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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이사를 온 페레 인듯한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버렸다
궁금한 마음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어제 짜둔 우유 몇 병을 선물로 들고 집을 나섰다.

'욕조?'

검은색 꼬리를 가진 페레 여성 하나가 낑낑대며 커다란 인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욕조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저기 도와드릴까요?"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페레 여성은 앞발…. 아니….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번 훔치더니 혀로 털을 고르고는 그대로 손을 귀 뒤로 연신 쓸어 넘긴다.
매일 집안에서 잠만 자며 뒹굴고 있는 지난번 축제 때 받은 고양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털을 다 고른 후 내 손에 들린 우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우유를 한 개 집어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낚시 대회 우승 선물로 받은 거에요. 욕조만 필요했는데 인어까지 담아서 보내왔네요"

뒷말은 궁시렁대며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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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방참방"

욕조안에서 참방거리는 인어는 남자였다

"남자인어가 있는줄은 몰랏네요 하하.. 신기한데요. 집정리되면 구경좀 시켜주세요"

친한척 수다스런 내말에 알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계속 부지런을 떨었다.
그녀가 여자여서일까, 인어가 남자여서일까? 자꾸 그녀의 집에 눈이 간다.
그녀는 참 부지런했다. 첫인상과 다르게 집앞 텃밭에 갖은 야채와 채소, 과일나무도 심고 집주위로 화단도 이쁘게 잘 만들어놨다.
곧잘 친구들도 데려와 같이어울리기도하고 집앞 호수에서 간간히 낚싯대를 세워두고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다.
나에게도 다가온 황금 휴일!그녀와조금더 친해질 기회를 만들기위해 또다시 우유몇병을 들고 그녀의 집을 찾앗다.
벽난로위에 귀여운 야타인형,단조로운 가구,다소넓게 배치되어잇는 쇼파,카펫,수를 넣어 만들어진 파티션. 집밖과 다르게 집안은 단정한 분위기였다.
그런데...무언가가 허전하다...
...
...
욕조!
페레의 특성을 생각하면 무한한 상상을 할수있지만 애써마음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참방참방"

파티션뒤에서 들리는 물소리!
안도의 한숨을 쉬며 쇼파에서 일어나 한발작 걷는순간 카페트 밑으로 철컹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인다.
집안에 흠이 있어서 카페트로 가려놧나 싶어 몇번 발로 툭툭 치자

"악!!!!!!"

갑자기 철제뚜껑이 바닥에서 튀어 올랐다.뚜껑 아래로는 종아리 깊이정도의 구덩이와 타다만 장작이 잇었다.
내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던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뛰어 들어왓다.

"놀라셨죠?제가추위를 많이 타서..."

내눈치를 살피며 조심히 말하는 그녀..추위를 많이 타면 그럴수도잇지...

"하..하...아닙니다 저때문에 더 놀라셨겟어요. 물소리가 나서 인어를 찾다가 발에걸려서 그만 하..하.."

그녀는 서둘러 카펫을 정리하고 인어를 보여주려 파티션을 걷엇다.
첫날과 다르게 조금 힘이 없어보이기도하고,머리가 조금 자란것 같기도하고,무언가 분위기가 조금 달라보였지만 그녀가 손수따온 토마토와 무화과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따 저녁 드시러 오세요"

갑작스런 초대.
저녁을 같이 먹을 정도로 가까워진건 아니지만 집들이 초대로 생각하고 흔쾌히 그러기로 했다.그러자 또다시 알수없는 미소를 띄는 그녀...
집으로 돌아온 난 긴장되기 시작했다.
오스테라에 머물고 계신 부모님 대신 농사를 짓고자 고대의 숲에 자리를 잡긴 했지만, 넓은땅 넓은 호수를 빼면 인적이 드물고 또래는 더더욱 찾아보기힘들기에 그녀의 호의가 나를 이토록 들뜨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애써차분해 보이기위해 단정한 옷으로 차려입고, 호수근처에서 자라는 연꽃과 라벤더를 선물로 준비했다.
그녀의 집은 아까와는 달라졋다.아까그 구덩이가 화로가되어 요리를 해먹을수잇는 주방으로변한것이다.

'그러고보니 주방이 없었지..'

"좁은집을 참 유용하게 활용하셨네요!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나의 칭찬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저녁을 준비하는 그녀
회,초밥,생선찌게,생선찜,생선구이....생선으로 할수있는 모든요리가 나온듯 하다.미묘한 음식맛과 달달한 포도주가 나름 잘 어울린다.
기분좋게 취한상태로 집에들어온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잠을 청하다 그녀얼굴을 생각하다 혼자웃다, 노래를 흥얼거리기를 반복한다.
얼마나 잤을까.
목이 바짝 바짝 말라온다.이날이때까지 이런갈증은 느껴보지 못했는데...물을 마셔도목이 마르다.당황스럽다.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지는것같다.
침조차 삼킬수가 없이 목이 아프다.
방안의 공이가 답답하다.
햇빛이 따갑다.
피부가 쪼그라 드는것 같다.
문을 얼고 밖으로 나가자 미세한 비린내가 풍겨온다.호수에서 나는...아니.바닷내음인가...생선 비린낸가...눈앞에 아지랭이가 피어오르고 정신이 몽롱하다.호수가 잡아끌기라도 하듯 호수에 빠진다......
얼마나 흘렀을까 ..귀에익은 목소리의 노랫소리.눈을 떠보니 욕조에 내몸이 담겨져있다.그녀가 날 구한걸까? 어라!갈증이 사라졌네.정신도 맑아진듯하다.

"정신이 드니?"

어느때보다 밝아보이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일어나려는 순간

"첨벙"

"너무 심하게 움직이지마,물밖으로 나가면 죽는단 말야"

"첨벙 첨벙"

"네가 죽으면 내가 배고프잖아, 안그래?"

그녀가 밝에 웃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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