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일기 - 빛과 그림자

나나의 일기 - 빛과 그림자

(추가바람)

생산 정보

소모 노동력 : 25
필요 숙련 : 없음
제작대 : 인쇄기

원고 획득 정보

  • 증오 능력 각성 퀘스트 <증오를 일깨운 죽음> 완료

내용

#1

로사 언니의 옷을 사기 위해 델피나드에서도 의상실이 많은 유행의 거리인 줄리아 1세 광장에 나왔다.
언니는 광장 주변을 세 번이나 돌았지만, 어느 상점에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단력이 뛰어난 언니의 우유부단한 모습인지라 낯설게 느껴지지만, 나쁘지 않아 보인다. 로사 언니는 계속 머뭇거리더니 누군가를 향해 잔뜩 감정을 실은 말을 내뱉었다.
"나쁜 놈. 예쁜 건 밝혀가지고. 옷 따위가 뭐라고. 난 그 냄새를 다 참아줬는데."
나는 망설임에 지쳐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언니를 위해서 능력을 조금 꺼내 썼다.
어느 가게가 제일 좋을까?
운명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굴러가 나를 인도하기 시작한다.

#2

적당한 인연이 느껴지는 가게로 로사 언니를 인도했다.
가게 점원은 로사 언니에게 차 한 잔을 얹은 쟁반을 내밀었다.
"에페리움 산 최고급 홍차를 끓여왔는데 조금 맛보시겠어요? 갓 따온 레몬그라스도 살짝 넣었답니다."
얼떨결에 홍차를 건네받은 로사 언니에게 점원은 계속해서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로사 언니는 점원의 계속되는 수다에 당황한 나머지 잔뜩 굳어버린 모습이었다.
나는 애초에 이곳에 들어오게 나를 인도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 당황한 언니를 놔두고 의상이 전시된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세련된 여성이 여럿 보였다.

#3

녹색 드레스에 상앗빛 숄을 걸치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누구인지 이름도 모르는 여자였지만, 이 여자에게서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이 여자의 기운을 느끼고 이 가게 안에 들어왔다.
이 여자는 우리 자매와 운명의 실타래가 엮여 있었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여자의 치맛자락을 살며시 붙잡았다.
"어머." 여자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더니 자신의 치마를 조용히 붙잡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예쁜 아이네. 어디서 왔니?"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밝게 자란 여자 같았다.
나는 여자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어줬다.

#4

밝은 여자는 어린 소녀들이 있는 작은 옷이 있는 쪽으로 나를 인도하면서 말했다.
"이름이 뭐니?"
"나나."
"나나는 몇 살이니?"
솔직한 내 나이를 말하면 밝은 여자가 믿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대충 대답했다.
"열 살." 밝은 여자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의상실 벽에 전시된 옷을 꺼내서 내게 입히기 시작했다.
밝은 여자의 성화에 못 이겨서 나는 그녀가 골라주는 옷을 몇 차례 갈아입어야 했다.
제비꽃을 수놓은 흰 튜닉을 고른 그녀는 내게 그걸 입혀주면서 말했다.
"이게 제일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아주 예쁜 공주님 같아!"

#5

여자는 내게 제비꽃이 수 놓인 흰 튜닉을 선물이라며 사줬다.
처음 보는 낯선 여자의 선물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정말 예뻐 보였다.
사실 이 옷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예쁜 옷이었다. 왜 다른 여자들이 예쁜 옷을 보면 가지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로사 언니는 여전히 옷을 고르지 못한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밝은 여자는 로사 언니에게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나한테 딱 잘 어울리는 옷이라서 제가 사주고 말았어요. 화내지는 마세요. 다른 뜻은 없으니까요."
로사 언니는 경계심이 어린 눈빛으로 밝은 여자를 쏘아봤다.

#6

그때 하녀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가 다가와 밝은 여자를 불렀다.
"아가씨, 서른 벌 다 됐대요."
커다란 짐꾸러미를 든 점원이 하녀 옆에서 밝은 여자에게 물었다.
"마차에 실어드릴까요?"
"응, 그래줘요."
점원이 짐을 가지고 나가자 하녀가 약간 볼멘소리로 말했다.
"구빈원에 새 옷을 사서 보내는 사람도 아가씨밖에 없을 거예요. 자꾸 이렇게 해주면 그 사람들도 버릇 된다고요. 주제를 알아야 살기가 편한데."
밝은 여자는 하녀의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추워지고 있잖아. 따뜻한 옷은 있어야지."

#7

밝은 여자는 언니의 손에 들린 옷과 언니를 번갈아 보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이는 것처럼 숨을 들이마셨다.
로사 언니가 손에 들고 있는 드레스는 칙칙한 고동색이었다.
저건 내가 봐도 아닌 거 같은데... 로사 언니는 미적 감각이 심각하게 부족한 거 같다. 로사 언니는 밝은 여자의 반응으로 자신이 고른 옷이 잘못된 선택이란 걸 눈치챘는지 옷을 다시 진열대에 걸었다.
밝은 여자는 로사 언니의 행동을 보곤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사과하고 싶네요. 방금 제가 저도 모르게 엉뚱한 짓을 해서. 불쾌하셨죠?"
로사 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제가 보는 눈이 없는 건 사실이니까."
"아니에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

#8

로사 언니가 밝은 여자에게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고요."
보통 이런 말투의 대답을 들으면 물러날 만도 한데, 밝은 여자는 생각 외로 강했다.
"저기, 제가 옷 한 벌만 골라드려 봐도 될까요?"
로사 언니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로사 언니에게 하얀 치야가 비칠 정도로 웃어주며, 사람이 양손을 벌리고 다리를 벌린 채 선 것과 같은 모양의 이프니쉬인 '찬드'를 손가락으로 그려줬다.
이프니쉬 찬드는 '행운'을 의미한다.

#9

밝은 여자는 로사 언니에게 잘 어울리는 예쁜 옷을 골라줬을 뿐만 아니라, 옷에 어울리는 머리 모양까지 만들어줬다.
그녀는 선머슴 같던 로사 언니의 모습이 예쁜 여성의 것으로 변하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밝은 여자의 이름은 에안나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무려 델피나드 총독의 딸이었다. 매우 높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로사 언니와 내게 살갑게 구했던 것이다.
만약, 로사 언니도 전나무 성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에안나처럼 밝고 살가운 모습이었을까?
나는 로사 언니가 없을 때 몰래 혼자 우물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보았다. 예쁜 소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에안나처럼 밝고 티 없이 맑은 모습은 아니었다.

#10

얼마 후, 나는 로사 언니와 타양 몰래 델피나드 빈민가를 산책하던 도중에 에안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녀는 빈민가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나눠주고 있었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녀가 내미는 빵조각 앞에서 아우성을 쳤지만, 에안나는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밝게 웃으면서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빵을 직접 나눠주면서 힘내라는 말을 건넸다. 에안나는 지나치게 밝다. 그 햇살처럼 밝은 빛에 눈이 부시다.
내 안의 본능은 지나치게 저 빛을 싫어한다. 나는 그림자에 가까우니까.
나는 그림자에 가깝지만, 저 지나치게 밝은 빛을 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되도록 저 빛에 익숙해질 생각이다. 로사 언니도 그러기를 바랄 테니까.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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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보이 @곤 | 55레벨 | 마법사 | 워본 (2016-10-24)
우수편집자 : 보이365254 @이니스 | 계승자 1레벨 | 마법사 | 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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