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

"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그리고 그들의 눈이 쫓는 청새치 떼. 나와 우리 원정대원은 작은 범선에 몸을 싣고 원대륙으로 빠르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어이 원정대장, 외로워서 울 것 같으면 밤에 침대로 부르라고!"

갑판 위의 샬리아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미소를 지었다. 송곳이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육덕진 몸 팔꿈치를 자랑하는 그는 농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로프를 힘차게 당겨 돛을 펼쳤다. 그 사이 옆으로 조용히 다가온 항해사 이온이 말을 건넸다.

"역시, 여자의 몸으로 선장 노릇을 하기가 쉽지는 않지?"

"그러는 이온 너도 여자의 몸으로 항해사라니 건방진거 아냐?"

"이미 내 안에 이 배위의 모든 남자들이 들어왔다 나갔는데, 나갈 때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가더라고."

이온은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는 선실로 들어가려다 나를 쳐다보고,

"설마, 처녀는 아니겠지? 이대로 죽으면 많이 억울할텐데~."

대낮부터 샬리아스와 이온으로부터 농락을 실컷 당한 나는 머리를 식히겸 선미의 난간에 턱을 괴고 멍하니 부서지는 물결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태양은 저 멀리 뼈땅의 산맥 위에 올라앉아 외출을 준비하는 듯했다. 초승달 왕좌 항구에서 출발한 배가 어느새 서대륙의 북쪽 끝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멀리 배 앞을 보며 앞에 보이는 몇개의 섬들 사이로 키를 돌려 항로를 잡았다. 어느새 배 위에도 그림자가 드리워 ...

"꺄악"

그것은 밤의 어둠이 아니었다. 거대한 무언가로 인해 생긴 그림자, 그리고 그 거대한 무언가는 나의 허리를 잡아 공중으로 이끌었다. 축축하고 끈적이는 거대한 촉수.

크라켄.

나의 비명을 들었는지 선실에서 선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이 선실에서 나와 고개를 돌려 나를, 아니 크라켄을 봤을때, 그들은 하나 같이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잠시 후 크라켄의 다른 촉수들이 배를 덮쳤고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어 나를 잡고 있던 촉수도 범선을 항해 빠른 속도로 내리꽂아졌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오색빛의 산호초, 그리고 나를 감싸는 공기주머니. 영원의섬. 그 와중에 나는 또 다른 공기주머니에 갇힌 정신을 잃은 이온을 발견할수 있었다. 이온은 나체였고 그제서야 나 역시 나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공기주머니에 갇힌 채 움직이려고 했으나 가랑이 사이에서 몰려오는 통증에 잠시 멈칫했다. 나의 다리 사이에 무언가 끈끈한 액체들이 묻어있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두려움에 온몸을 부르르르 떨었다. 천천히 손으로 내 몸에 묻은 것의 정체를 알고자 그것을 코에 가까이 댔을때, 역한 비린내와 동시에, 다시 한번 나의 허리를 감싸는 촉수를 볼 수 있었다.

크라켄은 나와 이온을 동시에 촉수로 부여잡고는 그 특유의 끈끈한 빨판으로 나의 몸 여기저기를 빨아들렸다. 빨판이 나의 가슴과 가랑이로 들어와 쥐어짬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알 수없는 묘한 기분, 설레임에 가까운 기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나의 소리에 코러스로 또 하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이온도 촉수에 이끌려 나와 같이 발그래한 얼굴을 한 채 바다 속에 뜨거운 입김을 방울방울 피워 올렸다. 이미 내가 내가 아닌듯한 느낌에 미쳐있을 무렵, 내 안으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들어왔다. 골반이 터질듯한 아픔, 그리고 아까와 같은 고통 뒤의 희열.

어느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이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따윈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은 채 계속 내 안에서 늘어나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자아를 상실하 채 며칠이 지나고, 부풀어 오른 나와 이온의 배는 이내 자그마한 크라켄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후 우리는 매일 같은 쾌락을 반복하고, 매일 수 많은 아기 크라켄들을 쏟아내고, 그 아기크라켄들이 수면으로 올라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아켄은 희생자의 영혼을 잡아먹고 성장한다오."


=============================================================================

다른 버젼의 설야(눈 내리는 밤)도 곧 업데이트 됩니다.

댓글 22

소설응모

태그는 148개 글로 이야기 중입니다.
1 ... 11 12 13 14 15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