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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님


이번 임무는 그동안 맡았던 다른 임무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원정대장으로부터 극비리에 전달받은 지령서에는 의뢰에 대한 내용이 일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S급, 태양이 눈을 감을 때, 로카 구름 협곡 B3. 즉시 파기.

나는 수백가지 암호와 약어가 빼곡히 적혀있던 [정예 원정대원의 지침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B3 가 도대체 어디야. 대장은 정말 그걸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미 여러곳을 이동하며 허탕을 쳤기 때문에, 나는 점점 무거워 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근처의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던 하리하란 남성을 발견했다.
빠르게 다가가 살펴보니 남자는 숨이 끊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평범한 행상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손에 쥔 듯 오른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푸른 소금 상회의 사람인가... 이건 뭐지?'

그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는 작은 돌 조각일 뿐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와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무언가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돌 조각을 품에 넣었다.


이어지는 이야기

그때였다.

"끄으응"

죽은줄 알았던 하리하란 남성이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피곤한 나머지 기절한 사람을 죽었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같은 하리하란이기도 하고 평소였다면 도와줬겠지만 지금은 임무수행중이다.

남자가 눈치채기전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하지만

'어쩌면 저 남자가 B3와 연관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수풀에서 느닷없이 기절할 이유가 없잖아 분명 습격을 당한거야'

"이보시오 정신이 듭니까?"

남자는 아아 으으 괴상한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더니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는 눈치였다.

나는 남자가 완전히 정신을 차릴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남자는

"여기가 어딥니까?"

물었고 나는 대답을 하려 했지만

'로카의 장기말이긴 한데 여길 뭐라 불러야 하지'

정말로 대답하기 애매한 위치라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여긴 구름협곡도 아니고 황혼노을부락에서도 꽤나 떨어진 곳이다. 그냥 중간 삼거리 라 대답하면 되려나

"혹 근처에 황혼노을부락이 있습니까?"

내가 대답을 못하자 오히려 남자가 내 대답을 대신 해주었다.

"맞습니다 난 그쪽에서 오는 길이구요"

"생각보다 멀리 날아왔군"

"날아오다니? 혹시 날틀비행중에 추락한겁니까?"

"아니요 날틀이 아니라 아 돌 혹시 돌 못봤습니까?"

남자는 내 품에 넣어둔 돌을 찾기 시작했다.

'상인 아니랄까봐 정신 차리자마자 짐부터 찾는군'

내 품에서 상대의 소지품을 꺼내는건 꽤나 민망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정보가 필요했다.

"오해마시오 난 당신이 죽은줄 알고 가족에게 전해줄 유품을 주운것 뿐이니"

"당신이 노상강도였다면 등짐을 챙겼겠지요 믿겠습니다"

나한테 도둑이니 뭐니 난리를 부렸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상인이라 계산이 빠른건지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주어 안심했다.

"근데 그 돌 평범한 돌 같진 않은데 무슨 돌입니까?"

"아 이거 말입니까 하 이게 참 이 돌은 바람의봉인석이라 부르는 것인데 뭐라더라 페레의 무덤? 그 무덤이라는것이 골짜기 높은곳에 있는데 그곳까지 한번에 올라갈수 있도록 해주는 돌이라 합디다 아니 이 돌이 무슨 힘이 있어서 사람을 골짜기 위까지 올려 주는가 싶어 사용해 봤는데 당신도 봤다시피 이 모양이 되었죠 하리하란은 호기심 때문에 죽는다더니 옛말 틀린것 하나 없습디다"

'페레의 무덤인지 뭔지 관심 없지만 요컨대 높은곳 까지 한번에 올라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이렸다?'

"그럼 그 돌을 어디에서 구할수 있습니까?"

"황혼노을부락의 페레에게 받았지만 원한다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사용을 하고 싶다면 황혼노을부락으로 가야합니다"

왔던길을 되돌아가야 하지만 저 돌을 사용해 높은곳에서 바라보면 B3어 어디인지 알수 있을거 같았다.
남자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고 난 다시 황혼노을부락으로 돌아와 돌을 사용할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마을 중앙의 마법진이 여기에요 라고 말하듯 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귀찮은 임무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망설임 없이 돌을 사용했고 내 몸은 하늘로 솟구처 올라갔다.

'자 어디냐 B3 형님이 널 애타게 찾고 있다"

어찌나 높이 떠올랐는지 하얀놀 부락의 놀들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보이는 듯 했지만 도무지 B3이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다.

'또 허탕인가'

깊은 실망을 감출수 없었지만 이내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면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멍청이 떨어질 때의 대비책은 생각해두지 않았다니'

'하리하란은 호기심때문에 죽는다더니'
돌을 넘겨주고 떠난 남자의 말을 떠올리며 난 그대로 지면에 추락했고 기절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끄응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양소리가 가득해서 이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구름협곡 양치기의 집까지 날아온 모양이었다.

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뜨악 소리를 내며 벌떡 있어났다.

양치기의 집앞에 133번지라는 표지판을 박혀있었고 그 표지판 밑에 구름협곡1길이라 적혀있는 표찰도 발견했다. 이윽고 머리속에서 현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올해 여름 로카의축제 기간동안 참가자들이 '노간'을 찾지못해 행사 기획자에게 항의서를 보냈다.

참가자들에게 보내진 초대장에는 로카의 장기말에서 로카강 근처에있는 노간을 찾으세요 라고만 적혀있었다고 한다.

'로카강이 보통 넓은것도 아니고 초대장에는 로카강으로 오세요! 라고만 적혀있으니 화날수밖에'

이에 왕가에서는 기존번지명 주소를 파기하고 도로명 주소를 교차사용하도록 했는데 이번달이 교차사용의 마지막 기간이고 다음달 부터 의무사용 기간이었던 것이다.

'즉 B3 즉시파기란 133번지의 표지판 파기였던거군 확실히 133번지보단 구름협곡1길이 알기 쉽잖아'

황당하게 임무를 완수하자 문득 낮에본 하리하란 남성이 떠올랐다

'중요한 사람이긴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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