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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자,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적인가? 아군인가? 자, 너는 어느 쪽인가?


사죄의 변

먼저, 델피나드의 마지막까지를 기록해야 마땅했으나,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를 스스로 거부한 필자의 어리석음을 구태여 들어 델피나드를 끝까지 지킨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하는 바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약 12년간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서비스가 중지된다든가 서버가 해체되는 일을 운 좋게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델피나드 존속이 결정된 이후 사실 온전한 심리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모쪼록 양해해주신다면 좋겠다. 사실 이렇게까지 정을 들여 본 곳도 드물거니와, 하물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서버를 살리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냉정히 내려진 통합의 안내란! ...지금 와서는 어느 것 하나 변명에 지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므로,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서버의 기자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을 사죄드리는 바이다.


서문

2014년 7월 12일, 기존의 델피나드 서버는 크라켄 서버로 통합되어 새로운 출발을 맞이했다.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과, 그와 반대로 앞날이 걱정되는 모습을 동시에 보이면서 출발하는 크라켄 서버의 첫 날 분위기를 극단적으로 줄여 표현하자면 '막상 닥치고보니 막막하다'일 것이다. 첫 날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것들을 지켜내지 못한 케이스라든가, 단순히 시간을 못 맞춰서 실패했다고 하는 케이스라든가, 이래저래 짧은 시간에 많은 경우들이 발생해서, 사실 필자부터가 현기증날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만...일단은 바라본 모습만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1. 크라켄 서버의 시작은 임시점검과 함께

크라켄 서버는 델피나드, 에아나드, 카페르나움, 베나레사스, 에페리움, 히라마칸드, 에노아, 메어, 트레파세스, 페란, 테레나, 안델프, 이프나의 총 13서버가 통합되어 구성되었다. 함께 통합서버로 출발한 안탈론 서버가 8개 서버인 데 비하면 1.5배 이상의 서버가 묶인 셈이다. 각 서버의 서비스 이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서버의 이용총량이라든가 이래저래 모니터링한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글쎄, 첫 날 첫 순간부터 임시점검이라는 건 각 서버에 존재하는 상시접속자들의 저력을 너무 가볍게 본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 크라켄 서버는 서버 오픈 15분만에 임시점검에 들어가면서 불안한 시작을 보였다. 필자같은 경우만 해도 오전중에 클라이언트의 업데이트를 마쳐 놓고 13시 55분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모조리 쳐넣어 둔 채 공지사항 페이지에서 F5를 연타하고 있었으니.

일단 지켜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간단히 목록으로 만들자면야 '캐릭터명'과 '집터', 두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어디 그것이 쉬운 일인가. 특히나 간단한 명사로 이루어진 캐릭터명이라면 금새 선점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느 서버에서 왔든, 자신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이름을 지켜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유저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F5를 한 번 누를 때마다 백 단위로 올라가는 조회수의 정체였으리라.

집터의 경우에는 더 심각한 문제였다. 어차피 초기화되는 정보, 기왕이면 좋은 집터를 구하고 싶다――이 마음은 어느 누구에게나 동등한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노래의 땅이나 매사냥 고원 같이 좋은 터의 경우에는, 모르긴 몰라도 전날 접속종료 자체를 거기에다 해 둔 무리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그들은 분명 오늘 접속하고 나서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경험을 했으리라 : 초보자 시작점에서 출발했으니까). 아키에이지에서 집터란, 그 유저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귀중한 자원인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대안이 있었는가? 중복되는 위치에 있는 전 서버의 건물, 혹은 전 서버에 존재하는 동명이인에 대하여 제비뽑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결국 그나마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보이는 쪽이 유리한' 선착순 외의 대안이 없는 상황이긴 했다. 다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13개 서버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오늘 보인 치열한 경쟁이란, 아마도 엑스엘게임즈의 예상을 초월했으리라는 것이다. 완전한 계산 실패. 이것 외에는 오늘 서버의 오픈 직후 마비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어찌되었든, 크라켄 서버는 장렬한 서버마비와 긴급점검으로 막을 올렸다.


#2. 캐릭터명 쟁탈전

일단 크라켄 서버의 긴급점검은 예정되었던 60분보다 25분 빠르게 완료되었고, 전국에 퍼진 용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쟁취하기 위해 접속을 서둘렀(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쓴소리를 또 하자면, 이번 경우에 한해서, 긴급점검이 더 빨리 완료되었다고 해서 일찍 서버를 여는 것은 실수였다. 캐릭터명과 집터가 가지는 가치를 생각할 때, 한 번 고지된 시간은 절대적으로 지켜졌어야 했다. 그 25분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캐릭터명 혹은 집터를 잃었다고 생각하는가? 비록 이들의 대부분은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크라켄 서버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상실감을 이기지 못 하고 아키에이지를 포기한 인원도 분명히 오늘 발생했다. 게다가 집터는...집터는 아마도 이야기한들 무의미할 것이다. 이름보다 어쩌면 더욱 높은 우선순위인 경우도 있었으리라.

일단 유니크한 캐릭터명을 가지고 있는 부류는 제외하고, 일반명사를 캐릭터명으로 사용한다든가, 다소 흔한 외국어 이름을 사용하는 케이스는 오늘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크라켄 서버가 열린 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캐릭터명 장사꾼들이 속출한 것이다. 어떤 이름은 무려 5천 금화를 부를 정도로 장사꾼들이 극성이었다. (이들과 교섭하려 한 피해자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는 당초 약속된 협력 플레이가 자리잡는 데 혼선을 가져왔다. 서로가 처음 보는 이름인데 '저 ○○섭의 □□예요 ○○섭에서 오신 분~'을 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보였다. 다행히도 2~3시간 정도 흐르자 서로가 서로를 파악해서 가라앉았지만...아무리 봐도 '저 이름 짓고 후회하겠구만' 싶은 이름들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3. 집터 쟁탈전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모든 캐릭터는 초보자 시작점에 접속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은 잘했다. 기왕 기회를 평등하게 주고 싶다면, 시작조건도 하나로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보면, 한 군데에 캐릭터들이 너무 몰린 것이 오늘 서버가 마비된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집터 쟁탈전은 ...필자같은 경우에는 애당초 노래의 땅이나 매사냥 고원으로 사람이 몰릴 걸 예상하고 하슬라에 터를 잡기로 마음을 결정하고 접속했기 때문에, 솔직히 어느 정도로 치열했는지 체감하지는 못 했다.

다만 한 가지 예상대로 흐른 것은, '부동산 중개인'들이 판을 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들이 유저가 선호하는 맵의 땅을 선점하는 데에는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었는데, 유저들이 '완공도면'을 가지고 이상적인 땅을 찾는 사이에, 아무 곳이든 적당히 좋아 보이는 곳에다 먼저 뭐든 박아놓기만 하면 그대로 매물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완공도면이 유저의 편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는 바람직했지만, 이런 심리적인 함정에 빠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으리라. 유저가 고민하는 사이에 이들은 곳곳에 진출했다. 어쨌거나 돈만 벌리면 되니까!

게다가 추정 980여 명에 이르는(연합채팅에서 흐른 소문이다) 접속인원이 모두 원하는 만큼의 하우징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소 험한 지역까지 포함한다면야 어쩌면 수용은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하는 땅'이라는 관점에서만 논한다면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고, 거기에 농간을 부리는 무리도 생각해봤을 때, 오늘 벌어진 집터 쟁탈전은 실로 불꽃이 튀는 접전까지 가기도 했을 것이고, 당연히 감정싸움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은 어쩔 수 없는 선착순제로 만들어져 있다. 버그 플레이가 아닌, 그저 도의적인 문제일 뿐이라 어떻게 해결할 수도 없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To be Continued...


(추기) 그 와중에 필자는 설치할 거 다 하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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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시장 공략이 적중해서 필자는 500별집+광장+원두막 2개+햇빛텃밭+달빛텃밭으로 마이 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자랑질)
기분이다!! 하슬라의 주민들이여, 마이 랜드의 광장을 마음껏 이용하라!!

  • 권동우 @안탈론 | 51레벨 | 포식자 | 페레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곳에 원두막 하나 딱
    2014-07-12 19:21
  • 당근 @크라켄 | 52레벨 | 생명의 춤꾼 | 하리하란
    ㅋㅋㅋㅋ 승리자ㅋㅋㅋㅋㅋ
    2014-07-12 19:30
  • 티레나이 @루키우스 | 55레벨 | 유령 용사 | 하리하란
    이제 저 곳은 성지가 됩니다.
    2014-07-12 19:35
  • 이르셰인 @크라켄 | 53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권동우 @안탈론
    으허;;; 달관하셨군요! 전 혹여라도 경쟁자가 있을까봐 잽싸게 짓느라 증지 버그도 눈치 못 챘을 정도...orz
    2014-07-13 03:25
  • 이르셰인 @크라켄 | 53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당근 @크라켄
    어떤 의미로는 패배자 ㅋㅋㅋㅋㅋㅋㅋ 격전지 근처에 구축된 마이 랜드의 압박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7-13 03:25
  • 이르셰인 @크라켄 | 53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티레나이 @루키우스
    으어?! 지하드의 희생자가 되는 건가요...ㅇ<-< 지하드 시르다 두 번 시르다 세 번 시르다
    2014-07-1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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