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 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

고향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제 한 개의 언덕을 넘으면 마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험으로 인해 힘이 들 때면 종종 떠올리곤 했던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
분명 언덕을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가벼웠던 발걸음이었다…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너무 오랜만의 귀향이라 길을 잃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검게 그을려버린 마을을 보고 있노라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럴수록 코에 풍겨오는 그을림의 냄새에 심장은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온기… 불과 얼마 전이었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저어 봤지만,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서둘러 마을회관으로 몸을 돌렸다. 이미 다 타버려 형체마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만 마을 회관임을 증명해주는 아키움으로 만든 명판만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때 내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두 명의 사내가 바닥에 앉아있었다.

"휘~ 용사님께서 나타나셨네요~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녹색의 짙은 곱슬머리를 한 사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얼굴에 붙어있는 젖살과 주근깨를 보아하니 아직 어린놈이라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선뜻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옆에 말없이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페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아십니까?"

어째서 저들은 타버린 마을에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의문은 커졌다. 중요한 사실은 저들은 마치 마을에 대해서 나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녹색 머리의 젊은 청년과 건장한 페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신의 뜻입니다. 신께서는 그대가 올 거라 저에게 전하셨습니다. 함께 가주셔야 합니다."

그들은 나에게 뜻밖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새로운 문명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원정대 사실 뒤의 음모들을 말이다. 새로운 문명이라는 명분으로 마을마다 최고의 인재들을 추출해 원 대륙 바다로 보내어진 뒤, 동대륙에 반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반란을 일으킨 귀족은 서대류의 첩자로 밝혀졌지만, 그를 잡기엔 서대류의 공격이 막강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 귀족은 전쟁을 통해 전쟁물자를 판매함으로써 부를 축적했고, 아무도 그를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떠나올 때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던 소녀… 그 소녀에게 주려던 내 배낭 속의 인형은 내 마음의 무게만큼이나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이들은 그 귀족을 잡기 위해 원정대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 발견된 고서에 이 모든 것은 예언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착잡함에 목소리는 굵은 쇳소리를 냈다.
새로운 문명을 찾기 위해 시작된 모험...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려 한다.

소설응모

태그는 148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
1 ... 13 14 15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