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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를 원정대장이라 불렀다. 다른 누군가는 나를 국왕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인사했다.
현재 매일 내가 듣는 호칭은 777 전사이다.
우리 마을에서 칠백칠십 일곱 번째로 태어났다며, 다루 감별사가 붙여준 나만의 이름이었다.
"어이, 777. 이제 행복할 시간이야. 저기, 너의 주인이 다가오고 있어!"
이웃의 동료가 소리치는 방향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오늘도 이걸 먹으란 거야?'
남자가 내민 건 조합 사료였다. 토끼풀, 호박, 짚단이 6:3:2의 비율로 섞인 맛없는 사료다.
물론 내 옆집의 동료는 배가 고픈 척 징징거리며 꼬박꼬박 두 개씩 챙겨 먹지만...
그래,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 현재 나는 한 마리 젖소다. 다루 감별사가 극찬하며 손수 이름까지 붙여준 우리 마을에서 알아주는 젖소다.
한때 몇 개의 영지를 누비던 나였는데, 하룻밤 눈을 뜨고 나니 몸이 변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마지막으로 내가 외쳤던 말이 생각났다.
"야, 드디어 축산 명인이 되었다!“

“어이, 777. 뭘 그리 생각해 밥먹으라고 밥!”
개걸스럽게 먹던 이웃의 동료가 생각에 잠긴 나를 깨웠다.
“또 밥 안먹을거야? 그럼 내가 먹는다?”
“응.. 먹어 776......”
돼지야..젖소야...이젠 네 개씩 챙겨 먹내...
나는 영양실조까지 오게되었지만.....사료를 먹을 수 없었다.
전에 먹었던 사료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그 맛을 볼 수 없을까?
다루 감별사가 처음 이 사료를 만들었을때가 생각난다.
“777, 다 만들었어 먹어봐”
“웩! 이게 뭐야 다루 감별사 이걸 어떻게 먹어 사료에 도대체 뭐를 넣었어? 맛이 최악이야”
“흠.. 그래?.. 나는 우리 지역에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넣었지 토끼풀, 호박, 짚단 이 3가지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섞어 봤어”
저 흔한 재료를 섞으니까 이런 병맛나는 사료가 나오지 짚단만 먹어도 이 맛있는 사료를 다루 감별사는 귀찮게 이것저것 왜 섞는거야
젖소는 짚단이 최고인데 말이야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어
“다루? 토끼풀, 호박은 왜 섞어??”
“음...나는 맛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그런 사료를 원해”
“흔한 토끼풀, 호박이 몸에 좋다고??
“그럼, 토끼풀은 긴요한 약초와 식품으로 쓰일 정도로 폐결핵, 천식, 감기, 황달, 이뇨 해열에 효염이 있고, 호박은 섬유질, 어쩌구 저쩌구 중얼중얼...”
“어어.. 그래그래.. 근데 .. 다루..? 건강식임에 틀림 없는거 같은데 맛이 없어... 그게 제일 중요해”
아까의 맛은 어떤 젖소든 사료에 손도 대지 않을 거라는 것은 한번 만 먹어보면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알지.. 그럼 이거 먹어볼래??”
이 맛없는걸 또 먹으라는 건가 도망치고 싶어졌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한번만이야! 이제 더 이상 안먹어!! 진짜 맛없단 말이야!”
다루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사료를 열심히 만들기 시작했다.
“알았어, 한번만 더 먹어 봐~ 응?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다루가 막 만든 사료를 가져오는 것은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다.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없다. 이것만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끔 감고 입에 넣었다.
“아....어.. 어떻게 이런 맛이!!"
사료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내 혀의 감각을 일깨운다.
혀를 살짝 쓰다듬는 이 매끄러움!
입안에 퍼지는 고귀한 산의 내음!
게다가 이 향! 혓바닥을 춤추는 매끄러운 감촉....
진한 맛이 나고 뒤끝이 전혀 남지 않으면서 산의 정기를 한 데 모은 듯한 맛!
단언컨대.. 최고의 사료..지상에서 맛볼수 있는 최상의..맛..
맛에 빠진 나를 보며 다루 감별사가 말했다
“어때??”
“너무 맛있어! 다루! 성공이야! 어떻게 이런 맛이??”
“크하하하!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황금비율!! 황금비율을 찾았어!!”
“황금비율???”
“그래! 황금비율 토끼풀, 호박, 짚단의 완벽한 비율을 드디어 찾았어!! 그 비율은 바로!! 토끼풀 3! 호박 6! 짚ㄷ...”
그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내 눈 앞을 스쳐 지나갔고 다루 감별사의 심장을 관통했다.
"다.. 다루!!!!! "
쿨럭 쿨럭
"777.. 저 .. 비.. 비율을 .. 잊으면 안되.. 짚단은..짚단은..."
"다루!! 정신차려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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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온다.... 눈이 감긴다... 스르륵... 아래로... 아래로 빨려 들어 간다.. 난 더이상 배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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