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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용사가 무슨 바느질이야?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마지막 바느질을 끝낸 날 바라보던 동료가 물었다.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아련한 공간의 기억이 그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촌장님은 별일 없으실까? 그 소녀는 이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문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 모든 것의 시작, 그곳으로 나는 오늘 돌아간다.
동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이지의 아들에 올라탔다.
"자, 이제 가보자!"
바다를 가르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이지의 아들은 꽤나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갈랐지만 바다는 그보다 훨씬 넓었고, 내 허벅지는 생각보다 질기지 않았다. 금새 허벅지 안쪽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잘 무두질된 가죽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것도 문제였다.
"후.. 역시 비행선을 이용할 껄 그랬나.."
누가 그랬던가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라고... 바다 위라서 가다가 힘들다고 내려서 쉴 수도 없었다. 잠시 쾌속선을 소환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빌어먹을 배멀미를 떠올리자 그냥 이렇게 몸으로 떼우는게 낫겠다 싶기도 했다.

난 결국 태양이 수평선에 걸리고 하나 둘 별이 수평선에서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외딴 섬에 다달았다. 나만큼 파김치가 된 이지의 아들을 잠시 풀어주고는 그대로 모래사장에 쓰러졌다. 귀찮은데 그냥 이대로 잠들까 싶기도 했지만 수년간 몸에 배인 습관이 날 가만 두지 않았다. 처음 가는 야영지에서는 항상 지형지물을 파악해둬야만 했다.

이 작은 섬에 위험한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둬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조용히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역시나 예상대로 별 위험한 존재는 느껴지질 않았다.이 섬에서 가장 큰 위험꺼리는 금방이라도 날 쓰러뜨릴 것 같은 허기와 그 와중에 내 피를 탐하는 작은 모기들이었다.

일단 옷을 좀 말려야 했기에 끙끙대며 가죽 옷을 벗었다. 이름난 장인이 만든 가죽 옷이라고 하더니 바닷물에는 속수 무책이었다. 신발을 벗자 꾸릿한 냄새가 퍼졌다. 굳이 신발을 코에 가져다 대고 그 꾸릿꾸릿한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내려놓고 나머지 옷도 순식간에 다 벗어서 나무에 걸어뒀다.

"히야 이제 좀 살 것 같네"

난 가방을 뒤적이며 먹을 만한게 있나 찾아봤다. 마법의 배낭엔 길가다 먹으라고 동료들이 바리바리 싸준 음식이 꽤 많았다. 그 중 별모양의 양념이 들어간 주먹밥을 하나 꺼내들었다. 어느 마법사가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음식으로 크기에 비해 영양이 듬뿍 들어가 있는 음식이었다.

나뭇잎을 깔고 그 위에 망토를 펼쳐 누으니 모처럼 별들이 많이 보였다. 늘 머리 위에 존재하던 별들이었는데 그간 왜 보질 못했을까... 어렸을 땐 매일 같이 다락방에 올라가서 저 별들을 보며 누이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던 기억이 났다.

"마리안..."
"흥! 역시 놔주는게 아니었어!마리안이라고? 그건 누구야?"
"히익!!?"

난 익숙하지만 이곳에선 낯선 목소리를 들으며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오연한 자세로 내 뒤에 서 있었다. 특유의 붉은 색 옷을 걸치고 질투어린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 손에 들고 있는 저 스태프가 아마 전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그 녀석이겠지...

"대체 여길 어떻게 온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

지금 그게 중요하지 않으면 대체 뭐가 중요하다는 걸까...

"마리안이 대체 누구야?"
"내 누이"
"아... 시누이님이구나...."
"누구 마음대로"

그녀는 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털썩 주저 앉더니 내 가방에서 별 주먹밥을 하나 더 꺼내들었다. 저거 비싼건데..

"그래 이제 말해봐. 대체 여긴 어떻게 온거야. 아니 왜 온거야 대체? 지금 시간이면 너...."
"아 알아 알아 안다고! 지금 밤징할 시간인거! 근데 지금 빌어먹을 녀석들이 60명도 넘게 몰려온대잖아!! 그 말 듣자마자 곧장 너 찾아서 날아왔지"
그녀가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부의 상징. 용 날틀의 주인이라는 걸 잠시 깜박했다.

"우린.... 40명도 안될텐데 60명이라고?"
"그래! 거기에 죄다 활쟁이야!!"
"허......."
"외곽 활쟁이들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

그녀가 진지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잠시 고향과 그녀와 동료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말도 안되는 사기같은 마력의 그녀와 고가의 아이템으로 둘둘만 동료들이지만 숫적 열세는 극복하기가 어려울 터였다.
".....요새 돈도 다 떨어져서 힘들다고 하던데..밤징마저 못하면.... 후우... 그래... 포탈 열어. 밤징만 도와주고 갈께"
"좋았어!!"

내가 포기한듯 수락하자 그녀가 활짝 웃으며 공간의 문을 열기 위한 준비를 했다.
난 나무에 걸어뒀던 옷을 다시 걸쳐 입었다.
"이번 한번만 도와주는 거다. "
난 허리춤의 단검을 어루만지며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마냥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밤징 끝나면 바로 안탈론이라는 녀석을 잡으러 가야하고, 또 곧장 낮징을 하고 또 잠시후에 크라켄도 잡아야 하고, 용도 잡아야 하는 줄은..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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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승전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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