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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노플의 카페 거리에는 음산한 소문이 있다.
백여 년 전, 그곳의 한 카페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여자가 유령이 되어 떠돌며 구석진 곳에 장신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래 왕자비로 내정되었다가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어 꿈이 좌절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리아노플 시민이라면 카페 거리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보면 모르는 체하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가 붐비던 화창한 봄날, 솔즈리드의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녀가 의자 틈새에서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한 짝을 발견했다.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간 소녀는 귀걸이를 꺼내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슬쩍 건너다보더니 말했다.

그녀의 이름이 들렸다. 소녀는 고개를 돌렸다. 소녀의 앞엔 빛을 등진 청년이 서 있었다. 그의 뒤로 무수한 인파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소녀는 그가 아득한 꿈결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청년은 매우 커졌다. 그가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소녀는 카페 사이 골목으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몸을 웅크리던 시궁쥐가 급하게 바닥을 기었다.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갈 수록 소녀의 공포심도 함께 커져갔다.

창백한 달은 새하얗게 부었다. 허기의 과즙이 꽉찬 거리에서 고기를 굽는, 살결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저녁 식사시간, 달빛은 좁은 골목길 틈새로 흘러내렸다. 구름이 걷히고 그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는 매우 핼쑥했다. 무언가에 빨려먹히기라도 하듯.

"그 귀걸이를 주시게"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그는 점잕고 조곤조곤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한 쌍의 사파이어 귀걸이는 저주받은 것이었다. 귀걸이는 순수한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을 끌어냈다. 정확히는 탐욕이었다. 탐욕이 강해질 수록 존재는 희미해지고 저승에도 이승에도 설 수 없게 된다. 귀걸이 속 왕자비가 홀린 자를 삼키는 것이었다. 청년은 그 경계에 서 있었다. 그는 소녀가 귀걸이를 쥔 손을 조심스럽게 펴내려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소녀는 이미 홀려 있었다. 소녀는 황급히 귀고리를 꼈다. 테두리에 덧씌운 황금 장식이 반짝거렸다. 화려한 사파이어는 왕자비의 눈동자라도 되는 걸까? 사파이어는 희번뜩거리며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는 표현하기 힘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청년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악스럽게 귀를 막은 소녀의 손을 잡고, 펴냈다. 소녀는 청년을 힘껏 밀쳐냈다. 그러자 돌연 귀걸이가 반으로 쩍 갈라졌다. 사파이어 편린들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지고 희끄무레한 여성이 편린에서 나왔다. 청년은 아득한 시간, 그녀를 처음 보았던 때가 떠올랐다. 전보다 손가락의 살은 통통하게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피부는 급격하게 불어터진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살라먹으며 재생하고 있었다. 왕자비였다. 왕자비는 청년의 목을 향해 날이 선 손톱을 세웠다. 소녀는 주저앉았다. 그녀는 쏟아지는 눈물과 이길 수 없는 잠에 상황을 볼 수가 없었다. 축축한 바닥으로 머리를 쓰러트리며 본 것은 목을 찔린 청년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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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해서 끄적였는데 비극이 됬어요. 모바일이라 pc에선 텍스트 이상할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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