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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

아침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얼마 전 이사를 온 페레 인듯한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버렸다
궁금한 마음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어제 짜둔 우유 몇 병을 선물로 들고 집을 나섰다.

'욕조?'

검은색 꼬리를 가진 페레 여성 하나가 낑낑대며 커다란 인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욕조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저기 도와드릴까요?"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페레 여성은 앞발…. 아니….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번 훔치더니 혀로 털을 고르고는 그대로 손을 귀 뒤로 연신 쓸어 넘긴다.
매일 집안에서 잠만 자며 뒹굴고 있는 지난번 축제 때 받은 고양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털을 다 고른 후 내 손에 들린 우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우유를 한 개 집어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낚시 대회 우승 선물로 받은 거에요. 욕조만 필요했는데 인어까지 담아서 보내왔네요"

뒷말은 궁시렁대며 작게 중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저도 같이 도와드릴게요."

어색한 마음을 옅은 미소로 숨기며 같이 욕조를 옮긴다.

그때 우연히 바라본 인어의 모습..

반짝이는 긴금발머리,잘록한 허리,그아래로 무지개빛 찬란한꼬리가 매혹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욕조 옮기는걸 멈추고 인어를 응시했다..

그러나 아름다운모습과는 달리 인어의 얼굴은 슬픔에 가득 차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살짝 어려있었다..

난 홀린듯 인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그녀의 표정은 왠지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아..지금 뭐하는 거에요??일도와 주시려면 제대로 좀 해주세요!."

살짝 비웃는 듯한 페레녀의 장난기 어린 눈동자와 마주치자 민망해져서 정신이 돌아온 나는

서둘러서 욕조를 옮겨놓았다..

"더 도와드릴거라도?."

"아뇨..이제 무거운건 대충 다 옮겼어요~고마워요..^^정리되면 식사에 한번 초대 할께요."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계속 인어의 슬픈얼굴이 떠올랐다.

몇번을 뒤척거리다가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페레녀의 집앞을 서성이는데

구슬픈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소리나는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2층 테라스에 인어가 나와있었다.

얼마전 이벤트에서 받은 태극날틀을 타고 그녀에게 가보았다..

날틀 하강기능이 있어서 손쉽게 바로앞에 착지할수 있었다

인어는 나를 보며 슬픈눈으로 말했다.

"저좀 구해주세요..저는 아란제비아의 딸이랍니다..원래 낚시대회에서는 욕조만 상품으로 주는데..

저 흉악한 페레가 저를 납치했어요..제발 좀 도와주세요..."

난 잠시생각하다가 페레한텐 미안하지만 그녀를 구해주기로 했다..

힘들게 집으로 옮긴후 인어가 발견되지 않게 칸막이로 가려놓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요란스런 문소리에 잠에서 깨서 나가보니

누이안 경비병들이 문앞에 서있었다

"감히 공주님을 납치하다니!!!."

경비병에게 끌려서 나는 1148분의 수감시간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수상감옥은 환경이 너무 열악하였고 물속에서 조금만 있어도 호흡량이 부족해서 익사할지경이었다..

그때 무언가가 천천히 헤엄쳐 왔다..

놀랍게도 그 인어였다..그녀는 나를 태우고 어떤섬에 내려주었다...


"조금만 기다려줘요...내년 여름축제 기간까지만."

인어아가씨는 사라졌고..차가운 눈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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