나갔다.

어?

?!

쾌속정이라고? 길 잃은 바다를 쾌속정으로 횡단하려는 건가? 제정신이야 저사람?

쾌속정은 곧장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 곧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운이 좋으면 얻어 탈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쾌속정이 위험하다 한들, 여차하면 이지의 아들이 있는데다 그 승선감은 비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섬이 점점 가까워지자 아쉬운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저 섬에는 나무가 없구나... 불은 뭐로 피운담... 그냥 말린 생선이나 먹어야하나... 저 바다 갈매기라도 잡아서.... 아 불이 없지...'


그때 쾌속정이 방향을 틀어 이쪽을 향해 오기 시작했다.

'왜 오는거야? 다 도착해놓고'

'설마...?! 해적?! 이 ... 일단 도망칠까?'

그리고

섬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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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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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었다.

쾌속정은 순식간에 격침되어 바닷 속으로 사라졌다.

근처에 있던 나도 물살에 휩쓸려 정신을 잃을 뻔 하였으나, 이지의 아들이 급선회하여 수면위로 튀어오른 덕분에 다행히 정신을 잃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다.

누이아 대륙과 하리하라 대륙이 생긴지 얼마나 지났을까?

바다 갈매기가 오가는 곳에 나무가 없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새는 날아오르거나 비행 중에도 배설한다.

따라서 거목이 없더라도 나무는 생기기 마련이다. 나무가 없다는 것은

그건 섬이 아니거나,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일시적으로 수면위로 노출된 모래사장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아켄이었다.

크라켄.

원대륙 부근 고요한 바다에서 주로 목격된다. 혹자는 원대륙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누이여신의 경고라고도 한다.

그러한 크라켄도 자식을 낳는다. 크라켄에도 성별이 존재하고, 심지어 2체이상 존재하여 생식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웅동체여서 무성생식을 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하리하라 과학계에서 논쟁거리로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크라켄은 자식을 낳는다. 이 아기 크라켄, 줄여서 '아켄'이라고 불리우는 존재는 주로 해류를 타고 이동한다.

원대륙 살피마리와 누이마리 해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이 해류는, 카어노르드 앞 바다에서 다시 꺾여 이니스섬 쪽으로 향한다.

아켄은 이 해류를 타고 가끔씩 카어노르드 앞 바다에 나타나 하리하라 연합을 긴장시킨다.

단순히 긴장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을 잡아먹는다.

나름 나는 용사라고 자부했지만, 도저히 저 괴물에는 맞설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휘말린 사람은 안됐지만...

"멀리 돌아서 가자. 황금바다쪽을 향해가다가 중간에 다시 올라오는거야"

이지의 아들은 말 없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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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엄마!! 살려줘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단지...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이지여신님 부탁드립니다. 부디 누군가가... 제 아들만이라도 아들만이라도 제 아들만... 아...

"아빠! 아빠!!"

내 눈앞에 다가온 것은 큰 구멍이었다.

거대한 구멍. 그리고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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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ㅅ.... 아ㅃ....ㅃ...."

"아 못해먹겠네 진짜!!!"

그래도 명색이 용사인데 여기서 그냥 도망가자니, 돌아가서 자랑거리가 하나 줄어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갈걸.

아켄은 맹렬한 속도로 쫒아왔다.

이 꼬마의 아버지는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이미 늦었으리라.

그렇지만 순간적으로 들린 울음소리에 아직 판자를 부여잡고 있는 이 꼬마 만큼은 어찌어찌 붙잡아서 끌고 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이지의 아들은 이미 긴 항해로 지친데다, 승객이 한명 더 늘어 속도가 줄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켄은 먹잇감을 놓친 분노로 인해 맹렬하게 우리를 쫒아왔다. 아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어두워져가는 바다 위에서 분노로 불타는 4개의 눈은 점점 밝아져간다.


목적지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카어노르드 까지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중간의 무인도에라도 상륙해야했다. 나를 위해서도 이 꼬마를 위해서도 더 이상의 항해는 무리다.

그렇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켄은 이미 닿을 듯할 거리까지 쫒아오고야 말았다.

"으아아!!!"

"이거 잡아!! 어서!"

"... ... 으으..."

"놓지마"

"가! 어서 가!"

이지의 아들은 꼬마를 태우고 멀어져갔다.

그런데 잘 가다가 다시 돌아오려고 하고있었다.

화살을 뽑았다.

그리고 멀리 쏘았다.

이지의 아들은 그제서야 멀어졌다.


"자 그럼..."

"자랑거리 하나 늘려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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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켄의 공격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었다.

1차로 촉수로 내려쳐 상대를 기절시킨 뒤, 2차로 거대한 입을 통해 물을 빨아들이며 포식한다.

아켄 머리의 4개의 눈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사각 없이 적을 주시한다.

그렇지만 제 아무리 강력한 포식자라도 장님이라면, 그것도 밤 바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이미 2개의 눈을 제거했다.

앞으로 남은 눈은 2개. 남은 화살 3발.


나는 숨을 참은 뒤,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다후타의 숨결은 이제 약 20분 정도 남아있었다.

물 속에서 활을 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지만, 물 속이라고 해서 화살촉이 뭉툭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켄은 방금전 2번째 눈을 잃고 괴로워 하고 있었다.

촉수로 눈을 가리고 울부짖는 모습은 마치 사람과도 같아서, 순간 나를 망설이게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3번째 눈에 근접한 나는 화살을 꺼내들고 그대로 눈에 꽂아버렸다.

성공...! 그러면 이제 마지...


나는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떠오르면서도 나는 이유를 몰랐다.

아켄은 마지막 남은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 속에서 열려진, 밤 바다보다도 더 검은 입이 보였다.

아켄은 순간적으로 공기를 뿜어내어 나를 공중으로 들어올린 것이다.

제 아무리 빠른 상대라고 해도 공중에서는 무력하기에


엄청난 속도로 아켄의 촉수가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등에서 붉은용날틀을 펴 하늘로 떠올랐다.

촉수가 지나가는 순간, 붉은용날틀은 난기류를 만나 곧장 수면으로 곤두박질 쳤고 나는 그대로 수면으로 추락했다.


방금 전의 충격으로 화살 1발이 떠내려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날틀은 완전히 고장난 것 같았다.

이제 남은 화살은 앞으로 1발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촉수를 내려친 뒤 반동에 몸을 떠는 아켄을 주시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을 시위에 걸기 위해 등으로 손을 뻗었다.

화살이 없었다.

계산이 잘못 될 이유가 없었다.

"어째서..."

눈 3개와 화살 3발

그리고 방금 잃어버린 1발

그리고...

순간적으로 꼬마의 얼굴과 이지의 아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켄은 이제 균형을 되찾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아켄의 촉수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

"정말 용사는 못해먹겠다!!!"

나는 고장난 붉은용날틀의 잔해에서 기폭장치를 뽑았다.

그리고 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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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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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왜 그러니?"

"할아버지 이거 보세요! 인형이에요!"

"버려진 인형이구나"

"아니에요! 이거 이제...! 제꺼에요!"

"엄마한테 혼난단다. 어서 그냥 거기 두거라"

"아이!!! 제꺼란 말이에요!!! 으앙ㅠㅠ"

"아아... 울지 말거라 그래 할애비가 집에 가서 깨끗히 말려주마 응?"

"진짜죠?"

"그럼! 자 어서 돌아가자꾸나"

그런 두 사람의 그림자 사이로 타는 듯한 석양이 또 다시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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