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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깊숙한 곳, 전 대륙의 의뢰를 받아 우수한 물건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비밀스런 장소.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 역시 몇이 되지 않으며, 이곳의 위치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사건의 그 날.

이슈바라 승전 축제 선물로 지급했던 고양이 가구에 문제가 생겨 한바탕 난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는 한 달에 한 번쯤 찾아와 여러 곳에서 받은 의뢰들을 전해주는 가구 상인들뿐인데, 그 날 이곳을

찾아온 아리폰 역시 그 일로 찾아왔을 거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아리폰의 곁엔 수상한 행색을 한 이가 서 있었고, 아리폰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벌벌 떨며 우리를 가리켰다.

"…저…저자들입니다."

그러자 아리폰과 함께 들어온 낯선 방문자는 아리폰 허리에 겨누고 있던 칼 끝을 우리에게로 돌리며 마른 입술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낯선 방문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나를 기억해..?"


방문자가 손으로 후드를 살짝 걷어내자,
달빛에 비친 얼굴은 묘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호박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눈동자.
윤기나는 검은색의 털..
그랬다 그녀는 고양이 인간이었다.




그녀는 원래 마녀가 맘대로 놓고 간, 키리라는 고양이었다.

맨날 마법 소도구를 외상으로 부탁하던 마녀는 그동안 밀렸던 외상값대신
멋대로 이 고양이를 맡기고는 야반도주해버렸다.

이슈바라 승전 축제 물량이 부족했던 나는,
이 녀석도 같이 얌전해지는 고양이 파우더를 뿌려서 분명히 납품했을터인데..

"정말이지 파렴치 하다니까.. 망할 여편네.."

이 녀석도 그렇다.
피록 마지막에 팔긴 했어도 데리고 있는 동안 나름 귀여워해줬다고 생각했더니
이제와서 칼을 겨누고 있는 꼴이라니..
뭐 여튼 칼도 겨누고 있고 흥분한 것 같으니 달래줘볼까라고 공방장은 생각했다.





"그래. 고양아. 진정하고 찾아온 용건이 뭐냐. 설마 의뢰는 아닐테고."

그러자 고양이는 칼을 내려놓고 몸을 숙이며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이크..!"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노쇠한 장인은 피하지 못하고 같이 고꾸라져버렸다.


떨어지면서 들리는 외침.
"이제 다신 버리지 마요!!"
"뭐.....!?"이게 무슨 고양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다시는 귀찮게 안할테니까 아저씨 곁에 있게 해줘요.."
이제는 그 반짝이는 호박 눈동자에 눈물까지 그렁이며 이야기한다..



"허.. 망할 여편네.. 그런거였나.."
키리는 마법으로 변하는 고양이로,
칠십평생 독수공방으로 공방일만 해왔던 외로운 늙은이를 위해
마녀가 떠나면서 준 선물이었던 것이다.




장인은 자신에게 안긴,
크지만 솜털처럼 가벼운 그 녀석을 꼬옥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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