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유저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아키에이지의 대규모 업데이트인 에아나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 이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지역과 사냥터, 레벨 확장, 기존의 게임 체계 변경 등과 같은 새로운 내용들이 추가되었다.
XL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저들이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침체기를 맞이한 아키에이지에 활력이 생기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아키에이지 공식 홈페이지의 열린게시판과 인벤(www.inven.co.kr) 등과 같은 웹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바와 같다.

몇몇 유저들의 XL 본사의 방문으로, XL은 이번 업데이트의 내용을 완전하게 테스트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번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때 테스트 서버에서의 유저들에 의한 테스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루어졌으며, 사내 테스트만 거쳐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번 업데이트는 XL의 업데이트 의도와는 관계없이, 일반 유저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에아나드 업데이트의 문제점을 주요 갈래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아키에이지가 제시했던 가능성에서 멀어진 점

아키에이지가 5차례에 걸친 CBT와 OBT를 거치면서 내건 슬로건은 “유저가 만들어 가는 게임”이었다. 또한, 생활 콘텐츠와 전투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번 에아나드 업데이트는 아키에이지의 원래 슬로건에서 크게 멀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먼저, 50레벨에서 레벨 상향을 위한 경험치를 그 이전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었고, 또한 레벨 상향을 위한 수단을 ‘에아나드 도서관에서의 사냥을 통한 상향’으로 한정시켜버렸다. 이 때문에 수많은 유저들은 레벨 상향을 위해, 단 한 곳 에아나드 도서관에서 머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새로운 기술과 기술 포인트들을 완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55레벨로의 상승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레벨 상승을 위한 노력은 수많은 유저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레벨 상향을 위한 수단을 ‘에아나드 도서관에서의 사냥’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기존의 아키에이지에서 추구하던 ‘다양성’과 ‘자유도’는 무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제 더 이상 아키에이지는 유저가 만들어 가는 게임이 될 수 없으며, 게임 시스템에서 주어진 것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전형성의 게임이 되어 버렸다.

또한, 이번 업데이트는 생활 콘텐츠와 전투 콘텐츠를 적절히 조화해 왔던 기존의 아키에이지에서 동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아키에이지에서 생활 콘텐츠의 요체는 하우징이고, 전투 콘텐츠에서는 필드 전투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하우징에 필수적인 부동산 세금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의 게임 내 화폐를 통해 납부하던 세금을 루루로 구입하거나 루루의 딱지로 교환하거나 노동력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건축물 세금 증지’ 시스템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아키에이지의 생활 콘텐츠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하우징’을 크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아키에이지의 큰 특징으로 각광 받던 하우징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전투 요소 중에서 경험치 획득을 통한 사냥을 지나치게 부각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여 필드 전투와 레이드 등과 같은 다양한 전투 요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전투 요소 중 한 가지만 부각 시키는 패치가 이루어져, 게임의 가능성이 크게 제약되었다.
만일, 경험치 획득을 위한 사냥터가 적대 세력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지역이었면 ‘사냥’ 콘텐츠의 부각은 다른 전투 요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에아나드 업데이트에서의 주요 사냥터는 평화지역이기 때문에 경험치 획득을 위한 사냥을 하도록 되어 있고, 사냥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해 전투를 위한 환경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즉, 업데이트를 통해 XL이 아키에이지의 가능성을 스스로 축소시켜버리고 만 것이다.

유저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변화를 강요한 점

이번 에아나드 업데이트는 유저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지나치게 많은 변화를 강요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에아나드 업데이트를 통해서 수많은 생산과 제작 분야의 생산 방식이 변화했으며, 기존의 생산에 소요되었던 재화들의 가치가 없어지게 되었다.
물론, 현재의 업데이트와 같은 생산/제작 방식의 변화를 통해 기존에 버려지는 재료나 아이템들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 아키에이지의 절대 다수의 유저들은 기존의 방식에 크게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이러한 방식으로의 변화를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테스트 서버에서 광범위한 테스트를 거쳤다면 유저들의 혼란은 줄어들었으리라 보인다.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주는 업데이트를 감행함에도 불구하고 게임 유저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거나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유저들에게 정작 필요한 업데이트는 이루어지지 않은 점

현재 수많은 유저들은 이번 업데이트를 두고 ‘유저 입장에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루루로 구입할 수 있는 루루 상점의 개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월 8일 에아나드 업데이트를 통해서 기존의 별 주먹밥과 유사한 황홀한 여명, 장비 강화의 확률을 높여주는 각종 마석 등과 같은 아이템이 추가되었다. 이 중 특히, ‘황홀한 여명’은 기존의 별 주먹밥과는 달리 재사용 대기 시간 없이 노동력 1,000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업데이트 이후 각종 생산에 소요되는 노동력의 양이 증가함으로써 유저들 사이에서는 XL에서 황홀한 여명의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또한, 기존에 미비했던 게임 내 콘텐츠를 전혀 개선하는데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아키에이지의 불완전한 국가 시스템은 최초 업데이트 이후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관리나 국가에 소속된 유저들은 계속해서 불편함을 겪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국가라는 새로운 단위가 생겼기에 각종 권한 설정에서 '국가 공개'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번 업데이트에도 이러한 것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유저들의 실제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업데이트가 나타난 것은 평소에 유저들의 입장에서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려 노력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들 이외에도 에아나드 업데이트는 지나친 ‘환골탈태’를 추구한 나머지 유저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말았다. 사실, 이러한 환골탈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는 기존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때 그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도전감과 모험감을 줄 수 있다.
아직까지도 여러 유저들이 아키에이지에 대한 애정을 갖고 게임을 계속 해 나가고 있다. 늦었지만 XL게임즈에서 이러한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