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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노플의 카페 거리에는 음산한 소문이 있다.
백여 년 전, 그곳의 한 카페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한 여자가 유령이 되어 떠돌며 구석진 곳에 장신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래 왕자비로 내정되었다가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어 꿈이 좌절되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리아노플 시민이라면 카페 거리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보면 모르는 체하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가 붐비던 화창한 봄날, 솔즈리드의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녀가 의자 틈새에서 화려한 사파이어 귀걸이 한 짝을 발견했다.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간 소녀는 귀걸이를 꺼내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슬쩍 건너다보더니 말했다.

“돌려놓아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음산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녀는 뒤를 돌아 보았고, 그곳엔 검은 로브로 자신을 감추고 있는 자가 있었다.
분명 화창하게 밝은 낮임에도 모자 속은 칠흑과도 같은 어두움, 아니 암흑 그 자체였다.

“싫어요! 내가 주었단 말이에요! 내가 주었으니 내꺼에요!”

묘한 암흑에 기분이 나빠진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리 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돌려놓으라 했다. 그것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하였다.

소녀는 분명 달렸다. 아니 달렸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소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던 소녀의 발밑에는 어느 세 검은 룬어로 가득한 마법진이 있었고,
그 마법진에서 올라온 검은 창은 소녀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소녀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그것은, 네가 감히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라했다. 오직, 유일하게 그분께서만 자격이 있으시다.

소녀는 소리를 지르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못했다. 소녀의 복부를 관통한 검은 창은 마치 애초부터 소녀의 일부였다는 듯, 한 몸처럼 보였으며, 소녀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소녀는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눈길 한번 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그곳에 소녀는 존재 하지 않는 듯하였다.

-그분께서 돌아오신다.. 너는 그분의 그릇이 되어 세상을 향한 복수의 창끝이 되리라.

그리고 소녀는 사라졌다.




“아가씨. 곧 도착하옵니다..”

내 이름은 마법사 드레이브, 어느 집안 사생아로 태어나 길거리에 버려졌으나, 어느 흑마법사의 손에 거두어져 마법을 배운 흑마법사.

“그런가요..어렸을 땐 아버님께서 마리아노플로 간다 하시면 매번 따라가겠다고 아버님께 참 많이 졸랐는데..막상 이런 식으로 오게 되다니..남자로 태어났었더라면..이런 인형과도 같은 삶을 살진 않았을 텐데..”
세상의 멸시가 두려워 백마법사로 위장하여 살아가는 자..

“아가씨가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해드릴 수 있습니다..말씀만 하소서..”
그리고 마리아노플의 하인스 가문을 지키려는.. 하인스 가문의 영애를 사랑하는 자..

“드레이브님. 광장에 인파가 전혀 없습니다. 이 시간에 마리아노플 광장에 사람이 단 한명도 없을 수가 없습니다.”

“기사들은 거리를 좁혀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그날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슬픈 날이었음에도 아가씨께서 웃어주셨다.

“드레이브님! 저쪽 지붕에!”

“방어진형으로 뭉쳐라! 마차를 최우선 보호한다!”

그 웃음에 매료된 나는 그곳이 가시밭길임을 알면서도 맨발로 아가씨를 따라 나섰다.

“아가씨..잠시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도착하면 깨워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가씨와 함께라면 이곳이 가시밭 아니 지옥 불구덩이 한 가운데라 하여도 아가씨와 함께할 수 있다면 난 그것으로 되었다.

“아가씨를 모셔라. 왕궁으로 가라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라. 나는 곧 뒤따르겠다.”

“하지만 드레이브님!”

“닥쳐라! 너의 임무는 그 뿐이다! 아가씨를 안전하게 모셔라!”

적들의 공격은 매서운 바람처럼 나와 기사들에게 폭풍처럼 불어 닥쳤다.
적들의 화살은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기사들의 심장을 관통하였고, 들이닥친 일련의 병사들에 의해 전열은 완전히 무너졌다.
나는 정신없이 불꽃송이를 날렸다. 또 날렸다.
번개를 만들어 적들을 항하여 던지고, 불로 된 비를 만들어 하늘에서 불의 비를 내리게 하였다.
몇 명이던가..
나에게 목숨을 잃은 적병은 몇 명이던가..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내 안의 거의 남지 않은 활력을 뽑아낸다..
내가 왜 여기에 있었지..아..그래..아가씨..아가씨는 어디에 계신가..

“마법사를 죽여라!! 저놈!! 저 마법사를 죽여라!!”

적들의 매서운 공격은 나의 보호막을 종이 한 장과 다를 바 없이 만들어 버렸다.

“드레이브님. 흑마법은 쓰시면 안 됩니다. 드레이브님은. 백마법사이셔야 합니다.”
기사 킬튼은 알고 있었나..

“드레이브님께서 저희 영지에 처음 오신 날부터..드레이브님은 영지의 희망이셨습니다..그러니.. 드레이브님은 백마법사이셔야만 합니다..”

배척받는 흑마법이 싫어 백마법사 행세만 했던 내 정체를 킬튼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가..

“가십시오. 영애께서 기다리십니다. 여기는 저희가 막고 있겠습니다. 지원군을 이끌고 오실 때까지 버티고 있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나는 그것이 킬튼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거절할 수 없었다.

“곧 오지.”

나는 곧바로 섬광의 길을 열어 적들의 눈을 속이고 순간이동으로 아가씨를 쫓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아가씨의 기운을 찾을 수 가 없었다.
조급해졌다.
같이 떠난 기사의 기운도, 아가씨의 기운도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지나자 낯선 이들의 기운이 느껴졌고 나는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순간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그곳은 외딴 카페였다.
카페에 들어서자 전라의 여인이 미약하게 숨만 붙은 상태로 기절해있었고, 사내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

“감히...천한 네놈들이 감히...”

카페 바닥에 검은 룬어가 새겨진 마법진과 동시에 마법진에서 검은 창이 솟아올라 다섯의 기사를 꿰뚫었다.

“한 조각도 남김없이 씹어먹어주마..”

나는 분노를 못이겨서인지 내 얼마 남지 않았었던 활력들을 끝까지 뽑아내서인지 정신을 잃고말았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사방에 찢겨진 주인을 알 수 없는 시체들이 즐비해있었다.

“아가씨..아가씨..”

어디에도 아가씨는 보이시지 않았다..

“아가씨 어디에 계시..”

아가씨는 전라의 모습으로 구석에 서 계셨다.

아니.. 떠 계셨다..
스스로의 모습에 비참함을 느끼셨을까..
왕자비로서의 명예를 잃으셨기 때문이셨을까..

“왜..”

나는 상관없는데..
당신 곁에만 있게 해준다면..
나는 그 무엇도 상관없는데..
당신만을 바라보며..당신만을 사랑하며..
당신만을..당신만을..

“다 부셔버릴 것이다..아가씨를 이렇게 많든 이 세상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힘을 원하는가.
힘? 그보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 누구도 너를 건들지 못하고 네가 사랑하는 여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상을 파멸시킬 힘, 네 연인을 되살릴 수 있는 그런 힘을 원하는가.

그래, 아가씨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어..

-나는 파괴 신 안탈론. 네게 힘을 주마.

나는 흑마법사 드레이브 당신의 그릇이 되어주겠다



그냥 두서 없이 생각나는데로 적어봤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제목이 참 안어울리네요..
근데 귀찮아서 제목 바꿀 생각 없으니 제목은 그대로..
2000자가 넘는지 확인하기 귀찮고 힘드니 그냥 그대로...
그냥 생각없이 재밌게 봐주셨슴 좋겠습니다.

※오탈자 수정한다 수정하는데 나오는건 잘 모르겠음...오탈자 보이면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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