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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dna Ro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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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이다. 약 8개월 이라는 시간을 지나 아키에이지에 접속했다.
게임에 접속하니 듬직한 판금갑옷을 몸에 걸치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캐릭터가 보인다.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키웠고 남들에게 지는 게 싫어 악작같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바꾸며 메달려왔던 캐릭터다.

하루 한 끼 라면으로 대충 때우며 다니던 직장도 때려 치고
몇 개월을 심취해 캐릭터가 강해지고 가진 게 많아질수록 난 잃은 게 더 많아졌던
과거의 결과물 친구들을 멀리할수록 내 게임 상 친구목록은 가득 메워졌고,
주변 사람들을 하나 둘 떠내고 새로운 원정대원을 반기던 시간들

집에는 먼지가 쌓였지만 내 캐릭터에겐 땅이 생기고 집이생기며 가구로 장식해주던
내 모습들이 참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전부 과거고 지금은 애착을 가지고 키우던 염소도 토끼풀도 흔적도 없고
그렇게 혈안을 내며 샀던 땅도 집도 전부 사라졌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내 손도 낯설었고 아키에이지의 풍경조차 어색했다.

공백기가 길어서일까 항상 캐릭터와 함께 필드를 누비며 적 대륙 유저를 죽이고 다니던
탈것 조차 삐걱 거리는 기분이다.

마치 헤어졌던 여자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기분
그렇게 사라진 집터를 애써 무시하고 바위 언덕 마을에서 마리아노플로 향했다.

한참을 말을 타고 달리니 길을 잃어버렸고 그렇게 게임속에서 넓은 필드에서
몬스터와 NPC들이 교차하던 시간에서 난 자그마치 3시간을 헤멨다.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추억들 현실과 바꾸듯 미쳤던 게임 속 배경들 매일 같이 습관처럼 쳐다본
게임 속 하늘을 보며 말을 달리던건 아니다. 단지 “저승의 돌”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바보같아 보일수 있지만 까먹은거다.
그런게 있었나? 할 정도로 너무 당연히 뛰어갈 생각을 했으니까,
그렇게 잠시 멍한 기분으로 멈춰진 캐릭터를 쳐다보며 그냥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더라,
저승의 돌을 아무리 클릭해도 열리지 않던 포탈 그리고 낯설지 않은 시스템 코멘트
“이 아이템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말 잠시 저승의 돌 이란게 쓸모 없어진 아이템인줄 알았다.
그렇게 공략사이트를 찾고 인터넷을 뒤지며 사용 방법을 알게되었고,
3시간 10분 만에 “마리아 노플”로 입성 할 수 있었다.
로딩이 끝나며 모니터가 보여준 화면은 거대한 성이 있고 넓은 광장에 웅장한 조각상과
아름다운 호수가 있던 예전의 그 마리아노플이 아니었다.

오브젝트는 변하게 하나 없는데 낯설었다. 로딩이 이렇게 빨리 끝난것도 의심스러웠다.
예전의 그렇게 왁자지껄 하고 두리번 거리며 뛰어다니던 초보들도
무역을 끝내고 주저리 주저리 떠들던 원정대들도 무료함을 달래며 결투를 하던 고수들도
내 눈엔 하나도 안보였다.

씁쓸한 생각도 들고 그러려니 하며 제작대를 향하는데 눈에 띄지도 않던 회색 이름들이 보였고 3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당황하며 제작대로 뛰어가던 나는 그냥 가던길을 가려했다.
그리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조차 못할 때 시체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라며 너무도 친근하고 다정하게 NPC가 아닌 유저가 말을 걸어왔다.
당황스럽기도 어이없기도해서 답변이 늦었지만 불쾌한 것 하나 없이 대화를 이어가던 사람들 그들은 금새 낯익은 빨간 이름으로 바뀌어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속으론 정말 많이 생각했지,
‘아! 이름이 빨갛네 뭐지? 범죄자인가 근데 왜 익숙하지?’
하는 의문을 품었을 때 한창 게임을 미친듯 플레이 하던 그때의 기억이 스쳐갔다.
현실의 지인들과 바꿔먹은 원정대원을 황금평원 절벽에서 발로 차 굴러 떨어드리고
저랩유저가 힘들게 무역을 하던것을 잔인하게 약탈하며 등짐을 빼앗던 그들
정말 긴장 반 호기심 반이었다. 많은 생각들이 지나쳤을땐
익숙치도 않던 스킬키에 손가락을 올리며 한 놈만 잡고 죽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여기 온 이유도 중요치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동대륙과 서대륙은 서로 죽이고 죽여야할 유저들이었고 화합이란건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씹어먹듯 친절하게 걸어오는 말들 정말 당혹스러웠다.
검을 들고 뛰쳐오는것도 마법을 날리는것도 아닌 채팅을 할 줄은 몰랐거든,
참 신기하게도 동대륙 유저의 채팅을 전부 알아볼수있던 내 눈을 의심했지만
의문은 금새 풀렸다. “말이 통하네?”라는 내 독백에 답변해준 그 사람의 한마디
정말 간단했다. 그런 사이에 개인적으로는 많은것을 느낄수 있었다.
예전엔 보이기만 하면 검을 들고 날아왔고 마법을 날리며
쫒아오며 활을 쏘았다. 지금도 없을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지난 8개월 동안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이 내가 살던 오키드나 서버가 너무도 바뀐거다.
맞다. 나에겐 공백기가 있었고 사람들을 제대로 대해본적도 없다.
대륙이 다르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말이 안통한다고 펜이 아닌 검부터 들이민건 나니까
그들과 소통하게 된건 서로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무역과
한마디 대화 없는 칼부림들 뿐이었으니까,

당신은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가 궁금할수도 있고 관심 조차 없을수 있다.
하지만 난 여기까지만 써내려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은걸 말한다면 글을 쓰는 이유도 없고
앞으로 내가 써야할 Okidna Roman's는 기대감 없고 그렇게 흔해빠진 여행기와 다를 것 없을거다.

Roman은 독일어로 이야기 혹은 전설 이라는 뜻이다. 전설이라는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도 않고 이질감도 든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을거라면 이야기로 해석해주면 좋겠다.

긴 공백기의 복귀유저는 신규유저와 다를것 없다.
가끔은 일기도 가끔은 소설도 어쩔땐 허무맹랑한 메모도 될수 있는
이 이야기를 이제 시작할 아니면 나와 같이 다시 시작하는 지금의 당신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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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 아라케스 @오키드나 | 50레벨 | 예언가 | 하리하란
    복귀유저로써 솔직한 내용 정말이지 공감을 안할수 없을거같네요... 환영합니다 검성님! 앞으로도 좋은활동 부탁드립니다 ㅎ
    2013-12-05 01:56
  • 검성 @오키드나 | 50레벨 | 길잡이 | 누이안 아라케스 @오키드나
    감사합니다 ㅎㅎ 열심히 활동하도록 노력할게요 좋은 기회 생겨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2013-12-05 02:03
  • 치탄다에루 @키프로사 | 50레벨 | 영혼의 악사 | 엘프
    (순간.. 아무런 생각 없이 읽었다...)

    (뭐지?)
    2013-12-05 02:06
  • 검성 @오키드나 | 50레벨 | 길잡이 | 누이안 치탄다에루 @키프로사
    가끔은 생각을 접어두는것도 좋아요 ㅎㅎ~! 그런 시간 마련해드린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2013-12-05 02:06
  • 치탄다에루 @키프로사 | 50레벨 | 영혼의 악사 | 엘프
    (쫌 슬프다...)
    2013-12-05 02:08
  • 검성 @오키드나 | 50레벨 | 길잡이 | 누이안 치탄다에루 @키프로사
    어떤게 슬프신지 ㅠㅠ...
    2013-12-05 02:08
  • 너무차이나 @루키우스 | 50레벨 | 심문관 | 하리하란
    와 글잘쓰신당
    2013-12-05 02:10
  • 치탄다에루 @키프로사 | 50레벨 | 영혼의 악사 | 엘프 검성 @오키드나
    (갑자기 눈물이 쫌...)

    (뭐죠.. 이건.....)
    2013-12-05 02:11
  • 검성 @오키드나 | 50레벨 | 길잡이 | 누이안 너무차이나 @루키우스
    감사합니다~~  자주 자주 뵐게요 ㅎㅎ~
    2013-12-05 02:11
  • 검성 @오키드나 | 50레벨 | 길잡이 | 누이안 치탄다에루 @키프로사
    인간의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생리현상이에요 ...
    2013-12-05 02:12
  • 아크라이비 @키프로사 | 37레벨 | 그림자 유랑가 | 누이안
    캬아 저도 복귀유저로서 감성 업
    2013-12-05 02:24
  • 검성 @오키드나 | 50레벨 | 길잡이 | 누이안 아크라이비 @키프로사
    서로 열심히 해요! 화이팅~!
    2013-12-05 02:25
  • 비연 @오키드나 | 50레벨 | 숲의 방랑자 | 하리하란
    정말 가슴깊이 와닿는 글입니다. 저도 길지않은 시간 공백기를 가진적이 있는데 그 시기를 벗어나 복귀했을때 많은것이 낯설었습니다. 저는 그때 원정대분들이나 다른 유저분들과 컨텐츠를 즐기면서 아키에이지에 친근함을 가지게 된것같아요 , 아직은 많이 낯설으시겠지만 긴 공백의 후유증을 이겨내시고 힘내세요!
    2013-12-05 03:01
  • 가끔씩 @오키드나 | 50레벨 | 현자 | 하리하란
    우와.. 최고 !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ㅎㅎ
    2013-12-05 06:18
  • 명석몽 @아란제브 | 50레벨 | 환술사 | 페레
    로딩이 빨리 끝난것은 최적화때문이지...  소설 읽는 기분.
    2013-12-05 11:50
  • 시세로 @키프로사 | 50레벨 | 저승사자 | 누이안
    전설의 시오니스
    2013-12-05 18:56
  • 카페인중독자 @루키우스 | 50레벨 | 심판자 | 하리하란
    필력봐...ㄷㄷ
    2013-12-06 15:55
  • 슈케르 @오키드나 | 50레벨 | 광전사 | 누이안
    오베때 뵌분인거같은데 ㅎㅎ
    2013-12-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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